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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이백면 남계리 남평마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대학생이 되면서 시작한 객지생활인데,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한 곳에 정착해 온전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니 객지생활이란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음 심연에서는 여전히 객지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고향 집은 낡은 살림도구를 그대로 간직한 채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십 수 년째 기다리고 있다. 이에 부응하고 싶어서일까? 나는 틈만 나면 고향을 찾아 내려간다.
녹슨 대문, 잡초가 우거진 마당, 먼지 수북한 마루, 그리고 거미줄 가득한 방을 그저 조용히 둘러보기만 할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내가 할 일을 한 듯한 느낌을 갖는다. 한때는 오랜만에 방문한 집이라며 수선과 청소에 많은 시간과 땀을 쏟아 붓곤 했는데...
고향을 자주 찾는 이유가 비단 생가(生家) 방문만이 아니다. 선친의 묘, 일가친지, 고향친구들 도 끊임없이 나를 고향으로 유인하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모교였던 초등학교가 있다.
유년시절 배움의 전당이자 놀이공간이었던 남평초등학교. 동네 옆이라는 지리적 근접성 때문이었을까.
엇비슷한 또래의 동네 선후배들과 틈만 나면 운동장으로 달려가 즐겁게 어울리곤 했다.
그런 추억의 공간이 안타깝게도 폐교가 되었다. 지금은 개인사업자가 인수해 사업장으로 활용하느라 학교의 모습은 남아있질 않다.
다행히 유년 때부터 교정을 지켜주던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그대로 버티고 있어 나는 고향을 내려갈 때면 습관적으로 느티나무에게 인사하러 간다.
느티나무 밑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상념(想念)과 감상(感傷)에 젖게 되며 자신을 반추(反芻)해보기도 한다.
급변하는 문화체계와 세상흐름에 적응하고 편승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모습이 나의 일상이다.
그렇지만 나에겐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으로 언제나 나를 기다리며 반겨주는 고향이 있다.
그런 고향이 있다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오늘도 객지생활을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