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 어기며 얼굴알린 정치, 시작부터 자격 미달

  • 등록 2025.12.29 17: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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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현수막 많은 후보, 더 초초하거나 정치도 불법할 가능성크다

(남원=타파인) 이상선 기자 = 선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리의 풍경은 이미 선거판 한가운데다.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의 사거리와 도로변이 불법현수막으로 도배되다시피 하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합법적인 현수막 게시대가 분명히 마련돼 있음에도, 규정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내걸린 현수막들은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신호탄과 다름없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정식 현수막 게시대에만 규정을 지켜 게첨한 후보들이 오히려 더 눈에 띈다는 점이다.

 

거리 곳곳에 난립한 불법현수막 속에서도, 법을 지킨 후보의 이름은 단정하게, 또렷하게 시민의 시야에 들어온다.

 

이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선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양이 아니라 태도라는 사실이다.

 

반대로 불법현수막의 개수가 유독 많은 후보일수록, 시민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불법 현수막의 숫자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해당 후보의 정치 인식, 법 감수성, 권력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표다.

 

불법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인물일수록, 이미 법 위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지역을 이끌겠다고 나선 인물이라면,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법을 대하는 태도다.

 

그런데도 선거 시작도 전에 규정을 무시하며 사거리 요지를 선점하는 행태는, 향후 행정과 권한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과 다르지 않다. 법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가 공정을 말할 수는 없다.

 

불법현수막은 흔히 “다들 하니까”, “눈에 띄어야 해서”라는 말로 합리화된다. 그러나 그런 변명은 곧 돈과 조직력으로 밀어붙이는 선거, 본전 생각이 앞서는 정치로 이어진다.

 

불법을 시작으로 한 정치가 공익을 우선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일 뿐이다.

 

정치를 하겠다면, 현수막 숫자를 늘릴 것이 아니라 발품을 더 팔아야 한다. 시장과 골목, 마을회관에서 시민을 직접 만나야 한다.

 

실제로 정식 게시대에만 현수막을 건 후보들은 거리에서 시민을 만나는 모습으로 더 자주 포착되고 있다.

 

법을 지킨 후보들이 오히려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불법현수막은 단순한 미관 훼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유권자를 얕잡아보는 태도이며, 선거를 규칙 있는 경쟁이 아닌 무단 점령의 게임으로 만드는 행위다.

 

단속이 느슨하다고 해서 불법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틈을 파고드는 후보일수록 더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이름이 반드시 가장 유능한 후보는 아니다. 오히려 가장 많이 불법을 저지른 이름일 가능성을 시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반면 규정을 지킨 현수막 하나가 오히려 신뢰를 얻는 아이러니한 장면도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정치를 하겠다면, 법부터 지켜라. 현수막을 더 걸 시간에, 신발을 더 닳게 하라. 그것이 지역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자격이다.

이상선 기자 bmw197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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