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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관치(官治)시대의 남원시

전주일보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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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자 신영배 전주일보 발행인 칼럼 /전주일보
지난달 29일 법원은 남원시 내척동 주민들이 낸 남원시 건축허가 취소 행정소송에서 주민들의 편을 들어 건축허가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지형도면의 작성과 고시 없는 남원시 조례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해당 양계장은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양성화 특례조치로 처리된 것은 재량권 일탈 ·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국토이용규제기본법에 묶여 있는 지역의 무허가축사를 양성화하는 특례법의 취지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축사를 운영해 온 불법 축사를 양성화해 축산업 허가를 얻고 현대화 해, 규모의 축산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남원시가 허가한 내척동 ‘무창계사’는 남원시가 제한구역으로 묶어놓은 지역이 아닌 데다, 지난 2005년에 축사가 지어져 일정 기간 사용하다가 10년 이상 가축을 기르지 않아 텅 비어 있던 축사일 뿐, 양성화 대상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양성화에 필요한 두 가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대상을 양성화라는 이름으로 재건축 허가를 해준 것이므로 당연히 건축허가는 취소해야 마땅한 일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법원이 건축허가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면 남원시는 허가를 취소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도 이에 불복해 항소를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당초에 부실하게 지정했던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 요건을 보완하기 위한 용역을 뒤늦게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오기행정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016년 10월 내척동 357-18번지 등 3필지에 박모씨가 ‘무창계사’를 짓겠다며 신청한 건축허가를 남원시가 승인했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해당 계사가 10여년 전부터 닭을 사육하지 않은 명목상의 계사일 뿐, ‘무허가 축사 양성화’ 대상이 아닌 점을 들어 건축허가 취소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때 가축사육확인서와 축산업등록증 상의 축사면적이 다른 점 등 문제가 발견되자 2017년 1월 박 씨 스스로 건축허가를 자진해서 취소했다.

당시 남원시의회에서도 건축허가는 부당하다는 내부의견이 있었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이후 주민들은 건축허가 자진 취소로 매듭된 것으로 알았지만 박 씨가 건축대수선 용도변경 허가신청서와 가축분뇨배출시설신고서를 제출하고 다시 건축허가 신청을 냈고, 남원시는 해당 계사 건축허가 신청이 ‘건축면적 변경’ 사안이라며 2017년 4월 건축허가를 내주었다.

달리 표현하면 박 씨 스스로 건축허가를 취소한 일은 건축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사안이 불리하게 되자 슬그머니 물러났다가 방법을 바꾸어 건축면적을 늘려서 건축허가를 제대로 받아낸 것이다.

이에 내척동 주민들은 2017년 7월 남원시의 건축허가가 위법 부당하다며 법원에 건축허가 취소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주민들은 해당 계사가 닭을 사육하고 있지 않고 비어있던 축사이므로 가축사육 제한지역 내의 축사를 양성화하기 위한 특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건축허가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은 지난달 29일 "해당 계사가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양성화 특례조치를 적용해 건축허가를 한 것은 재량행위를 일탈한 것이므로 남원시에 건축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남원시가 국토이용규제법에 따른 지역지정을 하면서 지정 지역 도면을 고시하지 않아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 조례가 효력이 없음을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남원시의 행정 착오로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 조례는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효력을 미칠 수 없음을 판시한 것이다.

아울러 해당 계사는 10년 넘게 비어있어서 특례법상의 축산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제한 구역 내 축사 양성화를 위한 특례법 적용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남원시는 간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원시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항소와 함께 이미 요건을 갖추지 못했던 조례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지정을 위한 도면작성 용역을 시행하는 등 법원과 주민의 뜻을 모두 거스르는 행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건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본다.

자치단체 공무원들도 사람이다.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수의 공무원들은 업무상 실수를 했을 경우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미치는 파장이 상당해서도 그렇겠지만, 우물우물 얼버무려서 합리화하거나 은근슬쩍 그 자리만 모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관행적인 현실이다.

오랜 공직 관행으로 공무원의 권위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번 남원시의 경우는 조금 께름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초 건축허가를 해주었다가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자 슬그머니 건축주가 자진해서 건축허가를 취소한 점, 건축주가 건축대수선 용도변경 허가신청서와 가축분뇨배출시설신고서와 함께 다시 건축허가 신청하고 이를 ‘건축면적 변경’이라며 허가한 점 등 어딘지 낯설지 않은 장면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의 이러한 의구심이 허황한 짐작이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공무원이 다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어쩌다가 실수를 하거나 깜박 놓치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냥 솔직히 인정하고 허가를 취소하면서 응분의 배상을 하는 방법, 일이 얽힌 실마리를 풀어 행정과 건축주와 주민이 머리를 맞대어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난날 관청의 권위를 오늘에 내세우려는 생각은 화살처럼 변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남원시는 이번 사건을 통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단체장이나 공무원은 고용인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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