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성 전투 부상병을 치료한 요천 빙고(氷庫)

  • 등록 2016.03.08 14: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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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대 말에 제작된 남원 고지도에는 광한루 맞은편에 있는 요천변 승월대 옆에 얼음 창고인 빙고가 표기되어 있다.

남원 요천 변의 빙고는 무슨 이야기를 가졌을까?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지난 지 2년의 세월이 흘렀고 남원 사람들은 여느 때와 같이 요천 변 정자나무 아래에서 임진년 왜적들의 만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때 백발이 하얀 노스님이 요천을 건너려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나룻배로 가 버렸다.

정자나무에 있던 한 청년이 스님에게 달려갔다

“스님! 방금 전에 한 말이 무슨 말이었습니까?”하고 물었다. 스님은 그 청년을 바라보더니“요천 건너편 바위 아래에 굴을 파고 겨울철에 얼음과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 백급이라는 약초를 구해다 가루를 내어 굴속에 넣고 봉함해 두면, 내년 여름에는 요긴하게 쓰일 데가 있을 것이다”라고 일러 주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범상해 보이지 않는 스님의 이야기이니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 날 것이라며 그날부터 요천 변에 동굴을 파기 시작하여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에서야 굴을 완성했다.

조금 지나 엄동설한이 되었고, 사람들은 스님이 말했던 대로 요천에서 얼음을 가져다 동굴에 가득 채우고 백급 가루를 함께 넣어 봉함해 두었다.

이듬해 봄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8월이 되자 조선을 침략한 왜적은 남원으로 물밀 듯이 쳐들어와 남원 성은 함락 되었고, 만여 명은 장렬한 죽임을 당하였다.

그러나 피를 흘리는 부상자 또한 수천 명에 달했다.

살아남은 노인들이 피를 흘린 부상자들을 치료하려 했으나, 피를 멈추게 하는 약이 없었다.

이때 어느 노인이 “백급이라는 약초 가루와 얼음이 있으면 금방 피가 멎을 것인데 남쪽에만 있는 백급 약초와 이 더위에 어디에서 얼음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한탄하고 있었다.

이 말을 듣던 한 사람이, 작년 겨울에 승월대 옆 동굴 속에 얼음과 백급이라는 약초 가루를 넣어 두었던 것을 생각해 내고, 그것들을 가져다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요천 변 빙고는 매년 얼음과 백급 가루를 넣어 두게 되었으나, 그 후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이 없어 사용할 일이 없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해인가부터 요천 변 빙고는 관리되지 못하고 폐허가 되어 남원 고지도 속에서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타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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