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타파인) 김진주 기자 = 남원 주생면의 들녘에서 흙을 일구던 한 농부가 도민체전 씨름판 위에서 금빛 반전을 써냈다.
방극완 선수는 14일 고창군에서 열린 제62회 전북도민체전 일반부 씨름 80kg급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낮에는 밭에서 농사일을 하고, 저녁이면 임실 씨름장으로 달려가 땀을 흘린 그의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
농부 방 선수는 수상 소감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승하게 되어 기쁩니다. 지더라도 후회 없이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그게 오히려 힘이 된 것 같습니다.”

밭일과 복숭아 농장 일로 단련된 두툼한 손아귀와 한 번 잡은 샅바를 놓지 않는 끈기는 모래판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러나 방 선수의 바람은 단순히 개인의 영광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남원에 씨름장이 없어 임실까지 가서 훈련해야 했던 현실을 아쉬워하며, “하루빨리 남원에도 씨름장이 생겨 후배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 선수는 씨름의 매력을 이렇게 전한다.
“씨름은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직접 해보면 더 깊은 재미가 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국민학교 씨름 선수였던 경험을 떠올리며 “몸이 기억하는 운동이다.
샅바를 잡는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오직 상대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민체전에서 남원시씨름협회(회장 황선주)는 팀은 종합 3위를 기록했지만, 방극완 선수의 금메달은 남원 씨름 역사에 특별한 한 페이지를 남겼다.
동시에 남원에 씨름장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과제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밭에서 씨름판으로 이어진 그의 여정은 단순한 스포츠 이야기를 넘어선다.
땀과 흙, 끈기와 희망이 어우러진 한 사람의 인생 드라마다.
방극완 선수의 금빛 샅바에는 개인의 승리뿐 아니라, 남원 씨름의 내일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 함께 묻어 있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