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4 (금)

  • 구름많음동두천 29.0℃
  • 흐림강릉 24.9℃
  • 구름많음서울 30.6℃
  • 흐림대전 29.1℃
  • 흐림대구 33.7℃
  • 구름많음울산 30.8℃
  • 흐림광주 30.0℃
  • 구름많음부산 29.0℃
  • 흐림고창 27.4℃
  • 구름많음제주 28.4℃
  • 구름많음강화 28.9℃
  • 흐림보은 27.5℃
  • 흐림금산 29.9℃
  • 구름많음강진군 31.0℃
  • 구름많음경주시 32.6℃
  • 구름많음거제 29.2℃
기상청 제공
메뉴

국립의전원, 남원 정치권은 왜 뒷북만 치는가 [사설]

'10년 숙원해결'이라더니 서울행
지금 시민들이 묻는 것은 누구의 공보다 누구의 책임인가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남원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사업이다.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폐교 이후 8년 동안 남원이 버텨온 이유도, 시민들이 희망을 놓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국립의전원이었다. 지역 의료를 살리고, 청년을 붙잡고, 지역경제를 다시 일으킬 마지막 기회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자 남원은 환호했다. 지역 정치권은 "10년 숙원이 해결됐다"고 평가했고, 남원시도 2030년 개교를 목표로 행정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 역시 국립의전원 남원 유치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박희승 의원, 놀고 있었나…국립의전원 서울행 논란, 남원정치권은 무엇을 했나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몇 달 뒤 정부는 국립의전원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인근에 설치하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수련병원과의 연계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법의 취지와도 충돌하는 방향이었다. 남원은 순식간에 '확정'에서 다시 '불확실'의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정부의 입장 변화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남원이 그 변화를 얼마나 예상했고, 얼마나 준비했느냐는 점이다.

 

정부의 기류가 언제부터 바뀌고 있었는지, 지역 정치권은 어떤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는지, 중앙정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어떤 설득과 협의를 했는지 시민들은 아직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

 

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행령과 예산, 정부정책 방향까지 끝까지 챙기는 것이 정치의 본분이다. 특히 국립의전원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국가사업은 법 통과가 끝이 아닌,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그런데 남원의 현실은 어떤가.

국립의전원 논란이 커지자 남원시의회는 지난 28일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함께 남원에 배치하자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교육과 임상실습, 전문의 수련, 연구까지 연계한 국가 공공의료 거점을 만들자는 취지다.

 

취지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국립중앙의료원까지 함께 이전된다면 남원은 명실상부한 국가 공공의료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먼저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국립의전원 하나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제는 국립중앙의료원까지 함께 가져오겠다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정치에는 꿈도 필요하지만, 현실을 움직일 전략은 더 중요하다.

 

제목은 거창하고 구호는 화려하지만, 정작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어떤 정치적 협상과 로드맵으로 관철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손안에 들어온 줄 알았던 국립의전원조차 서울설치 논란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 큰 목표를 내세우는 모습은 자칫 현실적 전략보다 정치적 선언으로 비칠 수 있다.

 

시민들이 묻는 대상은 남원시의회만이 아니다.

관련 법안 통과이후 "10년 숙원이 해결됐다"고 밝혔던 박희승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에도 같은 질문이 향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서울설치 기류를 언제 인지했고, 어떤 대응을 했으며, 중앙정부와 어떤 협의를 진행했는가.

 

이 질문은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사업을 책임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정치인이라면 시민 앞에서 반드시 설명해야 할 공적 책임에 관한 질문이다.

 

국립의전원은 정치적 치적을 자랑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남원의 의료와 교육, 청년과 산업, 인구와 미래를 바꿀 마지막 국가 프로젝트다.

 

그래서 시민들은 축하보다 결과를 원하고, 홍보보다 실행을 원한다.

정부 발표가 나온 뒤 대책회의를 여는 정치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정보를 확보하고, 정책이 결정되기 전에 논리를 만들며,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전에 정부를 설득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건의안이 아니다.

남원시와 전북자치도, 여야 정치권이 하나의 목소리로 움직이는 실질적인 공동 대응체계다. 국립의전원을 지키기 위한 전략과 일정, 역할 분담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국립의전원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제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새로운 구호보다는 누가 끝까지 남원의 약속을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결과다.

3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