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105호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 난데없는 ‘5만원 다발’ 공방이 벌어졌다.
한 건설사가 남원지역에 짓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홍보 기사를 쓰는 대가로 금품이 오고 가면서 사라진 '돈' 이야기다.
돈을 전해 준 전 건설사 임원 A씨는 5만원 다발 4개를 노란 봉투에 넣어 전했다고 했지만 돈을 받은 지역 기자단 간사 B씨는 3개였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건설사와 건설사 대표 역시 돈다발 3개, 1,500만원이었다며 해당 직원을 몰아세웠다.
논란의 초점이 홍보기사에 대한 금품 제공이 ‘부정청탁’ 여부가 아니라 ‘개인의 횡령’에 맞춰지면서 검찰과의 법정 공방이 아닌 피고인 간의 다툼으로 번졌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A씨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정청탁 혐의를 넘어 제3의 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만든 혐의도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에서 기자단에게 돈이 건네진 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이날 기소된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풀어가려 했다.
먼저 부정청탁 혐의에 대해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3명 모두 이를 부정했다.
돈을 건넨 임원 A씨는 임대 아파트 홍보를 위해 ‘청탁’이 아닌 ‘광고비’였다는 것이다.
돈을 받은 지역기자단 간사 B씨는 돈은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홍보 기사’에 대한 것이었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1,500만원 가운데 실제 수령한 금액은 230만원으로 이에 대한 처벌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사와 대표는 부정청탁에 대해 교육하는 등 평소 업무상 주의를 다했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임대아파트 홍보 기사가 나가고 이에 대해 ‘홍보비’가 오고 갔을 뿐이다.
여기에 대한 논란은 검찰과 피고인들 간의 대립점이 명확했다.
이날 논란의 핵심은 5만원 돈다발 1개, 500만원이었다.
서로 주장이 복잡하게 엮여 있지만, 결론은 부정청탁에 건설사가 개입했는지 여부다.
건설사측은 회사는 정상적인 제3의 홍보대행업체에 모든 홍보 업무를 맡겼고 대금도 해당 업체에 지불했다고 밝혔다.
모두 정상적인 업무라는 주장.
건설사측 주장을 정리하면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계약한 홍보대행업체에 지급한 광고비 가운데 2,300만원을 A씨가 홍보대행사에서 가져갔다.
그리고 1,500만원을 지역기자 간사 B씨, 250만원은 유력 일간지의 전면광고비로 또 다른 지역기자에게 전달했다.
현금을 건넨 과정이 정상적인 것이 아닐뿐더러 A씨의 업무 범위를 넘어 홍보대행사가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 무관하다는 말이다.
또 이 과정에서 사라진 500만원의 행방에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홍보기사와 전면광고에 소요된 비용을 모두 대표에게 보고했고 이에 따라 회사 지출결의서를 통해 집행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금액이 홍보대행사를 거쳐 정상적인 세금계산서 발행이 이뤄진 뒤 현금으로 받아 집행된 것이라 설명했다.
또 홍보기사와 전면광고 비용이 적힌 메모를 휴대전화로 찍어 대표에게 문자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기자단 간사 B씨는 자신이 받은 금액은 1,500만원이 전부이며 돈의 출처나 과정은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공판이 진행되는 2시간여 동안 A씨와 건설사는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 공판이 열리는 4월 23일에는 ‘부정청탁’과 관련한 증인 3명이 요청됐다.
그러나 현금을 마련해준 홍보대행사 대표가 또 다른 증인으로 신청돼 이날 공판의 논란을 이어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