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남원시장 예비후보 선거가 현란한 언변과 거대한 숫자가 난무하고 있다.
누군가는 수천억 원 규모의 사업을 내세우고, 누군가는 중앙 인맥과 예산 확보 능력을 과시하며, 또 다른 이는 자신만이 침체된 지역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진짜로 묻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정말 가능한 이야기인가”라는 점이다.
전국 최저 수준의 경쟁력, 전북 평균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 3년연속 국가청렴도 하위권.
지금의 남원은 무능과 부패가 쌓여 만든 참담한 결과물이다.
인구는 감소하고, 젊은 층은 떠나며, 골목상권은 무너지고 있다.
관광은 계절에 따라 출렁이고 제조업 기반은 약하다.
각종 사건과 잡음으로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된 현실 속에서 시민들조차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듣기 좋은 말만 쏟아낸다.
현실은 바닥인데, 이야기만 들어보면 남원이 곧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가 될 것처럼 포장한다.
대규모 국비유치, 중앙정부와의 친분, 관광특구 조성, 첨단산업 육성 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약속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하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단지 확인되지 않은 숫자와 말로 시민들의 기대와 불안을 흔드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청문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공직 후보자 검증을 표현할 때 ‘전면적 조사’를 뜻하는 ‘스크루티니(Scrutiny)’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단순히 이력서 몇 장 훑어보고 끝내는 수준이 아니다.
후보자의 재산, 세금, 병역, 논문, 과거 발언, 인간관계까지 탈탈 털어보는 저인망식 검증이 이뤄진다.
백악관과 연방수사국, 국세청까지 총동원되는 이유도 공직은 그만큼 무겁고,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때로는 좌충우돌하는 대통령 아래에서도 주요 공직 시스템이 어느 정도 굴러가는 이유는 결국 이런 철저한 검증 문화 덕분일지 모른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어떠한가.
후보자들이 내놓는 수천억 원 규모의 사업 계획이나 거창한 공약은 검증도 없이 박수부터 치고, 중앙 인맥이나 화려한 스펙만 보고 사람을 선택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특히 중앙에서 내려온 후보일수록 더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
중앙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남원을 위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공직에 있을 때 지역 현안을 챙긴 적은 있는지, 어느 정권에서 어떤 방식으로 승승장구했는지까지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중앙 경험이 있다”는 말만으로 표를 줘서는 안 된다.
시민들은 그 사람이 남원과 얼마나 가까운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싶어 한다.
가정은 얼마나 책임감 있게 꾸려왔는지, 자녀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아왔는지,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결국 사람의 삶은 숨길 수 없고, 공직을 맡길 인물이라면 살아온 궤적 자체가 검증 대상이 되어야 한다.
남원은 오랫동안 토호세력과 지역권력이 얽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치’를 반복해왔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지역경제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공동체는 활력을 잃었다.
지방자치 이후 삶의 질이 나아지기는커녕 쇠퇴는 더 빨라졌다.
전국에서도 보기드문 낙후 도시라는 오명을 안게 된 배경에는 잘못된 권력 구조와 안일한 행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정치권은 서로 공을 가로채며 생색내기에만 몰두했다.
누군가는 경찰수련원 예산을 자신이 가져왔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약속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내가 했다”는 자랑이 아닌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다.
그동안 남원은 ‘환상 정치’의 피해를 너무 많이 봐왔다. 모노레일 사태가 대표적이었다.
보여주기식 개발사업은 화려한 구호만 남긴 채 빚과 갈등, 소송으로 끝났다.
혈세는 허공으로 사라졌고, 시민들에게 남겨진 것은 깊은 상처와 불신뿐이었다.
그런데도 또다시 근거없는 대형 사업을 앞세워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남원을 또 다른 실패의 늪으로 밀어넣는 일이다.
재원 대책도, 정부 협의 가능성도, 단계별 추진 계획도 설명하지 못하는 약속은 정책이 아니라 눈속임에 불과하다.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는 일은 시민의 권리다.
선거는 이미지를 파는 자리가 아닌, 지역의 미래를 맡길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다.
특히 지금의 남원은 더 이상 달콤한 말에 흔들릴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증되지 않은 공약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인물이 아니다.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을 오래 지켜온 사람이 필요하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골목과 읍면동을 누비며 주민 곁을 지켜온 이들의 무게를 다시봐야 할 시점이다.
김영태, 이정린, 김원종처럼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고향을 지켜온 이들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중앙무대보다 남원의 현실을 더 중요하게 여겼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언론사 기자가 허위사실 공표 의혹이 있는 인물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사실 왜곡을 그대로 넘길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유권자들이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그런데도 일부 진영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허위기사’로 몰아붙이고, 비판을 음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론을 공격한다고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증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일수록 더욱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남원에서 당내 경선은 사실상 본선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유권자들은 이번만큼은 사업 규모, 중앙과의 친분, 번지르르한 이력에 흔들려선 안 된다.
선산을 지킨 것은 결국 못난 소나무다. 화려한 꽃은 철이 지나면 지지만, 소나무는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선거는 무너진 도시를 다시 세울 사람을 뽑는 자리다.
시민들은 이제 화려한 꽃보다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를 선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