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양심이다. 지역 정치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타파인이 특정 후보에게만 유독 가혹하다는 뒷말이 돈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지역 언론의 책무는 인기 관리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질서를 지키는 일이다. 모든 후보가 같은 출발선에 서도록 감시하고, 특혜와 편법을 가려내는 것이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다.
문제는 특정 후보의 행보다. 그는 지역 정치가 요구하는 시간과 검증의 과정을 건너뛰듯, 갑자기 ‘툭’ 튀어나와 여론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이는 전략이 아니라 편법이며, 경쟁이 아니라 무임승차다.
이미 정치 신인 가산점으로 최대 20%를 안고 출발하는 상황에서, 여론까지 인위적으로 띄운다면 그 판은 애초부터 기울어 있다. 그런데도 지역 예산을 마치 본인이 모두 끌어온 것처럼 포장한다면, 이는 사실의 왜곡이자 유권자에 대한 노골적인 기만이다. 현역 시절 지역에 이른바 ‘예산 폭탄’을 안긴 기록조차 없으면서 말이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진짜 공정한 경쟁이 시작돼야 한다. 여론 연출과 숫자 놀음이 아닌, 검증과 책임으로 승부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
남원은 이미 이런 선례를 숱하게 겪어왔다. 선거 때마다 ‘갑툭튀’식 환상에 기대 등장한 후보들이 있었고, 그 끝은 늘 씁쓸했다. 청렴도 꼴찌라는 오명 역시 어쩌면 그런 환상 정치의 반복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인지도 모른다.
타파인이 그동안 써온 기사들은 누군가를 찍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공정한 경쟁 구도로 끌어들이기 위한 비판이었고, 잘못 가는 정치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언론적 책임이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10%는 민심이 아니다’라는 문제 제기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여론조작으로 무임승차하려는 시도의 흔적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최근 남원에서 발표된 한 여론조사가 시민들의 냉소를 불러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고도, 축적도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조사에 시민들이 고개를 갸웃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수치의 이상 여부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지역 정치의 기본 질서를 누가,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내년 6·3 동시지방선거 국면에서 정치 신인에게 주어지는 10~20% 가산점은 원래 지역에서 뿌리내리며 검증받으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여기에 언론을 매개로 한 여론 띄우기와 수치 연출이 결합되는 순간, 선거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숫자 조작을 통한 지름길 경쟁으로 전락한다.
가산점 상한이 20%까지 열리자, 지역을 오래 지켜온 시·도의원들뿐 아니라 풀뿌리에서 검증받아온 정치 신인들마저 불리해지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여론을 만들었는지가 당락을 좌우하는 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내 한 언론이 발표한 이번 여론조사는 이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론조사’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정기성도 없고 데이터 축적도 없으며 중립성 역시 담보되지 않는다. 그런데 결과는 기묘할 만큼 정확하다. 1위와 3위는 그대로인데, 그동안 집중 조명해 온 특정 인물만 딱 10% 급등했다.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깔끔하고, 연출이라 보기엔 너무 노골적이다.
지역 정치권의 반응이 거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숫자에 화장한 조작이다.” “지역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여론부터 손대는 건 출발부터 틀린 것이다.” 흐름은 너무도 익숙하다. 특정 후보 띄우기, 긍정 기사 쏟아붓기, 분위기 조성, 여론조사 투입, 그리고 ‘숫자가 말한다’는 권위 부여. 이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을 통한 정치적 무임승차다.
이런 방식이 반복될수록 남원 정치의 토양은 서서히 썩는다. 지역 정치는 버티고 책임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그 무게를 견디려 하지 않는다. 대신 여론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올라타 단숨에 권력을 향해 뛰어오르려 한다. 그 과정에서 시민은 동원 대상으로 전락하고, 민주주의는 장식품으로 변한다.
남원시민은 여론조사 하나에 흔들릴 만큼 가볍지 않다. 여론을 ‘조사’가 아니라 ‘기획’의 도구로 쓰는 순간, 그 책임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여론조사는 정치인의 면죄부가 아니다. 공정함보다 의도가 앞선 이번 시도는 결국 남원 시민과 남원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으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