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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가야 기문국 주거 유전자를 가진 쇄집

가야 기문국이 있던 운봉고원에는 지리산 사람들의 자연 생태 가옥인 쇄집이 있다.

1970년대 새마을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리산 사람들의 전통가옥은 대부분 쇄집이었다.

해발 500m내외의 중산간 지방인 내기, 고촌, 회덕, 노치의 집들은 운봉고원의 대표적인 쇄집이었다.

쇄는 일년생 목초이며 산간지방의 산림이 우거지지 않는 건조한 지역에 자라며 가을이 되면 갈대꽃을 피우고 줄기는 단단하고 피막이 되어 있어 물이 쉽게 스며들지 못한다.

 

 

이 지역에서 쇄집이 주로 건축되었던 것은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의 운봉지역인 가야 기문 나라는 눈이 많이 내리고 겨울철에는 평야지보다 5도 이상 추운 곳이다.

그러다 보니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다. 그래서 지붕은 눈의 무게에 견딜 수 있어야 했다. 여기에 여름철 잦은 강우와 구름으로 인해 생기는 물기에 오래도록 잘 견딜 수 있어야 했다.

또한 고랭지의 특성으로 벼농사는 아주 어려운 곳이었기에 볏짚의 확보는 거의 불가능했다.

이러한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집구조로 지붕에 쇄를 이는 집이 발달하였다.

쇄집 지붕의 수명은 40여년쯤이다. 그러하니 볏짚 지붕처럼 해마다 지붕을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가 있다.

쇄집을 만드는 과정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먼저 지붕의 구조를 경사지게 만든다. 물 빠짐이 좋게 하기 위해서이고 지붕에 쌓인 눈이 잘 흘러내리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다음에 지붕 속에다 솔잎가지를 넣고 쇄로 이엉을 만들어 지붕을 덮는다.

첫째는 눈이 많이 오는 지방이기 때문에 경사를 급하게 하고 미끄러운 재료로 만든 지붕만이 겨울철 눈이 바로 땅으로 미끄러져 내려 무게를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고 다음은 재료를 산악지방의 생활주변에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번 지붕을 만들면 4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야 기문국의 주거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쇄집의 지붕을 이을 때 쇄의 양은 어른 지게 짐으로 40여 짐 이상 소요된다. 재료준비는 일주일정도 소요되며 지붕을 이은 데에는 5일정도가 소요 된다.

이 쇄집은 경사가 급하여 초가집과는 달리 아무나 만들 수가 없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바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지금은 남원시 주천면 회덕마을 구석 집이라 불리는 박찬기옹(작고)의 집만이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 집은 1950년대에 지붕을 만든 후 1995년도에 정부지원금으로 지붕을 새로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