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3 (금)

  • 맑음동두천 -12.2℃
  • 맑음강릉 -6.2℃
  • 맑음서울 -10.0℃
  • 맑음대전 -7.6℃
  • 맑음대구 -5.5℃
  • 맑음울산 -5.0℃
  • 광주 -4.5℃
  • 맑음부산 -4.3℃
  • 흐림고창 -5.1℃
  • 구름많음제주 2.5℃
  • 맑음강화 -10.2℃
  • 맑음보은 -9.9℃
  • 맑음금산 -8.7℃
  • 흐림강진군 -6.3℃
  • 맑음경주시 -6.0℃
  • -거제 -2.8℃
기상청 제공
메뉴
후원하기

혈세 25억5200만원 투입…남원 광한루 청년창업, 12개 커피숍과 ‘정면 경쟁’ 괜찮나

경외상가 16개 점포 추진엔 찬성...이곳에 커피숍은 반대
상인 반발 확산…상권 살린다며 기존 자영업자부터 흔들어

(남원=타파인) 이상선 기자 = 남원 광한루원 일대 상권 재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커피숍 입점을 반대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남원시 경제과의 판단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남원시가 추진 중인 ‘광한루원 중심상권 거점센터’ 사업을 두고 국민신문고와 남원시 소통창구를 통해 찬반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핵심 쟁점은 ‘청년창업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투입되는 예산 규모와 기존 상권과의 경쟁 구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사업에 혈세 25억5200만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행정 논리와 “기존 자영업자를 죽인다”는 현장 반발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남원시는 지난 2025년 5월부터 2026년 5월 춘향제 가오픈을 목표로 광한루원 인근 경외상가 일대에 약 16개 점포 규모의 매장과 청년창업 시설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21일 남원시에 따르면 ‘광한루원 중심상권 거점센터’ 사업은 1차 모집에서 예비 청년창업자 26명이 신청했으며, 시는 오는 1월 29일 사업계획 발표(보고회)를 통해 계획서를 평가한 뒤 3월 중 14~16명을 최종 선정해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남원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중심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상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중장년(5~60대) 상인들은 “청년을 상주시키기 위해 평생 쌓아온 상권과 성실의 방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하며, “청년일자리 제공이라는 미명 아래 혈세를 투입해 기존 사업체를 흔드는 구조”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논란은 단순한 ‘청년지원’ 프레임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보다 구체적이다.

 

광한루원 주변에 이미 운영중인 커피숍이 약 12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시가 혈세 25억5200만원을 들여 청년창업 점포를 조성하고 커피·디저트 업종까지 사실상 경쟁 구도로 몰아가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한루원 일대 상권은 관광객 유입이 계절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구조적 특성이 강한 만큼, 기존 커피숍 업주들 사이에서는 시의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둘러싼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상인들은 “민간이 감당해야 할 경쟁에 행정이 예산으로 개입해 판을 흔드는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상인은 “올겨울 한파는 자연이 아니라 시 경제과 정책에서 더 세차게 불어온다”고 말했다.

 

다만 남원시는 사업의 취지를 (상인들이 생각하는) ‘커피숍 난립’이 아닌 상권 체질 개선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관광지형 상권을 살리려면 단순한 카페 중심 경쟁보다는 남원만의 특산물을 살린 베이커리·기념품·로컬푸드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아무것도 확정된 바가 없다. 지역 고유의 브랜드를 키우는 방식으로 상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발은 ‘대안없는 지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에서는 이미 가루빵을 대체하며 남원생산 가루쌀빵으로 소비자 입맛을 바꾼 ‘남원 아술당'은 남원 농촌의 자랑거리로 평가받으며, 지역 브랜드로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원엔 전국적으로 입소문 난 ‘명문제과’, ‘잡학다식’, ‘좋은아침페스츄리 남원점’ 처럼 매일 빵을 굽는 곳들이 성업중이다.

 

광한루원 상인들은 “이런 사례처럼 지역 원재료와 꾸준한 생산, 기술과 브랜드를 기반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혈세 공급이 끝난 뒤 자생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지원이 끊기면 폐업하고, 경쟁에서 밀린 소상공인들까지 연쇄 타격을 받아 지역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외상가의 역사성도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한때 경외상가는 광한루원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품과 특산물 판매가 활기를 띠며 지역 생활경제를 떠받쳤던 공간으로 기억된다.

 

당시 상인들은 연필과 책받침 같은 작은 물건을 팔며 생계를 잇고, 그 수익으로 자녀를 키워냈다는 회고도 나온다.


하지만 행정 주도의 정책 변화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상인들이 수차례 내몰렸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지방자치 이후 최중근 남원시장 시절 경외상가를 확장해 지역경기 부양을 시도했던 흐름과 달리, 현 최경식 시장 체제에서는 “기념품 중심 매장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판단 아래 외부 성공모델을 도입하는 방식이 반복되며 지역 상권의 뿌리가 흔들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원시의 반복된 ‘따라하기식 정책’이 신뢰를 갉아먹었다는 비판도 재점화됐다.

 

실제로 관광객이 몰리는 전주 남부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사례가 거론되면서 “남원춘향골공설시장이 청년 유입과 야간특화시장 운영에 실패한 건 청년이 없어서가 아닌, 정책이 체계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수십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야시장과 포장마차 매대가 방치돼 시 공유지 어딘가에 보관 중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며 ‘혈세 낭비’ 공방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시 지원이 끊겼을 때 청년 점포가 자립할 수 없다면 결국 단기성 사업에 그치고, 그 과정에서 기존 상권만 타격을 입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 시민은 “인구 7만 도시에서 이런 정책이 기존 상인을 죽이면 소멸 속도만 빨라질 것”이라며, “도랑치우고 가재 잡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원시 경제과를 향한 직설적 비판도 거침없다.

 

“보여주기식 매대가 아니라 원재료부터 지역 농산물을 써서 성장하는 사례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원천기술 없는 혈세낭비 놀이는 멈춰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선 “시민과 상생하지 않는 정책은 결국 시장의 무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번 내란을 지켜본 한 시민은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지시가 부당하다면 공직사회는 버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정책이 설계 단계부터 현실과 괴리돼 있는데도, 그 정책을 ‘열심’으로만 밀어붙이며 성과인 양 포장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룻밤 술자리를 숨기려 출근 시간 (혈세를 들여) 쇼를 한 윤석열이 오히려 한편으론 고맙다”며, “그 덕분에 행정이 얼마나 쉽게 ‘부지런한 실패’를 반복하는지, 민낯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속도와 실적으로만 추진될 경우, 행정이 결국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원시가 내세운 청년창업 지원이 ‘상권살리기’로 가는 길인지, ‘기존 상권붕괴’로 가는 지름길인지. 광한루원 경외상가를 둘러싼 갈등은 춘향제 시즌을 앞두고 더 거칠어질 전망이다.

프로필 사진
이상선 기자

기록하는 언론,
사람을 중심에 놓는 언론,
타파인입니다

타파인은 사람의 삶과 현장의 온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기록의 언론입니다.

2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