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원시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양충모 예비후보를 둘러싼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충모 “사실 확인 안 한 기사” 발언 결국 고발로…기자, 허위사실 공표 혐의 수사 요청 문제는 단순히 5,500억 원 규모 투자 공약의 실체 여부만이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숫자와 화려한 청사진을 앞세우는 정치 방식 자체가 시민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양 후보는 최근 데이터센터와 AI 스튜디오 유치 등을 포함한 5,500억 원 규모 투자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업을 총괄한다는 업체의 실체와 자금조달 방식, 투자구조, 참여기업, 계약관계 등 핵심 내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사업을 총괄한다는 업체는 신생 법인으로 알려졌고, 실제 사무실 존재 여부와 사업 수행 능력을 둘러싼 의문도 잇따랐다. 업체 대표와 선거 핵심 관계자 간 연결고리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양 후보 측은 “가능하다”는 말 외에 시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남원시민들은 이미 모노레일 사태를 통해 뼈아픈 경험을 했다. 화려한 개발 논리와 거창한 청사진이 어떻게 수백억 원대 손실과 장기 소송, 행정 불신으로 이어졌는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숫자의
정치는 냉정하다. 선거철만 되면 사람을 줄 세우고, 학력과 스펙을 따지고, 심지어는 가족사까지 끌어내 흠집을 낸다. 그러나 끝내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은 화려한 이력도, 중앙 정치권의 배경도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등을 밀어주는 가족이다. 김영태 의장이 걸어온 길이 그렇다. 그는 중앙 정치권을 떠돌며 이름을 알린 사람이 아니다. 고향 남원을 지키며 시민 곁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이다. 화려한 스펙 대신 지역 현장에서 시민과 부딪히며 살아온 시간, 어머니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며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삶이 그의 정치였다. 하지만 그런 김 의장도 한순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던 후보가 컷오프로 탈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지지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누구보다 남원을 오래 지켜온 사람이, 누구보다 시민과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무대 밖으로 밀려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함과 분노를 안겼다. 그러나 김영태라는 이름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다. 중앙당 재심으로 다시 살아났고, 민주당 내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됐다. 오히려 그 과정은 김 의장과 지지자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를 살린 것은 정치 기술이 아니었다. “김영태는
남원시장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시작도 전에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천 내정설’ 논란에 이어 특정 후보 중심 구조 의혹까지 제기되며, 경선의 본질인 공정 경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선은 단순한 후보 간 경쟁이 아니다. 당의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은 정책과 비전 경쟁보다는 의혹과 불신이 중심이 되는 왜곡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원종 예비후보가 제기한 ‘공천 내정설’은 그 자체로도 파장이 크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이야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경선의 신뢰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선 전체를 흔드는 주장으로 확대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함 역시 요구된다. 문제도 있어 보인다. 최근 지역위원장과 연관된 가족 중 한 인사가 특정 후보의 기자회견과 SNS를 공유하는 등 편향적으로 비칠 수 있는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당원은 “다음 선거 때 오늘 이 페이스북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불공정성에 유감을 표했다. 모든 남원시장 후보는 같
남원시장 선거판에 등장한 ‘5,500억 원 민간투자 공약’이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드러날수록 기대보다 불안이 커진다. 결론은 분명하다. 지금 이 공약은 비전보단 검증되지 않은 약속, 그 자체로 위험 요소다. 수천억 원대 투자라면 기본은 명확해야 한다. 누가 투자하는지, 돈은 어디서 오는지, 구조는 어떻게 설계됐는지. 하지만 이번 공약은 정반대다. 핵심은 빠지고 숫자만 남았다. 핵심투자 법인 대표가 운영하는 기업은 16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장시도는 좌절됐다. 사업 수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도 이 기업이 수천억 원 규모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는 기대보단 리스크를 키우는 구조다. 더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이 선거 핵심 관계자로 연결되면서, 공약 자체가 공공이 아닌 특정 인맥 중심에서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공약이 아닌 프로젝트인지, 프로젝트가 후보랑 어떤 관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업체의 실체 역시 논란이다. 신생 기업, 확인되지 않는 사무공간, 1인 체제 운영.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조직이 수천억 원 사업을 맡는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그
남원시장 선거판에 등장한 ‘5,500억 원 민간투자 공약’이 도시의 미래를 바꿀 실체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장밋빛 환상인지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수천억 원대 투자라면 최소한 투자 주체와 자금 출처, 사업 구조는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사업을 총괄한다는 업체는 신생 수준에 머물러 있고, 사무공간조차 불투명한 1인 체제라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 정도라면 대형 투자 공약이라기보다 실체가 빈약한 기획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 더해 해당 업체와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간 연관성까지 거론되면서, 공약이 공공의 미래가 아닌 특정 관계 중심에서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약 논쟁이 아닌 공정성과 신뢰의 문제다. 그런데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따로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남원경찰수련원 유치와 관련해, 마치 특정 후보가 이를 주도해 성과를 낸 것처럼 포장하는 흐름까지 감지되고 있다. 남원 경찰수련원, 정치인의 사기극...‘허위업적 정치’ 민낯 밝힌다 그러나 공공사업은 다수 기관과 행정 절차, 장기간의 협의가 축적된
포도밭 바람결에 실려 온 1500년의 제국남원 유곡리·두락리에서 가야를 읽다 김해 김씨, 부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옛 가야를 걷는 이나는 부산 사람이다. 낙동강 하구의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일상이 된 곳, 귓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내가 가야(加耶)라는 이름에 깊이 이끌리는 것은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나의 본관이 김해(金海)이며, 금관가야의 문을 연 김수로왕의 74세손이라는 혈연적 기원 때문만은 아니다. 발길 닿는 영남의 흙 한 줌, 돌 한 덩이마다 묻어 있는 옛 가야인들의 짙은 숨결이 무의식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나를 호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문적 여정의 닻을 중국사라는 거대한 대륙에 내렸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늘 해소되지 않는 짙은 아쉬움이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한국 고대사를 전공했더라면,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세월 속에 무참히 왜곡되고 잊힌 우리 옛 왕국들의 퍼즐을 내 손으로 맞출 수 있지 않았을까.’ 거대한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탐구하면서도, 식민 사관과 후대 사가들의 무관심 속에 반쪽짜리 역사로 전락해 버린 가야를 떠올릴 때면 그 망상 같은 아쉬움은 이내 뜨거운 학문적 갈증으로 변하곤
정치는 때로 계산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결국 평가는 숫자보단 사람의 진심에서 나온다. 이번 김영태 의장의 ‘부활’은 단순한 공천 재심 사건이 아니었다.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장면이었다. 김영태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재심을 통해 ‘적격’ 결정을 받으며 다시 경선 무대로 돌아왔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재심 심의 결과 김영태 남원시장 예비후보에 대해 적격 결정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재심 통과’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김영태라는 정치인의 태도에 있다. 정치 생명이 흔들릴 수 있는 컷오프 상황에서 많은 정치인들은 분노하거나 공격적인 대응을 택한다. 정치적 억울함을 외치거나 당을 향해 날을 세우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김영태 의장은 달랐다. 그는 지지자 520여 명과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했다.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의 정신을 먼저 찾은 것이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외로 비쳤다. 공천 탈락 소식이 퍼지는 와중에도 그는 당을 원망하기보다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했다. 정치적 계산보다 신념을 앞세운 선택이었다. 정치권에서
스크린 속의 빌런, 혹은 역사의 설계자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가족들과 함께 관람했다. 이미 익숙한 역사적 줄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긴장감과 몰입도는 대단했다. 흥행의 예감이 강하게 밀려오는 가운데, 나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인물은 주인공 엄흥도도, 비운의 단종도 아닌 바로 한명회였다. 그는 전형적인 ‘악역’이자 현대적 의미의 ‘빌런’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만난 한명회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추하고 왜소한 책사가 아니라, 서늘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역사의 판을 짜는 거대한 설계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그를 '칠삭둥이'라 비하하며 그의 욕망을 뒤틀린 신체적 결함의 보상 심리로 치부하곤 했으나, 과연 그것이 그에 대한 공정한 평가일까. 남이의 칼끝에서 만난 권력의 비정함 내가 한명회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생 시절 읽었던 남이 장군의 전기였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병조판서에 오를 만큼 세조의 총애를 받았던 기개 높은 무장 남이. 그러나 그는 유자광의 고변과 한명회, 신숙주 등의 공격을 받아 처형당하고 만다. 이것이 역사에 기록된 ‘남이의
1. 한 평의 정직함, 그 무거운 진리태양이 지평선을 넘어오기 전, 대지는 가장 정막하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생의 밭’ 앞에 선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비옥하거나 혹은 척박한 땅을 부여받는다. 누군가는 그 땅의 넓이를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흙의 성분을 탓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성숙한 영혼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하나의 준엄한 물리 법칙을 체득한다. “한 평의 밭에서는 오직 한 평만큼의 수확만 거둘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행운이라는 이름의 소나기를 기다리거나, 수동적인 과신 속에서 내일의 풍요를 꿈꾼다. 그러나 우주의 시계는 요행에 맞추어 움직이지 않는다. 수확의 양은 밭의 크기가 아니라, 그 밭을 일구기 위해 구부린 허리의 각도와 손바닥의 굳은살 깊이에 정비례한다. 이 정직한 무게를 깨닫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미래는 결코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 전자는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서 쟁기를 잡고, 후자는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기우제의 제관으로 남는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는 결핍을 마주한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당신이 남보다 똑똑하지 않고 특별한 능력이 없다면, 그 결핍은 오직 노력을 통해 채울 수 있
역사의 갈림길에 선 거인 : 신숙주, 변절과 실용의 경계에서 초등학교 시절, 나는 성삼문과 신숙주의 우정에 대해 책으로 처음 접했다. 조선에서는 이항복과 이덕형의 우정만큼이나 회자되던 관계였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결국 각자의 길로 갈라섰다. 그들의 우정은 격동의 시대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고, 끝내 다른 결말을 맞았다. 이 글은 그 가운데 ‘변절자’라 불리기도 했던 신숙주에 대한 이야기다. 1. 엇갈린 운명의 서막: 집현전의 두 별조선 초기, 세종의 치세 아래 집현전은 찬란한 학문의 요람이었다. 그 중심에 성삼문과 신숙주가 있었다. 세종은 어린 손자 단종을 이들에게 부탁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두 사람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1452년, 신숙주는 우연히 수양대군과 마주친다. 분경금지법이 엄격하던 시절이었지만, 명나라 사행길에서 두 사람은 긴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깊이 파악하게 된다. 수양은 신숙주의 탁월한 실무 능력을 알아보았고, 신숙주는 수양에게서 난세를 돌파할 강한 통치자의 면모를 읽었다. 이것이 훗날 거대한 선택으로 이어질 씨앗이었다. 2. 피의 비바람, 계유정난과 선택1453년, 계유정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