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탐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삶과 선택을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함이다.
이른바 "과거는 미래의 스승이다"라는 말처럼,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이 정의이고 진실인지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하지만 인류는 종종 그 뼈아픈 교훈을 망각하곤 하며, 그 결과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혼란과 악순환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전근대 사회의 역사를 한 편의 연극에 비유한다면, 최고의 권력을 쥔 군주가 주연일 것이고 그를 보좌하는 신하들은 조연, 그리고 피지배층인 백성들은 무대의 배경이자 보조였을 것이다. 이상적인 국가라면 주연이 그 역할에 걸맞은 훌륭한 연기를 펼쳐야 마땅하나, 안타깝게도 역사 속 주연들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바로 이때, 무대의 향방을 결정짓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이들이 바로 '조연'인 신하들이다. 이들 중 자신의 뚜렷한 색깔과 신념으로 올바른 역사의 족적을 남긴 이들을 우리는 '명신(名臣)'이라 부르며, 오직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국가와 민족을 파멸로 몰고 간 이들을 '간신(奸臣)'이라 부른다.
명신(名臣): 시대를 짊어진 고독한 등불
명신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군주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백성의 안위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던 시대의 개혁자이자 애국자들이다. 이들은 권력의 단맛에 취하기보다는 험난한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책무와 소명을 다했다.
당나라 현종 시절, 강직한 신하 한휴가 재상으로 임명된 뒤 황제의 잘못을 사사건건 지적하자 황제는 눈에 띄게 야위어 갔다. 주변에서 왜 그를 내치지 않느냐고 묻자 현종은 "나는 말랐지만 천하가 살찌지 않았는가"라고 대답했다. 이 일화는 명신이 지닌 본연의 역할을 정확히 보여준다. 명신은 군주의 안락함이나 자신의 영달이 아닌 '천하(백성)'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삼는 존재다.
또한 송나라의 대신 조보는 황제의 무원칙한 인사에 맞서 "형벌은 잘못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고, 상은 공에 대한 보답입니다. 따라서 상벌은 천하의 것이지 폐하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라며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명신들은 때로는 비굴해 보일지라도 끈질기게, 때로는 목숨을 걸고 당당하게 시대의 모순과 싸웠다.
명군의 대명사인 당 태종은 명재상 위징이 세상을 떠나자 "거울 하나를 잃었구나!"라며 통곡했다. 자신의 오만과 실정을 가감 없이 비춰주던 '인간 거울'을 잃은 슬픔이었다. 이처럼 명신은 권력자가 스스로를 경계하게 만드는 훌륭한 반사경이었으나, 대다수의 명신들은 숱한 견제와 모함 속에서 불우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고, 역사의 정당한 평가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간신(奸臣): 탐욕과 위장으로 자라나는 독버섯
명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가 바로 간신이다. 간신은 불평등한 착취 구조, 썩은 도덕의식, 그리고 권력자의 독재와 어지러운 사회 정세라는 부패한 토양 위에서 자라난다. 이들의 유일한 목적은 '자신의 이익'이며, 국가의 존망이나 역사적 평가는 안중에도 없다. 간신의 본질은 "젖을 먹여주는 사람이 곧 내 어미다"라는 철저한 기회주의에 있다.
간신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가장 무서운 무기는 '위장술'과 '아부'다. 당 현종을 파멸로 몰고 간 안녹산은 자신의 튀어나온 배를 보며 무엇이 들었느냐고 묻는 황제에게 "폐하에 대한 일편단심이 가득 차 있을 따름입니다"라고 아부하여 굳건한 신임을 얻었으나, 결국 반란의 칼을 빼들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역아는 "사람 고기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군주의 농담에 자신의 세 살배기 아들을 요리해 바치는 잔혹함을 보이며 권력에 기생했다.
또한, 간신들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면 국가의 안위조차 가차 없이 팔아넘긴다.
남송의 진회는 금나라가 쳐들어와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구국의 영웅 악비가 공을 세워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까 두려워 황제를 종용해 회군하게 만들고 끝내 악비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외적이 쳐들어오는 것은 겁나지 않아도 자기 자리 흔들리는 것은 겁난다"는 간신의 끔찍한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나라의 화신은 무려 1억 6천만 평의 논밭과 8억 냥에 달하는 은을 부정 축재하며 국가 재정을 파탄 냈고, 오죽하면 "화신이 쓰러지자 가경제가 배불리 먹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간신이 살아남는 법, 권력의 공생과 비정한 말로
간신배가 속이려는 최우선 대상은 바로 '최고 통치자'다. 훌륭한 성군 아래에서는 간신이 숨을 죽이지만, 어리석은 암군(暗君)이나 혼군(昏君) 아래에서는 간신이 활개를 친다. 북제 시대의 간신 화사개와 군주 고담이 "전하께서는 하늘나라 사람이십니다", "경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오"라며 서로를 치켜세운 기막힌 대화는, 무능한 군주와 간신이 어떻게 현실을 도피하며 공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간신들은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피해자인 척 위장하기도 한다. 희대의 간신 왕망은 딸을 황후 후보에 올리기 위해 속내를 감춘 채 "신은 본디 덕이 없고 딸자식 역시 재주가 없어…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이 옳을 줄 아옵니다"라며 고도의 심리전을 폈다. 한나라 원제 때의 간신 석현은 자신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자 황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후궁 청소라도 하면서 지낼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라고 애원하며 동정심을 유발해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이들의 말로는 비참하며 그들이 남긴 상흔은 깊다. 당나라의 충신 곽자의가 간신 노기를 보며 "이자가 뜻을 이루는 날에는 내 자손이 씨도 남지 않겠구나"라고 예언했던 것처럼, 간신은 충신들을 멸족시키고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심지어 권력 앞에서는 천륜도 무너진다. 송나라의 간신 채경은 자신의 권력을 탐낸 아들 채유가 "대인의 맥박이 느린 것을 보니 틀림없이 몸이 불편하시지요"라며 병을 핑계로 아비를 파면시키는 촌극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한평생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권력에 굽실거렸던 양재사는 "세상이 도가 어렵고 힘들 때는 곧은 자가 먼저 화를 당한다. 그러니 이렇게 하지 않고서 무슨 수로 내 한 몸을 보전하겠는가"라고 항변했고, 남송의 간신 가사도를 위해 지식을 팔았던 요형중은 몰락 앞에서 애첩을 달래며 "하루아침에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느냐… 차라리 약을 먹고 죽는 것이 낫겠구나"라며 권력의 무상함을 탄식했다. 이것이 사리사욕만을 좇던 이들이 맞이하는 필연적인 파국이다.
미래를 위한 스승,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사마천은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유능한 신하가 생각나고, 집안이 가난해지면 현모양처가 생각난다"고 하였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진정한 인재, 즉 '명신'의 존재가 절실해진다.
그렇다면 성실하고 선량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수천 년 동안 간신배의 위장술과 중상모략에 속고 당해왔는가? 간신을 가려내고 제압하는 일은 고도의 통찰력과 용기가 필요한 복잡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신들의 교묘한 언설에 속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실 관계를 따져 묻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송 태조 조광윤이 자신의 취미 생활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신하를 때리려 하자, 그 신하는 물러서지 않고 "폐하께 충고할 권리가 제게는 없습니다. 다만 사관이 오늘 일을 기록할 테니까요."라고 쏘아붙였다.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두려워하는 이 한마디에 절대 권력자조차 기세를 꺾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이 '사관(史官)'의 눈을 가져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곁에 있는 자들이 천하(국민)를 위해 쓴소리를 하는 한휴와 위징 같은 인물인지, 아니면 달콤한 말로 눈을 가리고 자기 배만 불리는 안녹산과 화신 같은 인물인지 꿰뚫어 보아야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뇌물을 바치려던 자에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라고 호통을 쳤던 이름 모를 지방 관리의 청렴함이야말로 시대를 지탱하는 진정한 힘이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고, 어떤 가치를 수호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명신들이 보여준 공공을 향한 희생과 올바른 의식, 그리고 간신들이 남긴 파멸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역사를 배우는 진정한 교훈이며,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주변을 맴도는 소인배와 간신들의 환영을 몰아내고 보다 나은 미래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우리의 시대적 소명일 것이다.
.빛나사역사연구소 소장
김준권 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