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타파인) 손기수 기자 = 전북대학교가 캠퍼스 밖에 보유한 교육용 토지가 전국 대학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거점 국립대가 보유한 막대한 토지가 실제 교육과 연구,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과제가 던져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북대가 캠퍼스 밖에 보유한 교육용 토지는 2109.9ha에 달했다.
전국 국·사립대를 통틀어 강원대 3191.6ha와 충북대 2643ha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전북대가 보유한 캠퍼스 밖 교육용 토지만 축구장 2800여 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이 가운데 임야 비중은 무려 97.9%에 달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보고된 토지다. 전국 8개 국립대가 교육부에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로 보고한 면적은 총 2447.5ha인데 이 가운데 전북대가 1966.9ha를 차지했다.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역민 입장에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북은 그동안 기업을 유치할 산업용지와 연구시설, 청년들이 일할 공간을 확보하고 지역소멸에 대응키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가 이처럼 광대한 캠퍼스 밖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땅이 현재 어떻게 이용되고 있으며 지역의 교육·연구와 산업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묻게 한다.
문제는 각각의 토지가 실제 교육과 연구에 얼마나 이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업·실습 등의 구체적인 실적이 충분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2109.9ha가 너무 많다’가 아니라 2109.9ha 가운데 실제 교육·연구에 필요한 토지는 얼마나 되고, 장기간 활용되지 않는 토지는 얼마나 되는지조차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현실이 핵심이다.
‘지역거점대 역할’ 커지는데…땅 활용도는 얼마나
전북대는 최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2026년 국립대학육성사업 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아 올해 총 324억5000만원의 국비 사업비를 확보했다.
지역거점 국립대의 역할 역시 과거 학생 교육에 머물지 않고 AI와 첨단산업 연구, 산학협력, 지역기업 지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 오랫동안 보유해 온 토지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북대가 보유한 캠퍼스 밖 교육용 토지 가운데 개발제한구역으로 보고된 면적이 1966.9ha에 달한다는 점은 대학 자체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규제 문제도 함께 보여준다.
교육·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토지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실제 사용하지 않는 토지가 있다면 연구시설이나 산학협력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실 속에서 지역거점대가 가진 인재와 연구역량, 공간을 지역산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자산을 무조건 개발하자는 접근도, 교육용이라는 이유만으로 활용실태를 들여다보지 않는 접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병도 “전수조사부터”…장기 미활용 토지 구분해야
한병도 의원도 대학이 보유한 토지 자체보다 정확한 이용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관리체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한 의원은 “대학은 인재와 연구역량, 부지를 함께 갖춘 지역 성장의 거점인데, 정작 땅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수조사로 교육·연구에 쓰이는 땅과 장기 미활용 토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토지가 확인될 경우 교육용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대학이 교육·연구·산학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활용계획을 제시한다면 용도 전환이나 도시계획 변경, 개발제한구역 특례 등을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전북대의 2109.9ha 역시 이제 숫자의 크기만을 놓고 논쟁하기보다 토지별 이용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미래 활용계획을 제시하는 단계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미활용 토지는 교육용 지위와 혜택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교육·연구·산학협력 활용계획을 내는 대학에는 용도 전환·도시계획 변경·그린벨트 특례를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며, “캠퍼스와 주변 지역을 하나의 계획단위로 묶는 규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민에게 남은 것은 ‘2109.9ha를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질문
전북대가 전국 세 번째로 많은 캠퍼스 밖 교육용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학술림과 연습림처럼 교육과 연구를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할 공간이 존재하고 개발제한구역 등 대학의 의지만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토지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역에서는 막대한 면적의 토지를 보유하고도 구체적인 활용실태를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사실 자체가 허탈감을 남길 수 있다.
지역소멸과 청년 유출을 걱정하고 기업과 연구기관 한 곳이라도 더 유치하려 애쓰는 전북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도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그 땅 가운데 실제 교육과 연구에 쓰이는 곳은 얼마나 되는지, 사용하지 않는 땅이 있다면 왜 활용하지 못하는지, 앞으로 전북의 미래산업과 청년 일자리를 위해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다.
2109.9ha라는 숫자가 전북대의 ‘과도한 토지 보유’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지역의 미래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자산인지는 전수조사와 구체적인 이용실태가 공개된 뒤 판단할 문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북대 보유 토지의 이용현황과 향후 활용계획을 지역사회에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정부와 전북자치도 역시 규제로 묶여 활용하지 못하는 토지가 있다면 교육·연구와 산학협력이라는 공공성을 전제로 합리적인 활용방안을 함께 찾아야 할 때다. 한병도 “대학 땅 어떻게 쓰는지도 모른다”…캠퍼스 밖 임야만 축구장 2만600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