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약화뿐만 아니라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까지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이 달러를 모으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특히 리디노미네이션이 진행되면 원화 가치 하락과 음성 자금이 공개될 수 있기에 재력가들에게 달러 사재기는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화폐개혁 불안감이 최근 환율 급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국내 경제 악화와 대외 리스크 등이 더 근본적인 이유다. 게다가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의 '과감한 재정 주문'으로 내년도 예산이 500조를 돌파할 전망이 나오면서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경기 부진과 양극화 심화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세수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시 국내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고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래저래 달러 오를 요인만 있고 서민들에게는 더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유범수 작가 <칼럼과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인간에게 행복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까? 아닐 수도 있겠다.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처럼 사람들은 서로 돕고 사는 존재이다. 벌과 개미와 같이 집단, 조직을 이루어 산다. 역할 분담으로 인한 효율로 생산력이 높아지고 개체수가 어마무시하게 증가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이렇게 번성하게 된 것은 뇌의 활용과 발달 혹은 언어라는 해석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바로 분업이다. 또한 분업으로 기본적인 생명유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고 여가가 생겨 다른 분야 즉, 문명이 발전했다. 더 많은 욕구를 충족하고 생존과 별로 관계 없는 놀이와 거시적 관심, 사유, 관찰 등까지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고 욕구를 충족했을 때 느끼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우선으로 둔다면 이러한 문명 발전이 행복추구에 큰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인간의 본성을 감안했을때 분업은 인간에게 행복보다는 불행을 준다. 특히 분업의 극대화로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로는 생산물과의 단절로 인해 이를 자신의 행위, 즉 노동의 직접적 이유를 혼동케 했다. 또한 창의력을 사용하는 즐거움이 사라지며 인간 본성과 배치되며 회의를 불러왔다. 이 때문에 분업의 단점을 부각하며 분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한다. -국부론 4편 2장 9절- ‘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에서 나오는 가장 유명한 말이다. 이와 함께 많이 인용되는 구절은 아래와 같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자애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않고 그들에게 유리함을 말한다. 거지 이외에는 아무도 전적으로 동포들의 자비심에만 의지해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국부론 1편 2장 2절- 국부론 1편은 분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미스는 인간들이 분업을 하게 된 배경과 과정, 그로 인한 여러가지 변화를 관찰하고 서술했다. 경제라 부를 수 있는 분야들은 분업으로 야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인간 문명의 발전 또한 분업의 효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분업으로 서로 돕고 사는 인간사회에서는 각자 개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본능에만 충실해도 거시적으로 공공의 이익이 증진되는
상인은 반드시 어떤 특정국의 시민일 필요는 없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맞는 말이다. 어느 지역에서 자기의 사업을 운영하는가는 대체로 그들에게는 상관이 없다. 매우 사소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그는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그의 자본 및 그것이 유지하는 산업을 옮겨버린다. -국부론 3편 4장 24절- LG전자가 국내 휴대전화 제조공장의 물량을 대거 베트남과 브라질 등 해외공장으로 이동시킨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관련기사에 따르면 한국 공장에서 인건비 등 각종 비용부담이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에 결국 물량 이전을 결정했다는 것. LG전자는 한때 세계 3위, 국내 2위의 휴대전화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부터 위기가 닥쳤고, 스마트폰 사업은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근로시간 조정과 급여 상승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 결국 국내 공장 축소·철수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의 1분기 GDP 증가율이 약 10년 만에 최저인 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은 3%대를 기록하며 시장
노예노동은 모든 노동 가운데 가장 비싸다. -국부론 3편 2장 9절- 모든 시대와 모든 민족은 경험하고 증명했다. 노예에 의한 작업이 가장 비싸다는 것을. 지주 입장에서 비록 당장은 숙식비용만 지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런 재산도 획득할 수 없는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이 먹고 가능한 한 적게 노동하는 것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주는 노예를 움직이기 위해서 공포와 폭력을 사용했다. 그마저도 자발적인 움직임이 아니기에 토지를 개량하고 작물을 생산하는 효율이 낮았다. 결국 지주 입장에서 얻는 게 적기에 노예 노동은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국부론 전체에 흐르는 기조는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개인들의 강력한 이기적인 힘을 국부(國富) 증진으로 환원시키는 것에 대한 고찰을 서술했다. 노예 다음 생산물을 지주와 분배하는 소작농이 생겼고, 소작농은 노예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재산을 획득할 수 있고 토지생산물의 일정한 몫을 가질 수 있어 생산물을 증가시키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생산물의 반을 지주가 가져가기에 토지개량에 투자할 여력이 적어 생산량 증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소작
농업자의 자본은 머슴과 가축을 고용하고, 연간생산물에 다른 자본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부가한다. -국부론 2편 5장 12절- 자본은 천연생산물 조달, 제조업, 운송, 분배에 사용될 수 있다. 각각 사회의 편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각 분야에 고용을 창출해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 생활할 수 있다. 그 중 스미스는 농업에 쓰이는 자본이 사회에 가장 유리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이 쓰이는 위 네 가지 분야 중 천연생산물 조달이 국가 산업의 가장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농업에 자본이 사용되면 이에 비례해 생산적 노동량은 더욱 커지며, 사회의 토지·노동의 연간생산물에 부가하는 가치도 더욱 커진다. 충분한 자본이 없는 국가일수록 기초에 충실해 농업에 자본을 많이 사용할수록 연간생산물이 늘어나 나머지 제조, 운송, 분배까지 사용될 수 있는 자본이 풍족해진다. 과거 아메리카가 이런 식으로 부강해졌으며, 고대 이집트·고대 인도 등도 이런 식으로 충분한 자본을 획득해 번영했다. 국가 또한 개인처럼 수입을 절약해서 축적하면 자본은 증가한다. 이러한 자본은 사회 전반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나라를 강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한국은 어떤가
공적인 낭비와 무분별은 사적인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다. -국부론 2편 3장 30절- 그러나 사적인 절약과 신중이 이런 사정을 조용히 상쇄해 왔다. -국부론 2편 3장 36절- 스미스는 자본의 증가는 절약이나 저축에 의해, 감소는 낭비에 의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규정을 했다. 사실 지금 시대도 이는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열심히 일하고 절약, 저축을 해서 3대를 이어가면 된다는 것처럼 이를 벗어나서 부를 축적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비를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더 좋게 하려는 욕망으로 저축도 한다. 낭비처럼 돌발적이지 않지만 절약과 저축은 일종의 본능과 같다. 이러한 개인의 행동이 모여 국가의 부를 증진시킨다. 그러나 스미스는 절약하는 정부를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다고 한다. 공적 낭비는 스미스가 살던 1700년대나 지금이나 비슷했나보다. 정부, 특히 지자체의 황당한 낭비는 지금도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스미스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세입의 대부분을 비생산적인 곳에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개인들의 본인 처지를 개선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매우 강력해서 정부와 행정의 큰
사회 상태의 진보는 지대를 인상시킨다. -국부론 1편 11장 4-1절- 지난 18일 한 경제지에서 ‘땅값 고공행진에...자투리 땅도 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정치성향을 떠나 모든 정권은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대책을 쏟아내지만 땅값은 오른다. 최근 화폐개혁 가능성이 거론되며 돈이 땅으로 몰린다는 해석도 있지만 스미스는 지대 상승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라고 관찰하고 이에 대한 논문을 수백년전 작성했다. 지금도 이런 부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국부론 1편 마지막 장에서 스미스는 지대가 상승하는 이유를 5개의 절을 통해 반복적으로 설명한다. ‘사회 상태의 진보는’, ‘개량 및 경작의 확대는’, ‘가축 등의 가격상승도’, ‘제조품의 가격을 저하시키는 개량은’, ‘고용되는 유용노동량의 증가 또한’ 모두 지대를 상승시킨다는 것. 가격을 이루는 노동임금, 자본이윤, 토지지대 중 가격 변동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것은 지대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이윤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지대로 먹고 사는 사람들 중 지주계급은 스스로 노동하지 않고, 사업적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고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것처럼 수입
다음의 다섯 가지 사정들은 어떤 직업에서는 금전상의 수익이 적은 것을 보상해주고, 다른 어떤 직업에서는 금전상의 수익이 큰 것을 상쇄시키는 주요한 사정들이다. 첫째, 직업자체가 사람들을 유쾌하게 하는가, 불쾌하게 하는가. 둘째, 그 직업을 습득하기 쉽고 비용이 저렴한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가. 셋째, 취업이 안정적인가, 불안정적인가. 넷째,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신임(信任), 곧 그의 책임이 큰가 작인가. 다섯째, 그 직업에서 성공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 -국부론 10장 1-1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계급처럼 갈리는 이 시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이상향과 같다. 동시에 이 명제가 참이라면 이와 상반되는 상이한 노동이라면 임금 또한 차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스미스는 300년전 여러나라 여러직업을 관찰하고 임금이 차이나는 요인을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요약하면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은 누구나 하기 싫으니 그에 대한 보상이 크다는 것. 거기에 기술 습득이 오래걸리고 성공 확률이 적을 수록 임금이 높다고 한다. 지금 시대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의사, 변호사는 고소득 전문직이었나 보다.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많은 지식
고임금은 국부의 실제 크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증대에 의해 야기된다. -국부론 1편 8장 22절-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성장이 정체된 나라에서는 임금이 높지 않다. -국부론 1편 8장 24절- 임금도 경기 순환에 따라 상승, 하락을 반복한다. 경제 성장기에 고용의 수요가 공급을 앞서기에 임금은 올라간다. 반면 정체되면 노동시장은 경직되며 임금이 낮아지고, 쇠퇴 시에는 일자리보다 노동자가 많기에 경쟁이 심화돼 노동자의 생활은 비참하고 궁핍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진다. 그렇기에 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경제를 선순환 시켜야 한다. 아울러 최저임금 생활자는 스스로 생계유지를 할 수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다르다. 스스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지금처럼 복지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생계유지가 가능한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이와 다른 부분이다. 복지로 해결할 영역과 경기 회복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해야한다./유범수 작가(시사평론가) <칼럼과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