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제주 앞바다에서 어미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걸치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 모습은 다큐제주와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의해 포착됐으며, 어미 돌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새끼를 들어 올리려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영상엔 여러 돌고래가 바다를 헤엄치는 가운데, 한 돌고래의 주둥이에 죽은 새끼가 걸쳐져 있었다. 어미 돌고래는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새끼를 들어 올리려는 모습을 반복하며, 마치 새끼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였다. 이는 어미 돌고래가 새끼를 숨 쉬게 하려는 애달픈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죽은 새끼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로,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와 같은 현상은 인간과의 공존을 고민해야 할 시급한 문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오승목 감독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며, 이들의 서식지와 생태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행동은 고래가 새끼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동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으며, 비슷한 사례는 미국에서도 범고래에 의해 관찰된바 있다.
고래류의 독특한 행동 중 하나는 죽은 새끼를 돌보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주 퓨젓사운드만 일대에서 어미 범고래 탈레쿠아가 죽은 새끼와 함께 있는 모습이 발견되어 화제가 됐다.
탈레쿠아는 2018년에도 비슷한 행동을 보인바 있다. 당시 그녀는 죽은 새끼를 데리고 17일간 1000㎞ 이상을 헤엄쳐 다니며 애도의 시간을 보냈다.
고래류가 죽은 새끼를 돌보는 행동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1970년부터 2016년까지 보고된 78개 사례 중 20종의 고래류가 죽은 개체에 대해 사후 반응을 보였다.
특히 돌고래류에서 이러한 행동이 두드러지며, 암컷이 죽은 새끼나 약한 개체에 대해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고래류의 이러한 행동이 죽은 새끼를 되살리려는 시도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고래류는 강한 사회적 유대감으로 인해 죽은 새끼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래들이 죽음을 인식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고래류는 자신이 사랑했던 새끼를 떠나지 않고 애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죽은 새끼가 가라앉고 부패한 후에야 겨우 떠나곤 한다. 이러한 행동은 인간이 세상을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모습과도 닮아 있어, 고래류의 깊은 애착과 감정적 유대감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제주 바다에서 죽은 새끼 돌고래를 등에 얹고 다니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이 잇따라 목격되면서, 제주 해역의 환경이 이들의 서식에 점점 부적합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제주 바다에서는 여러 차례 죽은 새끼를 운반하는 남방큰돌고래가 목격된바 있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환경적 위기에 대한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에 따르면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1년생 새끼 사망률은 2015년 17%에서 2018년 47%로 급증했으며, 이후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같은 돌고래 종이 서식하는 호주의 샤크만(24%)이나 일본의 미쿠라섬(13%)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현재 제주 해역에 남아있는 남방큰돌고래는 약 120마리에 불과해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는 남방큰돌고래에 법적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안은 남방큰돌고래를 포함한 특정 생물종과 생태계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하고, 이들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생태법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과 재원 마련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제주 연안은 현재 해상교통량 증가로 인한 선박 충돌 위험, 어업 활동에 따른 혼획, 해상풍력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저주파 소음 등 여러 환경적 요인이 남방큰돌고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의 활동이 남방큰돌고래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할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