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타파인) 이상선 기자 = 말보다 마음이 먼저 전해진 오후였다.
10일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을 가득 메운 3,000여 시민 앞에서 이정린 도의원은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고개를 숙였다.
“나는 남원의 심부름꾼이었다”는 한 문장은 지난 8년의 시간을 압축했고, 시민들의 박수는 그 약속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답장이었다.
정치가 다시 사람의 언어로 말하던 순간, 보고회는 평가가 아니라 신뢰의 확인으로 완성됐다.
이날 공연장은 시작 전부터 좌석을 찾기 어려웠고, 2층과 로비까지 시민들로 붐볐다. ‘보고회’라는 이름과 달리 분위기는 설명회가 아니었다.
고개 숙인 정치인과 조용해진 객석, 그리고 이어진 공감의 호흡이 현장을 지배했다.
이 의원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기 전, 시민들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자랑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짧은 말에 객석은 즉각 반응했다.
이정린 의원은 자신을 “남원의 심부름꾼”이라 규정했다.
“전주로 가는 길마다 같은 다짐을 했습니다. 남원의 명령을 받아 심부름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8년을 버텼습니다.”
그는 화려한 수치보다 현장의 얼굴을 먼저 꺼냈다. 낡은 농로 다리, 비 오는 날 논두렁에서 들은 농민의 하소연, 회의실에서 번번이 막혔지만 현장 설득으로 돌파했던 순간들이 차분히 이어졌다.
“정치는 서류가 아니라 삶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말이 끝날 때마다 객석의 고개가 움직였다.
의정 성과로는 예산이 언급됐다. 도의회 입성 당시 355억 원이던 남원 도비는 2025년 기준 1,061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그는 숫자보다 과정에 시간을 썼다. “예산은 말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설명하고 거절당하고 다시 찾아가야 만들어집니다.”
농업·농촌 기반 정비, 교육시설 개선과 IB 교육 도입, 문화관광과 생활체육 인프라 확충 등 성과는 ‘버텨낸 시간’의 결과로 설명됐다.
가장 큰 박수는 생활밀착형 정책에서 나왔다. 남원의료원 운영비 안정화, 저소득층 간병비 부담 완화를 위한 조례, 초등학교 입학지원금과 사립유치원 유아비 지원 등은 화려한 개발보다 삶 가까운 정치의 의미를 환기했다.
“정치는 병실에서 간병비를 걱정하는 가족의 한숨을 덜어주는 일입니다.” 말이 끝나자 길고 조용한 박수가 이어졌다.
정계 인사들의 축사는 ‘신뢰의 이름’을 증명했다. 남원 현안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추진력,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태도, 지방 주도 성장과 기본사회 비전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영상 축사에서도 시민과 함께 성장해 온 성실함이 강조됐다.
질의응답에서는 교육, 청년 유출, 관광과 농산물 유통 등 현실적 질문이 이어졌다.
이정린 의원은 ‘남원에서 배우고 남원으로 돌아오는 구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류형 관광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마지막 인사에서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남원이 힘들 때는 제가 앞에 서겠습니다. 남원이 웃을 때는 저는 뒤에서 박수 치겠습니다.”
이날 의정보고회는 성과 발표가 아니라 공동체의 시간 확인이었다. 아직 겨울이지만, 회관을 나서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분명 봄을 향한 기대가 스며들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