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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먹고 사는 문제”와 “죽고 사는 문제”

[타파인신문] 얼마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최근 우리 완주지역과 관련한 <전국 산업 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피해 실태와 대안 모색>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공익법류센터 농본과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이 주관한 행사로 우리 지역구 안호영 국회의원도 주최자에 이름이 올라있다.

 

지역사회를 넘어 인류가 안고 있는 전쟁, 식량, 인권 등의 수많은 문제 중 환경문제는 지구의 존망[存亡]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이다. 기후 위기에 따른 기상이변이 인류에 미치는 피해 역시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인류가 생존하며 발생시킨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는 이제는 인류 생존의 위협이 되고 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우원식 의원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폐기물 수출량은 237만톤이고 수입량은 1622만톤으로 수입량이 수출량의 6.8배라고 하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대도시 또는 선진화된 지역의 폐기물을 농촌지역 또는 미개발지역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반적 현상은 우리나라 안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의 11.5%가 생활폐기물로 이는 공공에서 처리하고 있으나 88.5%에 해당하는 사업장(건설, 지정)폐기물은 민간에서 처리하고 있다. 정작 유해성이 높은 사업장폐기물을 민간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업적 논리가 앞에 있기 때문이다. 상업적 논리가 앞선 문제는 우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8월 24일 환경청으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은 상관면의 의료폐기물 처리장 역시 시급한 문제이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폐기물의 57.1%가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반면 국내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총 14개로 이중 11개가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다. 수도권의 처리장 3개마저도 변두리 농촌지역이다. 이는 ‘폐기물 발생지 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의료용 폐기물은 분당서울대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인천길병원의 사례처럼 멸균분쇄 후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것이 합당하다. 전체 의료시설까지 확산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완주군은 비봉매립장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유사한 문제는 폐기물의 끊임없는 생산처럼 그 처리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상관면도 그렇지만 고산면의 우분연료화시설 설치와 석산 갈등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봉동의 산업폐기물 문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따지면 전북 동부권 지역 중 가장 규모 있는 산단과 기업을 보유하고, 인구 역시 군 단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지역의 상황을 보면 어차피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시골에 가면 우스갯소리로 처갓집과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화장실이 침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과거에도 인분을 비료로 사용했듯이 폐기물 역시 깨끗한 환경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한 시대에 와 있다. ‘버리면 쓰레기 다시 쓰면 자원’이라는 말처럼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조성되는 등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폐기물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지역 내 폐기물 시설에 이러한 신기술을 활용하고, 흩어져 있는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지역민과의 합의를 통해 통합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더불어 공공에서 관리하는 일반생활폐기물뿐 아니라 사업장폐기물에 대한 국가의 개입도 더 깊어져야 할 것이다. 직접 관리가 불가하다면 근본적 문제해결 방안을 위해 관리·감독부터 제도적 보완까지 더욱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선출된 공무원이든 임명된 공무원이든 폐기물 처리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자들이 명심해줘야 할 것이 있다. 폐기물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먹고 사는 문제’이겠지만 폐기물 사업장이 들어서는 그곳의 주민들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과 관련하여 하나 더 덧붙이자면 완주군은 타지역 보다 밀집된 공단으로 인해 공기 질에 대한 불만이 주민들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폐기물의 재활용과 함께 공기 중의 탄소나 질소를 자원화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결국 환경문제는 민간의 감시와 견제도 필요하지만 한발 더 앞서나가는 행정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완주군은 환경감시단을 13개 읍면을 중심으로 68명까지 확대 운영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감시단의 활동이 감시에 머무르지 않고 상생의 지혜가 함께 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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