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타파인) 이상선 기자 = 충청권 계곡과 하천에서 다슬기를 잡던 주민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다. 불과 나흘 사이 천안과 금산, 괴산, 영동에서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다슬기 사고 철"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사고는 대부분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50~60대 이상 여성들이 계곡에 들어가 다슬기를 채취하다 발생했다.
| 2026년 충청권 다슬기 사망사고 일지
7월 30일 충남금산
충남 금산군 남이면 봉황천에서 다슬기를 잡던 60대 여성이 물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결국 숨졌다. 당시 현장은 수심이 깊지않아 보였지만 미끄러운 하천 바닥과 급격한 수심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월 1일 충북영동
영동군 월류봉 인근 하천에서 다슬기를 채취하던 50대 여성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차량에서 쉬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폭염에 따른 열사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8월 2일 충북괴산
괴산 동진천에서는 다슬기 채취객이 자주 찾는 하천에서 60~70대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다슬기 채취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을 포함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8월 3일 충남천안
천안시 동남구 북면 계곡에서는 다슬기를 잡던 60대가 실종됐다가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여름 휴가철 계곡을 찾는 피서객이 몰린 상황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 공통점은 모두같았다
올해 충청권에서 발생한 다슬기 사망사고의 공통점은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50~6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으며, 사고는 모두 계곡이나 하천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다슬기를 잡기위해 장시간 허리를 숙인 채 물속을 이동하다 미끄러운 바위를 밟거나,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중심 상실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의 영향으로 물속 지형과 수심, 유속이 평소와 크게 달라진 점도 위험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또 사고자 대부분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록적인 폭염 속 장시간 채취 활동이 사고 위험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통계가 보여주는 경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인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여름철 다슬기를 채취하다 숨진 사람은 전국에서 모두 32명이다.
연도별로는 ▲2023년 7명 ▲2024년 11명 ▲2025년 14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충북 5명과 충남 2명을 합친 충청권에서도 모두 7명이 숨졌다. 이는 전국 사망자의 약 22%에 해당한다.
특히 전체 사망자의 81.3%가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보다 외지인 사망자가 더 많았다는 점도 익숙하지 않은 계곡과 하천의 수심·지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다슬기 채취에 나서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 왜 다슬기 사고는 반복되나
다슬기 채취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활동이다.
채취를 위해 장시간 허리를 숙인 채 물속을 이동해야 하는 데다, 계곡 바위에는 이끼가 많이 끼어 있어 작은 실수에도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겉으로는 얕아 보이는 곳도 갑자기 깊어지는 웅덩이가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올해는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의 영향으로 계곡과 하천의 물속 지형이 크게 바뀌면서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 큰비가 지나간 뒤에는 바닥의 자갈과 바위가 이동하고, 새로운 웅덩이가 생기거나 수심과 유속이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폭염도 사고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무더위 속에서 장시간 물속에 머물 경우 탈수와 혈압 저하,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으면 급류나 깊어진 수심에서 익사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매년 찾던 익숙한 계곡이라도 태풍이나 집중호우 이후에는 전혀 다른 하천으로 변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믿고 입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 "잠깐인데…" 가장 위험한 방심
소방당국은 다슬기 채취객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물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잠깐 들어갔다 나온다'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는 것이다. 계곡에서는 발을 한 번 헛디디거나 갑작스러운 어지럼증만으로도 순식간에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장비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설명이다.
행정안전부는 ▲구명조끼 착용 ▲2인이상 함께 채취 ▲폭염 시간대 활동자제 ▲음주후 입수금지 ▲입수 전 수심과 유속 확인 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특히 태풍과 집중호우 이후에는 평소 익숙했던 계곡이라도 물속 지형과 수심, 유속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는 무리하게 입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태풍·집중호우가 바꿔놓은 '보이지 않는 물 속 계곡'
올여름 충청권은 장마와 집중호우, 국지성 폭우가 반복되면서 계곡과 하천의 물속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년과 다르지 않은 계곡처럼 보이지만, 실제 물속은 전혀 다른 환경으로 변했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집중호우가 지나가면 바닥의 자갈과 큰 바위가 이동하고, 모래가 쓸려 내려가면서 갑자기 깊어진 웅덩이가 생긴다. 평소 무릎 높이였던 곳이 허리나 가슴 높이까지 깊어지기도 하고, 유속 역시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
특히 계곡 바닥에는 새롭게 형성된 이끼와 퇴적물이 쌓여 발을 디디는 순간 미끄러질 위험이 커진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계곡이라도 물속 지형은 태풍과 큰비이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매년 찾던 계곡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며,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지나간 뒤에는 하천 바닥 자체가 새롭게 바뀌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타파인 분석
2026년 충청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다슬기 사망사고는 단순히 고령층이나 폭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의 영향으로 계곡과 하천의 물속 지형까지 크게 바뀌면서 위험성이 예년보다 훨씬 높아졌다.
평소 다니던 계곡이라는 익숙함이 오히려 방심으로 이어졌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수심 변화와 급류, 이동한 바위, 미끄러운 하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연쇄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태풍과 큰비가 지나간 뒤에는 하천 바닥의 지형과 유속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평소와 같은 계곡처럼 보여도 물속은 새로운 위험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
이제는 '태풍과 집중호우 이후 계곡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안전 인식을 확산하는 일이 먼저다.
위험구역 재점검과 안전시설 확충, 집중호우 이후 출입통제, 성수기 순찰강화, 구명조끼 착용 문화정착 등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계곡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안전보다 방심이 앞선다면 그 공간은 순식간에 또 다른 비극의 현장이 될 수 있다.
올해 충청권에서 이어진 다슬기 사망사고는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