
(타파인 탐사보도) 이상선 기자 = 국가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가운데, 지난 12월 3일자 '남원 경찰수련원 예산'을 일부 언론이 특정 인물을 ‘결정적 역할’로 포장하며 사실상 독자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기사엔 “모 인사가 예산 반영 결정적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예산 확보를 마치 한 개인의 공로인 것처럼 부각시켰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국가 예산 편성 시스템과도 맞지 않고, 실제 과정과도 상당한 괴리가 있는 내용으로 드러났다. 먼저 12월 8일자 도내 일간지는 반대로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과한 자화자찬’을 문제 삼으며 “국가 예산은 정부와 국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불과 닷새 차이의 보도가 정반대의 구조를 보인 셈이다. 타파인은 두 기사 사이의 공백, 다시 말해 의도적으로 감춰진 ‘팩트’가 무엇인지 집중 추적했다. /편집자주 탐사보도 의도
1. 12월 3일 기사, 왜곡의 출발점은 ‘개인 공로 프레임’
지난 3일자 기사 제목은 이렇게 시작된다. “모 인사가 결정적 역할” 기사엔 남원 경찰연수원 예산 442억 원 확보를 모 인사의 긴밀한 협의와 설득이 만든 결과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국가 예산 편성 구조상 단일 인물이 정부 예산을 ‘결정’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경찰청·국회·예결위·소소위 등 복합 구조를 거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일자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박희승 의원의 예결위 활동, 기재부 예산실의 1차 원칙(연수원 1곳 원칙),
남원시·전북자치도의 논리 보강 등을 축소하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여기서 첫 번째 왜곡이 발생한다. 바로 “성과를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기사 프레임”이다.
2. 12월 8일 기사…정반대의 보도로 ‘자화자찬 홍보’ 비판
아이러니하게도, 12월 8일자 도내 일간지와 통신사는 남원 경찰수련원 예산을 두고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내가 했다”는 식의 홍보가 눈살을 찌푸린다고 정면 비판했다. 지방선거 입지자들, 국비확보 ‘자화자찬’ 눈살
기사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예산 편성 권한은 정부와 국회의 고유 기능이며, 특히 예결위 소속 박희승 의원과 한병도 위원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썼다. '경찰수련원 신축' 예산 확보하고도 "내가 했다" 홍보 눈살
여기에 남원시와 김영태 시의장, 전북자치도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예산 반영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2월 3일자 기사에서 누락된 핵심 요소들이 8일자 기사에서는 오히려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각 기사를 요약하면 12월 3일 기사는 '개인 공로 프레임'을 12월 8일 기사엔 실제 예산구조 설명과 무분별한 홍보를 비판했다.
같은 언론인데도 기사 가치 판단의 기준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이 타파인 취재팀이 주목한 대목이다.
3. 타파인이 그동안 취재한 결론…“예산 내가 세웠다? 구조적으로 불가능”
타파인은 남원 경찰수련원 예산 확보 과정을 취재하면서 “일개 개인이 예산을 세웠다”는 주장은 법적·행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개인이 예산을 세운다는 건 구조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 예결특위 소속 의원은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다'며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전형적 허위과장"이라고 했다.
한병도 예결위원장 역시 취재 과정에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4. 그렇다면 실제로 누가 역할을 했는가?
탐사 취재 결과 남원경찰수련원 예산 확보 과정에서 실제 기여한 공식 라인업은 이미 명확하다.
박희승 국회의원을 비롯해 남원시 집행부, 남원시의회, 전북도의원, 전북자치도, 서울사무소장, 김철수 전 남원경찰서장, 한병도 국회예결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기재부·경찰청 실무라인이 예산 논리 구성과 예결위 설득, 부처 간 실무 협의를 주도한 핵심 축이었다.
이들은 경찰 연수 인프라 부족, 전북권 복지시설 노후, 남원의 입지와 균형발전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논리를 바탕으로 기재부 예산실·예결위·소소위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며 예산 반영을 이끌어냈다.
반면 지난 3일자 기사엔 예산을 자신이 세웠다고 주장하는 모 인사는 재정관리관 출신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 8월부터 예산실과 협의하며 남원유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회 예결위 박희승 의원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반영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했다. 다만 당초 기재부는 충남 보령 대천연수원 예산을 우선 검토하고 있었으며, 그의 역할 역시 여러 설득 채널 가운데 하나였을 뿐 단독 결정권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 예산 확보는 남원시의 사업계획·논리 보강, 전북자치도의 광역 필요성 제시, 김철수 전 서장의 경찰 조직 내부 필요성 설명, 경찰청 실무 라인의 대응, 예결위 소속 의원단의 제도권 조율 등 다양한 주체의 다층적 움직임이 결합된 결과로 이뤄졌으며, 이를 특정 개인의 공로로 단순화하는 프레임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구조이다.
5. 결국 왜 이런 보도가 나왔는가…선거용 조명 효과
취재 과정에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내가 예산했다’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나온다"며 "실제로 뛴 사람들은 조용한데, 손도 안 댄 사람들이 홍보를 더 크게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12월 3일자 보도는 이런 선거철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 '모 인사 단독 공로’로 왜곡해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취재진의 분석이다.
남원 경찰수련원 예산안은 정부와 국회·행정·실무 라인이 유기적으로 움직인 구조적 성과다.
그럼에도 일부 보도와 정치 홍보물은 예산을 마치 개인이 세운 듯 포장하는 가짜 공적 생산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타파인은 앞으로도 공적 가로채기, 선거용 예산 왜곡, SNS 기반 허위·과장 홍보, 지역 언론의 보도 검증 부족에 대해 지속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한편 남원 경찰수련원 건립사업은 총사업비 442억 원 규모로, 지하 1층·지상 4층, 118개 객실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의 수련원으로 추진된다.
내년도 국비 확보액은 건설보상비와 기본설계비를 포함한 1억 원이며, 이는 민선 8기 남원시가 추진 중인 ‘경찰특화도시’ 조성의 기반이 될 핵심 사업으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현재 전국 9개 경찰수련원의 객실 수는 총 305실에 불과하고, 전북지역에는 지난 1999년 지어진 17실 규모의 노후 수련원만 운영되고 있어 지역 경찰관조차 예약이 어려운 실정이다.
남원 수련원이 춘향테마파크 인근 도심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들어서면 관광·상권 활성화 효과와 함께 경찰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경찰청 역시 “13만 경찰공무원의 복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중부권 핵심 연수시설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