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아픔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사람마다 인생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성공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실패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재학 충남산업재해장애인협의회장에게 그날은 삶에 새로운 사명을 얻은 날이었다.
1995년, 스물네 살 청년이었던 그는 한전 외선 전기공사 휴전작업 중 감독관의 실수로 2만2000볼트 고압전류에 감전되는 대형 산업재해를 당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2년 동안의 긴 투병 끝에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누구라도 삶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섰다.
| 죽음의 문턱서 얻은 새로운 사명
"돌이켜 보면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산업재해였습니다."
그는 당시를 담담히 회상하면서도 산업현장의 안전만큼은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겨서는 안 됩니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그 한마디에는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사고를 누구도 다시 겪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산업안전 감시와 안전문화 확산, 산업재해 예방 캠페인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 절망대신 봉사 선택한 이재학
사고는 그의 몸을 바꾸었다. 하지만 사람을 향한 마음까지는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아픔을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로 바꾸었다. 현재 충남산업재해장애인협의회를 이끌며 산업재해 장애인들의 권익보호와 복지향상, 장애인 인식개선, 지역사회 나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독거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생활환경 개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또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에게 봉사는 행사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 "약자 외면하는 사회는 결코 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이재학 회장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은 분명하다. "약자를 외면하는 사회는 결코 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30년 넘게 산업재해 장애인으로 살아온 그의 삶은 이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재학 중앙회장은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보지않고,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바라본다.
장애인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며, 존중받아야 할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 누구도 산업재해와 사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장애인을 향한 편견보다 배려와 이해가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 그가 안해본 것은 많지 않다…하지만 하지않은 일은 분명하다
사업도 해봤고, 장사도 해봤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도 해봤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사람들은 그의 강한 추진력을 보며 '2만 볼트의 사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성공이 아니다.
약자를 괴롭히지 않은 삶. 그것이 이재학이라는 사람의 가장 큰 자부심이다.
주변에서는 그를 두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 "사람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을 남기는 사람",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늘 약자의 편에 서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 충남장애인들에게 희망을…인생은 봉사의 길
이재학 회장은 앞으로의 삶도 분명하게 말한다. "제게 남은 인생은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위해 쓰겠습니다."
그의 꿈은 충남의 장애인들이 차별없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산업재해 장애인들이 복지와 문화, 교육, 자립의 기회를 누리고,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겠다는 각오다.
또 산업현장의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예방활동을 강화해 자신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오늘도 현장을 찾고, 장애인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사회와 함께할 방법을 고민한다.
| 일으켜 세운 2만 볼트
2만2000볼트는 그의 몸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상처는 수많은 산업재해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었고, 지역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상처를 안고 세상과 등을 진다. 하지만 이재학 회장은 상처를 품고 세상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름 앞에 이렇게 말한다.
"진짜 강한 사람은 힘이 센 사람이 아닌, 아픔을 희망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는 새로운 약속을 한다. "충남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자로 끝까지 살아가겠습니다."
그것이 2만2000볼트의 사고를 이겨낸 한 사람이 세상에 전하는 가장 진심어린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