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 보내는 편지
남원시 이백면 남계리 남평마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대학생이 되면서 시작한 객지생활인데,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한 곳에 정착해 온전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니 객지생활이란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음 심연에서는 여전히 객지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고향 집은 낡은 살림도구를 그대로 간직한 채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십 수 년째 기다리고 있다. 이에 부응하고 싶어서일까? 나는 틈만 나면 고향을 찾아 내려간다. 녹슨 대문, 잡초가 우거진 마당, 먼지 수북한 마루, 그리고 거미줄 가득한 방을 그저 조용히 둘러보기만 할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내가 할 일을 한 듯한 느낌을 갖는다. 한때는 오랜만에 방문한 집이라며 수선과 청소에 많은 시간과 땀을 쏟아 붓곤 했는데... 고향을 자주 찾는 이유가 비단 생가(生家) 방문만이 아니다. 선친의 묘, 일가친지, 고향친구들 도 끊임없이 나를 고향으로 유인하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모교였던 초등학교가 있다. 유년시절 배움의 전당이자 놀이공간이었던 남평초등학교. 동네 옆이라는 지리적 근접성 때문이었을까. 엇비슷한 또래의 동네 선후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