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타파인) 김진주 기자 = 비 내리던 밤 남원 요천변에 가지런히 놓인 운동화 한 켤레와 자동차 스마트키가 경찰과 소방당국을 사흘째 긴장시키고 있다. 신발 한 켤레에 사흘째 강변 뒤진 경찰 [사설]
실종신고가 먼저 접수된 사건이 아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물가에 신발과 자동차 열쇠만 남겨져 있다는 신고에서 시작됐다.
30일 현장에 설치된 남원경찰서 현수막 등에 따르면 문제의 물건이 발견된 시각은 지난 28일 오후 8시59분이다.발견 장소는 남원시 도통동 부영5차아파트 맞은편 요천변.
현장에서는 아디다스 검은색 운동화 한 켤레(260㎜)와 빨간색 케이스가 씌워진 스마트 자동차 열쇠가 발견됐다.
당시 남원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운동이나 산책을 나온 시민이 요천변에서 신발과 자동차 열쇠를 발견하면서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발견 장소가 요천 바로 옆이라는 점이었다. 단순히 신발과 자동차 열쇠를 놓고 간 것이라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지만, 물가에서 개인 소지품이 발견된 만큼 경찰로서는 혹시 모를 추락이나 극단적 상황, 실종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사람은 없고 신발·차키만…경찰·소방 이틀간 요천 뒤져
신고를 받은 남원경찰서는 남원소방서와 함께 주변 수색에 나섰다. 소방 구조차량과 구급차 등이 현장에 투입됐고 경찰과 소방은 요천 주변과 산책로 등을 중심으로 수색을 이어갔다.
그러나 사흘째 수색에도 물건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물건 주인을 찾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신발과 자동차 스마트키의 주인을 찾는 데 나섰다.
현수막에는 운동화와 자동차 열쇠 사진을 함께 싣고 발견 일시를 ‘2026. 8. 28. 20:59’, 장소를 ‘남원시 도통동 부영5차아파트 요천변’이라고 게첨하면서 남원경찰서 도통지구대 전화번호와 112 신고번호도 함께 안내했다.
| 사흘째 되자 기동대·드론까지…수색규모 확대
상황은 30일 오전들어 더욱 커졌다. 사건이 상급 경찰기관에도 공유되면서 이날 오전부터 경찰기동대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고 드론까지 동원해 요천 일대를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처음 시민 신고로 시작된 수색이 경찰과 소방을 거쳐 기동대와 드론까지 동원되는 수색으로 확대된 것.
특히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물건 소유자의 실종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수색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경찰 입장에서는 ‘사람이 실종됐다는 신고’보다 먼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물건이 발견된 사건인 셈이다.
남원시도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시는 30일 오전 11시8분 안전문자를 통해 “남원경찰서에서 실종자 수색 관련해 부영5차아파트 건너편 요천변 산책로에 아디다스 검은색 운동화(260㎜), 빨간색 케이스 스마트 자동차열쇠를 두고 간 사람을 찾고 있다”고 알렸다.
| ‘제주 때문에 과잉수색?’…그래도 경찰엔 가장 민감한 시기
남원경찰의 이번 대규모 수색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시점’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37세 장미란씨 실종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실제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으면서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신고자에게 설명하고, 신고접수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초동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실종신고 104일 만인 지난 24일 발견됐다. 해당 경찰관이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부적절하게 사건을 종결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제주경찰은 장씨를 찾기 위해 뒤늦게 수색 범위를 제주 전 해안과 인근 해상까지 확대했다. 경찰 하루 평균 350여명을 비롯해 관계기관까지 하루 400여명이 투입됐고, 헬기와 경비정, 드론, 탐지견까지 동원하는 대규모 수색이 이어졌다.
경찰청도 사건 처리 과정뿐 아니라 지휘·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제주도 역시 경찰·소방·해경 등이 참여하는 ‘실종·위기사건 대응협의체’를 구성하고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국 경찰이 실종사건 하나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제주 사건직후 남원에서 벌어진 이번 수색을 두고 일각에서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올 수도 있다.
실종신고조차 없는 상황에서 요천변에 놓인 운동화 한 켤레와 자동차 스마트키를 단서로 경찰과 소방이 출동했고, 이후 경찰 기동대와 드론까지 투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원경찰의 수색 확대가 제주 사건의 영향 때문이었다고 확인된 사실은 없다. 이를 곧바로 ‘과잉수색’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물가에 신발과 자동차 열쇠가 함께 놓여 있었고 사흘째 소유자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경찰로서는 실제 실종이나 인명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때까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제주 사건이 남긴 가장 뼈아픈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종이나 인명사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은 초기 판단 하나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처음부터 ‘별일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CCTV 영상과 목격자의 기억, 휴대전화와 이동 흔적 등 결정적 단서를 확보할 ‘골든타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의심 상황에 경찰력을 무한정 투입할 수도 없다. 결국 현장 경찰은 ‘과잉대응’과 ‘부실대응’이라는 두 비판 사이에서 판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사흘째 수색에도 물건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물건 주인을 찾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재난문자까지 발송하며 신발과 자동차 스마트키의 주인을 찾는 데 나섰다.
“운동하다 깜빡하고 놓고 갔습니다.” 그 한마디면 된다.
물건 주인이 아무 일 없이 나타나 이번 수색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수색에서만큼은 ‘헛수고’가 가장 다행스러운 결말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