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타파인) 양은희 기자 = 어린 시절 창극 무대 한가운데서 소리를 뽑아내던 아이들이 어느덧 고등학생이 됐다. 오우석·황현일·이예은. 이른바 ‘소띠삼총사’다.
세 사람은 초등학생 시절 국립민속국악원 ‘틴틴창극교실’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무대를 누볐던 어린 소리꾼들이다. 함께 판소리를 배우고 국악경연대회 무대에서 실력을 겨루며 성장했던 이들은 현재 나란히 남원국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하며 국악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한때 선생님의 장단에 맞춰 소리를 배우던 아이들이 이제 자신들이 출발했던 틴틴창극교실로 돌아와 후배들의 소리를 잡아주는 선배가 됐다.
여기에 남원국악고 3학년 정재현도 함께했다. 어린 시절부터 판소리 무대를 누빈 ‘리틀 명창’ 정재현은 이미 고등학교 1학년 당시 장관상까지 거머쥐며 고등부를 대표할 차세대 소리꾼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남원 지리산소극장에서 열린 국립민속국악원 여름방학 청소년 국악강좌 ‘틴틴창극교실’ 수료발표회는 그래서 단순한 어린이 발표회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 초등학생 ‘틴틴 주역’ 남원국악고 선배로
틴틴창극교실은 초등학생들이 판소리와 창극을 배우고 직접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체험형 국악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지난 5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다. 수료발표회에서는 춘향가·흥보가·수궁가·심청가의 주요 눈대목을 하나의 창극으로 엮었다.
아이들은 발성과 호흡, 장단을 익히는 데서 시작해 자신이 맡은 배역의 소리와 대사를 배우고 장면 구성과 무대 동선까지 맞췄다. 단순히 판소리 한 대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창극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한 셈이다.
이번 교육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과거 틴틴창극교실을 거쳐간 선배들의 참여였다. 그 중심에 오우석·황현일·이예은이 있다.
세 사람은 초등학생 시절 틴틴창극교실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 무대를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어린 시절 시작한 판소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공부해 이제는 나란히 남원국악고 2학년이 됐다.
‘틴틴의 아이들’이 성장해 다시 ‘틴틴의 선배’로 돌아온 것이다.
| 강민지 명창에게 소리배운 ‘소띠삼총사’
오우석·황현일·이예은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소리를 공부하며 ‘소띠 삼총사’로 불렸다.
강민지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우며 기본기를 다졌고, 초등학생 때부터 각종 국악경연과 공연 무대에 꾸준히 오르며 경험을 쌓았다.
서로는 친구이면서 경쟁자였다. 누군가 먼저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른 친구에게 자극이 됐고, 다시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동력이 됐다.
그렇게 함께 틴틴창극 무대에 섰던 세 사람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서도 같은 길을 선택했다.
이들에게 틴틴창극교실은 방학 때 잠시 경험한 국악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배역을 맡고 대사를 외우고, 친구들과 장단을 맞춰 관객 앞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던 경험은 국악인의 길을 이어가는 밑거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지금은 후배들이 그 길을 바라보고 있다.
| 장관상 받은 ‘리틀 명창’ 정재현도 후배 곁으로
‘소띠삼총사’만 돌아온 것은 아니다. 이번 틴틴창극교실에는 남원국악고 3학년 정재현도 멘토로 참여해 어린 후배들과 소리를 맞추고 무대를 준비했다.
정재현 역시 어린 시절부터 판소리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온 ‘리틀 명창’이다. 특히 최근 국악경연에서 장관상을 수상할 정도로 고등부 기대주로 성장하면서 차세대 소리꾼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우석·황현일·이예은이 초등학생 틴틴 주역에서 국악고 전공생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한 학년 선배인 정재현은 전국 무대에서 성과를 내는 단계까지 올라서며 어린 후배들에게 또 하나의 목표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들이 어린 후배들에게 갖는 의미는 유명 국악인과는 조금 다르다. TV나 큰 공연장에서 만나는 명창이 ‘언젠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불과 몇 년 전 자신들과 똑같이 어린 소리꾼이었던 국악고 선배들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도 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나도 계속하면 저 형, 저 누나처럼 될 수 있다.” 어린 소리꾼에게 이보다 현실적인 동기부여는 많지 않다.
| ‘배우는 아이→성장한 선배→다시 후배에게’…틴틴의 선순환
틴틴창극교실의 성과를 한 번의 수료공연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등학생이 틴틴에서 처음 창극을 만나고 국악에 흥미를 갖는다. 이후 소리를 계속 공부해 국악 전공자의 길을 선택하고, 성장한 뒤 자신이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다시 어린 후배를 이끈다.
배우는 아이가 성장한 선배가 되고, 그 선배가 다시 다음 아이의 꿈을 키우는 구조다.
오우석·황현일·이예은 ‘소띠삼총사’와 정재현의 성장은 이러한 선순환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판소리의 본고장 남원이라는 공간에서는 더욱 의미가 크다.
국악의 전승은 공연장을 짓고 공연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리를 배우려는 아이가 있어야 하고, 그 아이에게 꿈을 보여주는 선배가 있어야 한다. 어린 소리꾼을 꾸준히 이끌어줄 스승과 마음껏 설 수 있는 무대가 함께 있어야 한다.
강민지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며 무대를 누볐던 ‘소띠삼총사’가 이제 남원국악고 학생으로 성장했고, ‘리틀 명창’ 정재현은 장관상을 받는 고등부 기대주로 성장했다.
그들이 다시 어린 후배들 곁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틴틴창극교실은 단순한 국악 체험교육을 넘어 남원의 국악 인재를 이어주는 하나의 성장 사다리가 되고 있다.
지난 22일 무대에 선 어린이들에게도 이제 몇 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선배들이 생겼다. 남원의 국악은 그렇게 이어진다. 명창이 아이를 키우고, 성장한 아이가 다시 다음 아이의 꿈을 키운다.
어쩌면 틴틴창극교실이 만들어낸 가장 값진 작품은 무대 위 한 편의 창극이 아니라, 해마다 한 뼘씩 자라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국립민속국악원 관계자는 “틴틴창극교실은 모집 때마다 많은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이라며, “겨울방학에도 운영할 예정인 만큼 어린이와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