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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노레일 이후의 선택 ...‘남원 하늘길’ 열자

오정현 (전 남원시의회 의원)
"실패한 관광시설 시민 자산으로…'남원 하늘길’ 구상 제언”

모노레일 사태는 남원에 단순한 행정 실패 이상의 질문을 남겼다.

 

대법원 판결로 약 505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책임이 확정되면서, 문제는 더 이상 법적 공방이 아닌 ‘이후의 선택’으로 옮겨갔다.

 

재운행이냐, 철거냐라는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 이제 남원이 답해야 할 것은 실패한 공공사업을 어떻게 시민의 자산으로 되돌릴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이다.

 

이미 세워진 구조물을 비용의 관점이 아닌 가치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할 때, 모노레일은 철거 대상이 아닌 전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보다는 실패를 딛고 도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용기다.[기고내용 요약]

 

남원 모노레일 사태는 단순한 사업 실패를 넘어, 지방 행정의 판단과 공공재정 운영, 그리고 도시 미래 전략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남원시는 약 505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고, 그 결과는 시민의 재정 부담으로 현실화되었다.

 

그러나 판결은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지금 남원 앞에 놓인 과제는 배상금 지급이라는 재정적 문제를 넘어, 이미 설치된 모노레일 시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가 놓여졌다.

 

총 연장 약 2.44km에 이르는 모노레일 구간은 재운행을 전제로 하더라도 매년 20~30억 원 내외의 구조적 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운영 손실보다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철거를 선택할 경우에도 막대한 추가 비용과 공사비가 매몰되는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방치는 또 다른 도시 흉물화와 관리 비용을 초래한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비용은 발생한다는 점에서, 남원시는 ‘지출 최소화’가 아니라 ‘가치 회수 극대화’라는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기존 모노레일 시설을 철거하거나 재운행하는 이분법을 넘어, 기능 전환이라는 제3의 선택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가칭 ‘남원 하늘길’, 즉 공중산책길로의 전환이다.

 

기존 구조물과 레일 시설을 활용해 일정 폭 이상의 안전한 보행 공간 확보와 안전난간과 나무, 황토 등의 바닥재 설치, 최소 조도의 야간 조명을 설치하면 어떨까?

 

실패한 관광시설을 시민 중심의 공공 인프라로 재구성하는 전략이며, 도시 자산의 재해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노레일은 놀이시설로서는 실패했지만, 구조물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 것은 아니다.

 

이미 조성된 고가의 구조물은 평지에 비해 우위의 조망성과 공간적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관광지 상부와 자연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이 구조는 이동 수단으로서보다 ‘걷는 공간’으로 재정의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도 폐철도나 고가 구조물을 보행 중심 공간으로 전환한 사례는 도시 재생의 대표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중요한 것은 구조의 존치 여부보다 그 쓰임의 변화다.

 

남원 하늘길 구상의 핵심은 이용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있다.

 

첫 번째 주체는 시민이다.

 

이 공간은 무엇보다 시민의 일상 생활권 속에 편입되어야 한다.

 

걷기와 가벼운 운동, 가족 단위 산책이 가능한 공중 보행로는 새로운 생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 길은 특정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시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생활 공간이 된다.

 

두 번째 주체는 방문객이다. 관광객에게 남원 하늘길은 빠르게 이동하는 수단보다는 도시를 천천히 체험하는 탐방 동선이어야 한다.

 

조망 포인트와 쉼터를 중심으로 자연 경관과 도시 문화, 남원의 역사적 서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다면 체류형 관광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 소비형 관광이 아닌 이해와 체험 중심의 관광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계적 실행’이다.

 

전 구간을 동시에 조성하는 방식은 또 다른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약 1.0~1.5km 구간을 우선 시범 조성하여 구조적 안정성과 시민 수요, 운영 가능성을 검증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이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점진적 확대를 검토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는 재정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정책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공중산책길 중간에는 비가림과 해가림을 겸한 쉼터형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다.

 

기존 모노레일 차량을 고정형 쉼터로 활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가치가 있다.

 

이는 시설 재활용이라는 상징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는다.

 

쉼터는 단순 휴식 공간을 넘어 시민 소통 공간, 소규모 문화 콘텐츠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야간 운영 역시 과도한 연출보다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저전력 조명과 간접적인 미디어 연출, 제한적인 레이저 효과를 통해 남원의 계절 변화와 판소리, 지역 서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상시 운영이 아닌 특정 시간대 선택적 가동을 원칙으로 한다면 에너지 소비와 유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핵심은 화려함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은은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 모델은 단순한 관광 정책이 아니다.

 

이는 실패한 공공사업을 시민 자산으로 재구성하는 행정적 성찰의 결과물이 될 수 있다.

 

도시 공간은 단순한 시설 집합보다는 시민의 경험과 기억이 축적되는 장소다.

 

모노레일 구조물을 시민의 길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남원이 실패를 넘어 회복과 전환의 도시로 나아가는 상징적 행위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제안이 또 다른 관광사업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원하늘길의 본질은 시민 중심의 공공 인프라다. 관광 기능은 부가적 요소일 뿐, 핵심은 시민 일상에 기여하는 생활 기반 시설이라는 점에 있다. 실패를 철거로 덮기보다 전환을 통해 공공 가치를 회복하는 선택은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모노레일 사태는 남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상처를 외면한다고 치유되지는 않는다.

 

철거냐 방치냐라는 소모적 선택을 넘어, 전환이라는 제3의 길을 고민할 시점이다.

 

지금 남원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욕심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자산을 시민의 삶으로 되돌리는 용기다.

 

남원 하늘길은 단지 공중 산책로가 아니다.

 

그것은 실패를 딛고 다시 걷는 도시의 선언이며, 시민에게 돌려주는 길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비용의 논리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다.

 

시민의 길을 먼저 만드는 것, 그 출발이 바로 모노레일 사태의 해결이자 남원의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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