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빛을 나누는 사람들'과 박성애 대표는 지난 21일 부산박물관 소강당에서, 이해련 전 부산 복천박물관장을 초청해 ‘유목 민족의 이동식 취사 그릇-동복(청동솥)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역사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강연은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동복’을 중심으로, 고대 유목민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삶의 본질을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이해련 전 관장은 유목민이 사용한 청동솥인 ‘동복’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본인이 해당 유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는 1990년대 초 김해 대성동 고분군 발굴 당시 29호분에서 청록색 금속성 그릇이 출토된 경험을 언급하며, 이는 내몽골 오르도스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유사해 ‘오르도스식 동복’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유물은 한반도 남단에서 발견된 전례 없는 사례로, 고대 유라시아 지역 간의 문화 교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이해련 전 관장은 고분의 구조와 발굴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유물의 상징성과 당시 피장자의 위상을 고찰했다.
특히 고분 바닥에서 발견된 철제 덩어리(철정)는 단순한 무기가 아닌, 땅의 신에게 무덤 터를 ‘구매’하는 의미를 가진 상징적 화폐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피장자가 왕 또는 최고 권력자였음을 시사한다. 금동관, 칠기, 토기, 순장자 흔적 등도 함께 출토돼 고대 장례문화의 복합적 양상을 보여주었다.

강연 말미에 이해련 전 관장은 김해 대성동 유적이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실을 언급하며, 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해당 유적의 일부가 조선시대 기와가마 설치로 훼손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문화재 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날 강연은 김준권 역사연구소장의 기조 발언으로 시작됐다. 김 소장은 “이해련 선생님과는 석사 동기로, 대중 강연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가 크다”라며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박상애 대표는 “전통과 문화를 되새기고, 이를 통해 사람과 세대를 잇는 가교가 되고자 이번 강연을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유물 발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뜻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사)빛을 나누는 사람들은 인문학 강연 및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문화 나눔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비영리단체로,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