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타파인) 김진주 기자 = 한국마사회를 둘러싼 전국 지자체 유치전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이성용 순창군의원이 ‘전북 말산업 클러스터’와 ‘순창·담양 경마공원’을 하나로 묶은 광역 전략을 전면에 꺼내 들었다.
남원에 한국마사회 본사와 연구·치료 기능을 두고 장수는 생산·육성, 임실은 퇴역마 재활, 순창·담양은 경마·승마·관광을 담당해 기관 하나를 유치하는 경쟁을 넘어 ‘말의 전 생애주기’를 전북 동부권에서 완성하자는 구상이다.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진행되면서 한국마사회 유치 경쟁은 제주와 전남광주권, 전북, 경북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천 서울경마공원 이전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경쟁의 범위도 본사 이전에서 경마장과 말산업 기반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로 커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던진 화두는 단순한 ‘순창 유치론’과는 결이 다르다. 남원·장수·임실·순창을 경쟁시키는 대신 각 지역의 강점을 하나의 산업 구조로 연결하고, 순창은 전남 담양과 손잡아 광역 경마공원의 핵심 거점이 되자는 전략이다.
| 이성용 “순창 혼자 아닌 전북동부권 함께 가야”
이성용 의원은 지난 11일 제306회 순창군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전북 말산업 클러스터 구축 및 순창 경마공원 유치 촉구 건의안’을 대표발의했다.
핵심은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단순한 기관 이전으로 끝내지 말고 지역 산업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특히 지역구 박희승 국회의원이 제안한 남원·장수·임실·순창 광역 말산업 클러스터 구상에 주목했다. 각 지역의 기능을 나누면서도 하나의 산업권으로 연결해 공공기관 이전과 지방소멸 대응, 관광·농축산업 육성을 함께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 의원 구상엔 남원은 한국마사회 본사와 말 치료·교육·연구개발, 장수는 경주마 생산·육성·조련과 전문인력 양성, 임실은 퇴역마 휴양·재활과 말복지, 순창은 담양과 연계해 경마공원과 치유승마·말 건강산업을 담당한다.
말을 생산하고 키우는 단계에서 경주, 치료, 은퇴 이후 재활까지 하나의 권역에서 연결하는 셈이다.
이 의원의 주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공공기관 하나를 어느 시·군에 가져올지를 놓고 전북 내부가 경쟁보다는 한국마사회를 중심으로 여러 시·군에 산업과 일자리, 관광수요를 분산시키는 구조를 먼저 만들자는 것이다.
| 순창·담양 ‘390만㎡ 승부수’…이성용, 경마공원 연결고리 자처
전북 말산업 클러스터에서 이 의원이 가장 강조하는 축은 순창·담양 경마공원이다.
순창과 담양은 행정구역은 전북과 전남으로 갈리지만 생활·관광권이 맞닿아 있다. 양 지역은 순창 팔덕면과 담양 금성면 접경지역 약 390만㎡를 활용한 경마공원 공동유치를 추진해왔다.
구상대로라면 순창에는 경마·관리시설을, 담양에는 승마·체험시설 등을 배치하고 주변 관광자원과 농특산물, 숙박·외식산업을 연결하는 광역 관광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 담양은 과거 제4경마장 유치에 도전했다가 영천에 밀렸지만 순창과 손잡고 다시 경마공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성용 의원이 이번 건의안을 통해 순창·담양 경마공원을 전북 말산업 클러스터의 한 축으로 공식화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순창만을 위한 시설보다는 남원·장수·임실에서 이어지는 말산업의 경주·관광·소비 거점으로 경마공원의 성격을 확장한 것이다.
이 의원은 정부에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지역산업 육성과 연계하고 전북 말산업 클러스터를 국가균형발전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전북자치도에는 남원·장수·임실·순창을 연결하는 클러스터를 핵심 전략사업으로 채택하고 순창·담양 경마공원 유치에 행·재정적 지원을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마사회에도 경마공원 유치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 전국 ‘마사회 쟁탈전’…이성용 ‘산업분산’으로 차별화
한국마사회 유치를 둘러싼 경쟁은 이미 전국 단위로 번지고 있다. 제주는 기존 말산업 기반과 제주경마공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한국마사회를 직접 찾아 본사 이전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북 역시 영천 렛츠런파크를 비롯한 말산업 기반을 갖고 있어 유력한 경쟁지역 가운데 하나다. 전남광주권도 호남권 산업 재편과 연계한 유치전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여기에 과천 서울경마공원 이전 문제가 더해지면서 판은 더욱 커졌다. 본사와 경마공원을 한 지역으로 함께 옮길지, 각각 다른 지역으로 분산할지에 따라 지자체들의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성용 의원이 제시한 전북 전략의 차별점도 바로 ‘분산과 연결’이다.
마사회 본사를 남원에 유치한다고 해서 순창이 손해 보는 구조가 아니다. 장수에는 생산과 조련, 임실에는 재활과 복지, 순창·담양에는 경마와 관광 기능이 들어가면 각각의 지역이 하나의 말산업 경제권 안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게 된다.
즉 ‘마사회를 어디에 둘 것이냐’에서 ‘마사회가 오면 전북 전체에 무엇을 만들 것이냐’로 질문 자체를 바꾼 셈이다.
| 박희승 제안서 이성용 건의안까지…정치권 움직임 구체화
전북 말산업 클러스터 구상은 박희승 국회의원의 제안 이후 지방의회 차원의 공식 요구로 구체화되고 있다.
박 의원은 한국마사회 측에 남원·장수·임실·순창을 연결한 광역 말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제안했다. 남원에서는 한국마사회 본사 이전 요구가 나오고 있고 순창에서는 이성용 의원이 경마공원까지 포함한 건의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순창의 이해관계만 앞세우지 않았다. 남원에 본사를 내주고 장수와 임실에 각각 생산·조련과 재활 기능을 배치하면서도 순창은 담양과 경계를 넘어 경마공원을 공동유치하는 ‘광역 상생형 모델’을 제시했다.
전북자치도 차원의 단일 전략이 만들어진다면 지자체별 각개전투보다 정부와 한국마사회를 설득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 관건은 ‘건의문 다음’…390만㎡를 숫자로 증명해야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과 방식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데다 한국마사회 본사와 서울경마공원의 이전 방향 역시 변수가 남아 있다. 제주와 경북 등 경쟁지역도 이미 말 생산과 경마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전북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규모 경마공원은 부지 확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광역교통망과 접근성, 사업비와 재원조달, 예상이용객, 고용·세수 효과는 물론 사행산업 시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과 환경 문제도 넘어야 한다.
때문에 이성용 의원의 건의안이 실제 유치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제 정치적 선언을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바꾸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순창·담양 390만㎡ 부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남원·장수·임실과 어떤 교통·산업망으로 연결할 것인지, 각 지역에 몇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어느 정도의 관광·경제효과를 낼 것인지까지 수치화해야 한다.
| 이성용이 던진 질문…“기관 하나인가, 산업 하나인가”
결국 한국마사회 유치전에서 전북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은 ‘연결’이다. 남원에 본사, 장수에 생산·육성·조련, 임실에 퇴역마 재활, 순창·담양에 경마·승마·관광.
이 구조가 현실화된다면 한국마사회 이전은 공공기관 한 곳의 주소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전북 동부권의 관광과 농업·축산, 연구·교육, 말복지를 하나로 묶는 산업정책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 중심에서 이성용 의원은 순창·담양 경마공원을 지역 단독사업이 아닌 전북 말산업 경제권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
전국 지자체가 한국마사회라는 ‘기관 하나’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던진 승부수는 눈길을 끈다.
“기관 하나를 가져올 것인가, 아니면 산업 하나를 가져올 것인가.”
단순한 기관 유치 경쟁을 넘어 말산업 전체를 전북 동부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하자는 발상이다.
이제 관건은 이 구상을 순창군의회의 건의문에 머물게 하지 않는 데 있다. 전북자치도의 핵심 전략으로 끌어올리고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계획과 한국마사회의 사업계획까지 얼마나 빠르고 구체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승부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