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타파인) 김진주 기자 = 남원시의회의 현장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구 남원역사 철거 현장을 찾아 시민 공감대 부족을 지적했고 남원사회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배식했다. 극심한 가뭄을 겪는 농촌에서는 농업용수 공급대책을 점검했다.
현장을 찾고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지방의회의 기본 역할이다. 그러나 원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정치적 계산에 빠르게 움직였던 의회가 공공의대·국립의전원과 모노레일 배상 문제, 구 남원역사 철거, 가뭄 같은 주요 현안에는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이 궁금한 것은 시의원들이 어디를 방문해 누구와 사진을 찍었는지가 아니다. 현장에서 무엇을 밝혀냈고, 집행부의 정책과 예산을 어떻게 바꿨는지가 중요하다.
| 지난 17일 구 남원역 철거 뒤 유감…사전 견제는 어디에
남원시의회가 구 남원역사 철거가 시민과 의회의 충분한 숙의 없이 추진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만인공원 조성이나 철거를 무조건 반대한 것이 아닌 시민의 삶과 추억이 축적된 공간인 만큼 보존·재활용 방안을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시의회는 지난 2025년도 본예산에서 만인공원 조성사업 시설비 11억4938만원을 승인했다. 반면 구 역사 철거예산은 2024년 12월과 2025년 3월 두 차례 삭감했다. 그런데 남원시는 2025년 12월30일 유한회사 에코산업과 3억6359만원 규모의 철거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공사에 들어갔다.
시의회는 지난 17일에야 철거 현장을 찾아 공사 상황과 안전문제, 비산먼지·소음 등 시민 불편을 점검했다. ‘남원시 부실공사 방지 조례’에 따른 공사계획 사전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철거예산을 두 차례 삭감한 의회가 계약 체결과 예산 확보, 착공 준비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면 집행부 감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공사가 시작된 뒤 현장을 찾아 유감을 밝히는 것은 사전 견제가 아니라 사후 확인에 가깝다.
집행부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 의회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예산을 삭감했다면 이후 사업이 어떤 재원과 절차로 추진되는지 끝까지 추적했어야 한다.
시의회는 유감 표명에 머물러선 안 된다. 철거비의 예산 출처와 계약 근거, 조례상 사전통보 의무 준수 여부를 문서로 검증해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구 남원역사는 철거되면 되돌릴 수 없지만 무너진 의회의 감시 기능은 지금이라도 바로 세워야 한다.
| 국립의전원 유치 다시외친 남원시의회…법안·예산이 관건
남원시의회는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를 찾아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연계한 ‘국가 공공의료 거점’을 남원에 조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의원들은 이후 2인 1조로 복지부 앞에서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전체 의원 16명을 8개 조로 편성하면 평일 20일을 기준으로 각 조가 한 달에 2∼3차례 참여할 수 있다.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취지라면 의미가 있다.
시의회는 이날 ‘국립의전원 남원설립 및 국립중앙의료원 연계유치 촉구 공동성명서’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고 정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국립의전원 설립은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남원의 오랜 현안이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연계한 공공의료 거점 조성도 지역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할 가치가 충분하다.
다만 정부부처 방문과 피켓시위, 공동성명서 전달만으로 사업이 진전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와 정부계획 반영, 부지와 재원 확보, 지역 정치권의 역할 분담을 담은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시의회는 누구를 만나 어떤 답변을 들었는지, 앞으로 법안과 예산 확보를 위해 어떤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인지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피켓을 든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태도와 정책을 얼마나 움직였느냐다.
시작했다면 중단하지 말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어가야 한다. 사진과 성명서가 법안과 예산, 정부계획의 변화로 연결될 때 이번 활동은 비로소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 복지관 배식…봉사가 정책으로 이어질까
지역구 의원들의 현장 방문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봉사는 분명 좋은 일이고 시민과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의정활동에 도움이 된다. 다만 주요 현안이 한꺼번에 쌓인 지금이라는 시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지적은 봉사활동을 폄훼하려는 것 보다는 시의원들이 본연의 역할에도 더욱 힘써 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남원시의회는 지난 14일 남원사회복지관에서 지역 어르신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배식 봉사활동을 펼쳤다.
한명숙 의장과 오창숙·최형욱·전인숙 의원은 독거노인과 소외계층 등 70여 명에게 식사를 배식하고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들을 도왔다. 복지관 종사자들과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사례관리 현황에 관한 의견도 나눴다.
한 의장은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살피고 소외되는 이웃이 없는 따뜻한 남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배식 봉사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모노레일 배상과 구 남원역사 철거, 공공의대·국립의전원 설립, 가뭄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시의회의 본업은 조례 제정과 예산 심사, 집행부 감시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의원은 조례와 예산으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선출직 공직자다. 현장에서 확인한 종사자 처우와 돌봄 공백, 이용자 불편을 예산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야 봉사의 의미도 더욱 커진다.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한 시간이 사진 한 장으로 끝나지 않고 복지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현장을 찾는 따뜻한 마음과 주요 현안을 풀어내는 치열한 의정활동이 함께할 때 시민의 신뢰도 따라올 것이다.
| 평년 61% 강수량…뒤늦게 가뭄 비상대응
남원시의회 경제농정위원회는 수지·송동·대강면 일원의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업용수 공급시설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남원지역 누적 강수량은 484㎜로 평년의 61% 수준이다. 수지면은 410㎜로 평년의 52%에 불과하다. 마곡저수지 저수율은 16%, 수송저수지는 33.9%, 주촌저수지는 40%까지 떨어졌다.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농작물이 말라가고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시의회 대응은 한발 늦었다. 저수율이 위험 수준까지 떨어지고 농작물 피해가 현실화한 뒤에야 긴급 간담회와 현장점검이 이뤄졌다.
이기열 경제농정위원장과 장병옥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남원지사장과 남원시 부시장, 관계 국·과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어 농업용수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경제농정위원회도 지난 14일 수송저수지와 남창3호·세전1호 양수장을 찾아 저수율과 양수장 가동 상태, 농경지 급수 상황을 확인했다. 현장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조용수·소태수·양순철·이상현·장병옥·김한수·오창숙 의원 등 위원 전원이 참여했고 남원시와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현장 확인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뭄 대응의 성패는 시의원 몇 명이 저수지 앞에 섰는지가 보다는 농경지에 언제, 얼마나 많은 물을 공급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강수량과 저수율은 갑자기 악화한 것이 아니다. 경제농정위원회가 평소 관련 자료를 점검했다면 ‘심각 단계’에 이르기 전에 비상용수 확보와 양수장 정비, 예비 장비 투입을 요구할 수 있었다.
가뭄이 닥친 뒤 손가락으로 양수장비를 가리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손끝이 실제 농업용수 공급과 피해 농가 지원, 상습 가뭄지역의 항구적인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현장 방문의 성과는 사진이 아니라 농민의 논밭에서 확인돼야 한다.
타파인 분석|자리싸움은 전광석화, 현안 대응은 왜 뒤늦나
남원시의회가 회기 초반 원 구성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움직였던 속도는 전광석화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민의 삶과 남원의 미래가 걸린 현안에서도 그만큼 빠르고 치열했는지는 의문이다.
공공의대·국립의전원 설립은 남원의 미래와 직결된 장기 현안이다. 모노레일 소송과 배상 문제는 막대한 시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구 남원역사는 철거되면 되돌릴 수 없고, 가뭄은 지금도 농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현안에서 시의회가 집행부보다 먼저 자료를 분석하고 정책을 주도했는지, 시민에게 공개할 만한 질문과 대안을 내놓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행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상임위원회가 자치행정위원회뿐이어서는 안 된다. 경제농정위원회는 농업과 지역경제를, 의회운영위원회는 의회 운영과 견제 시스템을 각자의 자리에서 주도해야 한다.
시의원이 집행부에 제대로 질문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예산서와 계약서를 검토하고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 주민을 만나 사전에 발품을 팔아야 한다.
가뭄이 ‘심각 단계’에 들어선 뒤 저수지에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저수율이 떨어질 때 비상급수계획을 먼저 요구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다. 구 남원역 철거공사가 시작된 뒤 유감을 밝히는 것보다 계약 전에 예산과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견제다.
모노레일 문제도 판결이나 배상 결과가 나온 뒤 집행부 보고를 받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업 결정과 협약, 소송 대응 과정에서 누구의 판단이 있었고 시민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밝혀야 한다.
공공의대·국립의전원 문제 역시 결의대회와 공동성명, 기념사진으로 성과를 대신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 관계부처를 상대로 어떤 법안과 예산을 요구했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구체적인 추진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