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남원부자…'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으로 사라져'

  • 등록 2018.07.05 22: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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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부자 자살'…'복지 과제만 세상에 남겨'
사회 복지만으론…'턱없이 부족'
홀로 남운 아들...'누가 보듬나'

5일 낮 12시 30분께 남원승화원


전북 남원시 의총로의 한 주택에서 70대 아버지와 30대 아들은 월세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금 120만원이 담긴 봉투 겉면에 "집주인 할머님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글귀를 남긴 체.

◇스케치
전북 남원 '부자 자살' 사건이 발생한 3일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남원시 사회복지사가 집을 찾은 시간은 이날 오전 11께. 집엔 주인집 할머니도 잠시 집을 비운 사이였다.

부자의 현관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이웃주민에게 수소문 끝에 주인집 할머니와 통화에 성공했다.

다시 부자의 집을 찾은 시간이 오후 1시 16분께. 할머니의 동의를 얻어 경찰에 신고했다.

이미 수차례 부자 등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불발되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도착하는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았다. 그때 시간이 오후 1시 30분께 잠긴 현관문을 강제로 열었다.

◇죽음까지
말기 대장암 투병중인 아버지, 그리고 결핵과 우울증을 앓던 아들은 결국 (?)처지를 비관해 16년간 살았던 월세방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3일 오후 1시 30분께 전북 남원시 의총로의 한 주택에서 아버지(71)와 아들(37)이 숨진지 한달여 만에 발견됐다.

이날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들 부자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남원시 사회복지사의 신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두 부자가 살던 월세방 창문과 출입문은 실리콘과 테이프로 밀봉된 상태였고, 타다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다.

이들 부자는 마지막으로 봉투에 현금 120만원을 넣고 겉면에 '집주인 할머님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경찰은 아버지는 글을 쓸줄 모르는 무학이어서 작은 아들이 썻던 것으로 추정했다.

◇'송파 세 모녀'가 만든 복지법, '남원 부자'는 구할 수 없었다
모든 죽음엔 구구절절한 사연이 녹아있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세 모녀는 사회가 자신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모든걸 체념하고 죽음을 택한다.

남원 '부자 자살'도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부자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을 정도로 큰 금전적 고통은 없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아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우리 사회는 체계적이고 섬세한 복지 정책이 준비되고 실행되지 않으면 우리는 수많은 '남원 부자'들을 볼 수밖에 없다.

◇'누가 누구를 더 안쓰러워 했을까'란 의문
30년 전 사별한 아버지는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세 부자는 15년 전부터 이 집에서 월세 10만원으로 세들어 살았다. 주민들은 "효자 아들"로 기억했다.

세 부자의 불행은 아버지가 2015년 대장암 판정을 받으면서 간병에 나서야 했던 아들에게 찾아왔다.

간병을 도맡아 왔던 아들은 평소 외출하는 것을 기피했다. 한때 결핵에 걸려 외부인과 접촉을 피했고, 아버지의 병원 외출을 빼고는 평소 집에서만 지냈다.

이런 과정에서 2012년 심리검사를 통해 나타난 자신의 우울증 증세가 악화됐다.

투병중인 아버지도 자신이 돌봐주지 않으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체념했다.

◇우울증 증세…결국 아들의 극단적 선택
동생은 형과 나눈 메시지에서 "죽고싶다"는 글을 자주 보냈다.

형은 자신도 힘들었지만 적게나마 돈을 벌어 아버지를 도왔다.

아버지를 간병한 아들은 2012년 심리검사를 통해 잠깐 우울증 약을 먹었다. 그 뒤론 우울증 증세로 다신 병원을 찾지 않았다.

결국 죽음을 선택한 아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항상 자신의 처지를 혼자 고민해야 했다.

◇정부지원…'제자리'
아들은 2013년 남원시청에서 자활근로를 했지만, 아버지 간병을 위해 6개월 만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

남원시는 부자에게 노인연금과 '조건유예'로 2인의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주거급여'로 월세와 공과금 등을 지원했다.

사건 당시 월세나 공과금 및 건강보험료 연체는 없었으며, 암 치료비나 우울증 치료 등 의료비용에 대해서도 지원받아 왔다.

만약 아들과 아버지가 떨어져 살았다면, 아버지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를 통해 주1회 몸상태 등을 살필 수 있었다.

아들도 정상전인 복지혜택 속에 우울증 치료 등 노력여하에 따라서 직업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치료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 기록엔 지난 5월 21일이 마지막 방문이다. 사회복지사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관리하는 인원만 한달에 400여명 정도. 내근과 외근을 병행해야 했다.

법으로 다른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 없는 모순된 현실이 슬플 뿐이다.

◇혼자 남아 통곡
부자의 죽음에 모든 이들은 숙연만 했다.

분양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은 영정사진도 심지어 향불하나 없었다. 아들의 곁을 함께한 이들도 없었다.

5일 오전 9시께 그나마 장례식장에서 간소한 발인제를 준비해 아들은 떠나는 가족에 대한 형식을 갖쳤다.

혼자서 아버지와 동생의 관을 실은 운구차를 타고 5분 거리인 남원승화원으로 향했다.

9시 20분께 승화원에 도착한 운구차는 부자의 관을 내려놓았다.

화장장 입구에서 아들은 두 관을 붙들고 통곡했다.

이미 유탈이 된 상황이라, 화장시간은 약 60분께 걸렸다. 아들은 화장시간 내내 눈물을 흘렸다.

오전 10시 30분께 아들은 나무유골함 두 개를 자신이 챙겨온 가방에 담아 2km 넘게 떨어진 마을을 향해 외롭게 걸었다.

5일 오후 1시께 다시 장례식장을 찾아 장례비용을 물었다.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근처 장례식장을 통해 부자의 분향소 상황을 설명했더니, 약 75만원이라 했다.

75만원은 국가가 가족이 없을때 시신 한 구당 지급하는 '행위자처리비용'이었다.

앞서 승화원에선 부자에 대해 기초생활수급자 적용으로 비용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복지는 법테두리 밖으론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복지라는 개념보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우선했다.

부자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은 '돈이 많아서 돈이 없어서'가 아닌, 그간 가슴에 담아왔던 속마음을 죽음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부자에게 시간이 좀 더 남았더라면...'과연 이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18년 7월 17일 일부내용 보강
부자 자살 사건 장례비용은 각 160만원씩 320만원으로 확인됐다. 세상에 홀로 남은 큰아들이 비용을 치렀다. 장례비용 정산은 수의와 나무관 등 비용이었다.

더 알아보니 기초생활수급자도 남원시에선 장례비용 약 75만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아버지와 동생을 가슴에 묻은 큰아들은 다음날(6일) 남원시 동충동동사무소를 찾아 기초생활수급자 장례비용 처리 절차를 밟아 남원시에서 16일께 약 15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부자가 미안하다며 남긴 돈봉투에 담긴 120만원은 장례비용으로 모두 쓰였다. 50만원의 장례비용은 아들의 몫으로 남긴 체.

"미안하다"고 말 할 필요도 없는 세상을 위해 부자는 마지막까지 "미안하다" 유서를 남겼다. 이 사회가 오히려 부자에게 미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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