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전유성’, 재치 넘친 남원 ‘첫 인사’

  • 등록 2019.03.27 2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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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으로 이사 온 전유성입니다’란 주제로 이야기 풀어가
지리산 흑돼지 홍보 위해 돼지머리와 코 형상 터널 제안
흥부제에서는 로스쿨 학생들의 재산 다툼 재판 상황극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 온 개그맨 전유성씨가 지역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며 ‘첫 인사’를 마무리했다.

 

27일 전북 남원시 민속국악원 예음헌에서 열린 ‘남원으로 이사 온 전유성입니다’ 공연에 출연한 1시간여 동안 전유성씨는 거침없는 입담과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전유성씨는 “얼마 전 남원역에 내려 걸어 나오는데 역사 앞에 이번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어 유심히 봤다”며 “현수막에 나온 와이셔츠와 같은 것을 찾아 입고 나오느라 힘들었다”고 설명하자 관객석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남원으로 온 이유’에 대해서는 20여년 전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는 “당시 설악산 등은 많이 가봤는데 지리산에는 별로 가보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 가는 것이 좋은지 물어 본 적이 있다”며 “한 사람은 봄이 좋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여름이 죽여준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가을이 더 죽여준다고 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겨울에 찾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 지리산을 보고 이대로 여기에 살고 싶어 땅까지 샀지만 당시 여러 사정으로 그러지 못했고 딸아이에게 추천해 먼저 여기에 살게 했다”며 “또 귀촌을 할 때도 여차저차한 이유로 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데뷔한지 50주년을 맞은 전유성씨의 첫 출발은 코미디언이나 탤런트가 아닌 ‘작가’였다.

 

전씨는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어 수차례 탤런트 시험에 도전했으나 떨어져 출연 욕심에 원고 쓰는 일에 도전했다”며 “이후 코미디 프로그램 대본을 쓰며 기회를 엿보다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군대에 다녀 온 뒤 당시 극장에는 수많은 코미디언이 있어 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개그맨’이란 말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개그맨’이란 단어의 유래를 설명했다.

 

남을 웃기기 위해 다른 연기자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선택했다.

 

그는 “텔레비전에 나와 웃기는 것보다 원고를 썼기 때문에 롱런 할 수 있었다”며 “실제 방송에서 편집하지 못하도록 3~4마디 하는 것이 다였지만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기억하는 ‘전유성을 웃겨라’란 코너도 실제론 3차례 밖에 방송에 나가지 않았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주 언급되고 재현했기 때문이다”며 “사실 평소에 쉽게 웃지만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선배들에게 ‘개그맨은 자주 웃어야 한다’말을 들었고 다른 길을 걷기 위해 억지로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 뿐이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항상 남과 다른 것을 생각하면서 새롭고 참신 것 것에 도전했다.

 

실제 그가 기획한 공연들의 이름은 기존 형식에 맞지 않아 낯설지만 의미전달은 확실했다.

 

반려견들과 함께 하는 ‘개나소나 콘서트’, 아이가 떠들어도 화내지 않는 클래식 공연, 성악가가 부르는 가요 60년, 모유수유를 궁금해 하는 임산부를 위한 음악회 등 셀 수 없이 많다.

 

전유성씨는 “처음 공연을 기획할 당시 ‘힐링’, ‘에코’, ‘그린’ 등의 단어가 들어간 공연이 유행했지만 다른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정하고 재미있는 공연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 속에서 좋은 문구를 만나면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할까’라며 되놰다 번쩍이는 생각이 나면 만족스러워진다”며 “새로운 생각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상 새롭게 생각하려는 노력으로 유명한 코미디철가방극장을 만들었다.

 

전씨는 “여행을 좋아해 농어촌 지역에 가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안다’는 것만으로 술도 사주고 재워도 주고, 함께 배도 타기도 한다”며 “이들에게 코미디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다 좋아하지만 텔레비전에서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시골에 배달한다는 컨셉으로 만든 것이 철가방극장이다”며 최초로 농촌에 세워진 코미디 전용관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전북 남원에도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있었다.

 

지역 유명 축제인 흥부제와 특산품인 흑돼지에 관한 아이디어였다. 

 

그는 “남원의 대표적인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흥부제에서 ‘모의 법정’을 운영하면 정말 재미 있을 것 같다”며 “로스쿨 학생들이 나와 흥부가 놀부를 고발한 상황을 가정해 ‘부모 재산’을 나누는 문제에 대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다시 이를 항소하는 내용으로 꾸미면 계속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은 지금 사는 인월면의 맛있는 흑돼지를 홍보하는 것이다”며 “인월까지 가는 길에 많은 터널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적당한 번암 1터널 입구를 돼지코와 얼굴 형상으로 꾸미고 터널 내 사이렌을 ‘꿀꿀’거리는 소리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고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데뷔 50주년 공연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전유성씨는 “우습게도 50주년 공연 포스터만 봐도 떨리고 ‘남다른 공연’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배우 박중훈이 자리를 안내하고 코미디언 조혜련이 골룸 분장으로 객석이 앉아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제안했지만 안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자진해서 나서는 후배 코미디언이 많아 공연에 뜻 밖에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며 “남원에서 자주 뵙겠다”고 마무리했다.

최홍욱 기자 ico4017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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