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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야구 이대로 괜찮을까?

선발투수 자원이 없다
아시아 쿼터제 도입
아시아 넘버 쓰리(3)

대한민국 야구가 졌다. ‘또 졌다’.  계속 지고 있다. 동네 북이 됐다. 이젠 프로 선수가 출전하는 국제 대회에서도 지는 게 더 익숙해졌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 가 됐다.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한 KBO 프로야구인데 어떻게 해서 다시 인기를 끌어왔는데 국제대회는 망연자실이다. 

 

대한민국 야구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세계야구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최근 열린 국제 대회에서 연달아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을 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과의 4강전에서 8회까지 우리나라는 오타니 한 명에게 철저하게 농락을 당하고만 있었다. 당시 야구 중계를 본 모든 국민들은 ‘도쿄 대굴욕’의 참담함을 마주했다. 

 

세계야구클래식에서 대한민국은 2013년, 2017년, 2023년 모조리 1라운드에서 떨어졌다. 2017년에는 야구의 변방국인 이스라엘에게 까지 볼넷을 남발하며 연장전에서 패배했다. 치욕적인 경기였다.


이처럼 국제대회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KBO리그는 반성했다. 그런데 변화는 없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세계야구클래식(WBC) 준우승을 찍은 뒤 한국 야구는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니 뒷걸음질치는 중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던데 KBO 리그에는 투수가 없다. 아직도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인가 말이다.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특별한 자원이 없다는 더 큰 문제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프리미어12 대회 직후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려면 선발 투수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한 적나라한 모습이다. 그러나 KBO리그는 선발 투수를 키우려는 의지가 있을까.


이는 한국 야구의 선발 투수 부족은 외국인 선수 고용과 의미를 같이한다
기아타이거즈가 2009년 시즌 외국인 선발 두 명을 앞세워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다른 구단들도 앞다퉈 두 명의 외국인 선수 자리를 투수로만 채우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부터는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제도가 바뀌자 외국인 선발 2명은 그대로 고정됐다.

 

기존 국내 투수들이 3~5선발에 자리하면서 좋은 공을 던지는 신인 투수는 자연스럽게 불펜으로 밀렸다. 미래선발 가능성의 좋은 공을 가졌다 해도 각 구단 감독들은 팀의 승리를 위해 성적이 우선이다보니 선발보다 자주 쓸 수 있는 강한 불펜을 선호했다.


또한 2010년대 중반 리그 흥행을 위해 KBO가 공인구 반발계수를 높이면서 타고투저 현상이 이어지자 경험이 적은 저연차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더욱 버틸 수 없게 됐다. 리그 자체가 선발 투수 육성이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다 보니 더욱 선발투수의 자리가 부족하게 된다.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구단과 감독은 눈앞의 득과 실만을 바라보니 어린 선수들은 불펜에서 소모되는 리그가 된 지 오래다.


그나마 2023년 세계야구클래식 참패 뒤 23살 이하의 어린 투수들로 대표팀 꾸리면서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 등이 국제무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프리미어12에서 보듯이 투수 자원이 부족해서 부상 등이 겹칠 때 플랜 B, 플랜 C 등의 대안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리그가 국내 선발 투수를 양적 질적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점은 드러났고 해결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KBO와 구단들은 오히려 KBO리그 흥행에만 초점을 맞춰 아시아쿼터 도입을 논의 중이다. 일본, 대만, 호주 등에서 선수를 수급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대체로 구단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리가 투수다보니 이 또한 어린 선수들이 설 자리를 더 위협하게 된다. 결국엔 악순환의 연속이다. 표면적으로 ‘경쟁력 향상’을 이유라 하지만 결국 경쟁에서 제일 먼저 소외되는 이가 바로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한편 프로축구 K리그는 2015년부터 ‘23살 이하 의무 출전’ 규정(클래식 기준·K리그 챌린지는 22살 이하)을 두고 있다. 각 구단은 23살 이하 선수를 경기 출전 선수 명단(18명)에 2명 포함해야 하고, 1명은 의무출전시켜야만 한다. 이런 규정으로 어린 선수들이 경기력과 경험을 축적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육성이란 선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리그, 구단, 선수가 다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다. 누구나 초보 시절은 있고, 기다림의 시간은 필요하다. 이를 제도적으로 받쳐주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KBO와 각 구단들은 성적 지상주의에 가려 무엇을 해야할 지 되새겨 봐야할 것이다.


대한민국 야구가 ‘세계 넘버 쓰리(3)'가 아니라 ‘아시아 넘버 쓰리(3)’가 된 현실이 너무나 창피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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