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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최봉오, 자전거로 지리산 천왕봉 등정

남원 조산동 위너바이크 최봉오(35) 대표와 지리산 천왕봉 등정을 남원뉴스가 동행했다.
지난해 12월18일 새벽 5시20분. 다부진 체격의 최봉오 대표와 전지은(25)양이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마무리 점검이 한창이다.
겉으로 보기엔 지리산 천왕봉 등정에 부산함을 떠는 것 같지만, 오늘 이 두 사람에겐 특별한 도전이었기에 그들에 표정에선 결연함이 엿보였다.
며칠 전 지리산엔 눈이 많이 내렸다. 두 사람은 새로운 2016년을 맞아 건강한 정신과 체력을 다지자는 취지에 6일 전에도 천왕봉을 올랐다. 비 산악인이 천왕봉을 한 달에 두 번 오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건강을 다지기 위해 라이딩을 시작한 지 두 달여 밖에 안 된 지은양에겐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지리산을 타본 사람들은 그 마음을 안다. 그들의 도전을 꺽을 순 없었다.<편집자주>

 

▲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
▲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
▲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
▲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
▲ 천왕봉에서 반야봉을 등지고

새벽 5시30분. 남원을 출발한 이들은 6시30분 지리산국립공원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각자가 짊어질 배낭의 무게를 최소로 챙겨왔지만 15kg 이상 무게가 나가는 느낌이었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된 천왕봉 등정은 전날 내린 눈으로 아이젠까지 갖추고 나서야 한발 한발 내딛을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천왕봉을 오르자 마치 '산다람쥐'같은 가벼운 몸놀림을 뽐냈다.

최 대표는 하동바위 앞 구름다리를 추위속에 자전거 끌빠(라이딩 용어)를 하면서도 엄청난 땀을 흘렸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곳 하동바위에서 준비해간 초코파이와 귤을 먹으며 10분 정도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산을 올랐다. 출발한지 1시간만에 처음 휴식을 취했다.

일행은 다시 참샘까지 발을 옮겼다. 문득 산을 오르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겨울산은 여름산에 비해 준비할 것도 많아 배낭 속 짐도 상당히 버거울 수밖에 없는데 최 대표의 자전거 천왕봉 등정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 산행 중 폭설이 내려 갇힌다면 나만 살자고 일행을 눈 속에 두고 가야할 지 만감이 교차했다.

그냥 걷기에도 힘든 산행 속에 이런저런 잡념에 빠지곤 했다. 산행 시간이 두 시간째 지속되도 변하지 않는 최 대표의 힘찬 발걸음에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샘에 도착해 지리산의 속살을 보듯 철철넘치는 물을 보니 힘이 넘쳤다. 샘에 마련된 바가지로 서너 번 마시니 힘이 솟았다.

최 대표의 온몸에선 하얀 김이 났다. 오늘 따라 더 멋지고 다부져보였다. 남자가 상남자를 알아보는 그런 느낌이었다.

자전거는 이제 끌빠에서 멜빠(라이딩 용어)로 바뀌고 우릴 지나치는 등산객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우와 대단해요.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입니다" 등 숱한 격려의 말이 최 대표에게 날아왔다.

그 격려의 소리에 나도 멜빠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남자가 아니 인간으로 태어나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격려를 받아본 적이 내게 있었던가?

참샘을 출발해 8부능선 소지봉에 도착해서는 장터목산장까지 등산로가 부드러워 길게는 100미터, 짧게는 10미터를 자전거로 산행을 했다.

드디어 오전 10시40분께 장터목산장에 어렵사리 도착할 수 있었다. 심마니의 심봤다 심정이었다.

지리산에서 처음으로 바다가 보였다. 청명한 겨울산은 남해바다 광양만을 보는 기회를 선사했다.

최 대표는 전날 '히말라아' 영화를 관람하면서 천왕봉 자전거 등정의 의지를 불태웠다. 지리산은 그런 그를 위해 청명한 겨울산을 허락했다.

이날 일행들은 멋지고 그림같은 지리산을 보면서 겨울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장터목산장에서 이른 점심을 준비했다. 준비해간 오리훈제와 라면, 간단한 소주까지 어느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특히 최 대표는 무지 잘 먹는다. 항상 라이딩과 모임에선 남은 음식은 최 대표 몫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두 배로 먹었다. 함께 등산한 난 이해 할 수 있었다.

최 대표와 함께 산을 오른 일행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장터목까지 올라온 자체를 천왕봉정상을 밟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 만큼 자전거와 함께 오르는 지리산은 녹록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오후 1시까지 여유로운 점심을 먹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장터목에서의 여유때문인가, 다리가 한결 가벼웠다. 특히나 최 대표는 제석봉 고사목 지대를 걸을 땐 차가운 바람과 맞서 겨울추위를 즐기는 여유까지 보였다.

괴물 최 대표, 산도 타보지 않은 사람이 지리산 천왕봉을 6일 만에 두 번 오르고 있으니, 괴물이라 표현할 만 하다.

한 시간 가량 지리산을 즐기며 오르는 일행을 반기는 천왕봉은 아름답고 웅장했다. 대자연의 신비로움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풍광이었다.

가져간 모든 카메라를 동원해 천왕봉 등정을 축하하는 사진 플래시를 터트렸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천왕봉에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멜빠를 하고 끌빠를 통해 등정에 성공한 최 대표의 한마디는 짧았다. "해냈다~" 딱 세 마디로 마무리했다.

그가 지리산을 찾아 고행한 짧은 시간 동안 옆에서 그를 지켜본 느낌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과 도전에서 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그는 신세대 젊은이 답게 당찼다.

이날 산행은 오후 4시54분 백무동에 도착하면서 끝이 났다. 10시간 무렵 걸렸나.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이번 산행에 대해 더 큰 도전을 계획하고 있음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얼마전 산악인 안치영이 세계 최고봉 화산에 자전거 등정에 성공했었다. 안치영 대장은 12월6일 오후 2시(현지시간) ‘오호스 델 살라도 (Ojos del Salado,6893m)’를 등정했다.

세계 최고봉 화산을 자전거로 등정한 것은 아시아 최초의 사례다. 최 대표는 안치영의 기록을 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최 라이더는 2013년 자전거에 입문해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을 9박10일 다녀왔고 2015년엔 보성일림산 산악자전거대회 베테랑1부에서 2위, 순천만산악자전거대회 베테랑1부 2위에 입상하며 알찬 한해를 보냈다.

고향 전남곡성에서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남원이 좋아 주소를 옮겨 이사할 정도로 남원에 빠져 살고 있다.

그에게 자전거는 ‘인생을 바꾸게 만들어준 두 바퀴’다. 그의 도전이 어디서 마침표를 찍을지 기대된다.

그는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스위스 융프라우를 뽑았다.

*라이더(rider): 말·자전거·오토바이를 타는 사람
 라이딩(riding): (차에) 타기, 승차 또는 타는 것 자체를 말한다.

#라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