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문제는 산처럼 쌓였다.
국립공공의대 설립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연계한 국립의전원 구상까지 거론되면서 남원이 공공의대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 공공의대는 멈추고 검찰개혁 논란은 커지고…박희승에게 지금 지역이 묻는 것은 무엇인가
제2중앙경찰학교, 국가예산, 지역소멸대응, 청년일자리와 산업기반 확충도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이 중앙정치권의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박희승 남원·장수·임실·순창 지역위원장의 최근 정치적 행보를 놓고 지역사회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입법 논란에 이어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도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역 정가에서 제기되면서, 지역 현안보다 중앙정치와 당내 관계에 더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현안은 쌓였는데 당권경쟁 한복판
박 의원은 검찰개혁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성폭력과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막기위해 여러 의견을 검토한 숙의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이 국가적 법안을 검토하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는 의도보다 결과로 평가받는다.
남원시민들이 묻는 것은 검찰개혁 논쟁에서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만이 아니다. 공공의대를 지키기위해 무엇을 했는지, 지난 2년 동안 어떤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는지가 더 중요하다.
공공의대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지역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대표 경선의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시민들은 그 선택이 과연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는 박 위원장이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싣기보다 중립을 지키며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남원·장수·임실·순창의 현안을 지원하도록 정치적 통로를 확보했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힘을 얻고 있다.
김영태·김원종·이정린은 정청래 공개지지…지역위원회와 엇박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남원시장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김영태 전 남원시의회 의장, 김원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전 보건복지부국장), 이정린 전 전북자치도의회 부의장은 시민과 당원들에게 공개문자를 보내 정청래 당대표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김 전 의장은 이번 당대표 선거를 이재명 정부의 개혁을 뒷받침하고 민주당의 원칙과 가치를 지킬 지도자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주당을 떠나지 않고 당을 지켜온 정청래 후보가 선명한 개혁과 강한 민주당을 만들 적임자라며, 전북출신 최고위원 후보들에게도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박 위원장이 지원하는 것으로 지역에서 거론되는 후보와 다른 정치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위원장과 지난 시장 경선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남원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균열이 다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지방선거 공천, 아직 끝나지 않은 논란
박 위원장을 둘러싼 리더십 논란은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는 일부 후보들의 전력과 자질, 도덕성 논란이 잇따르면서 당의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비판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음주운전과 불법대출논란, 금품제공전력, 공무원갑질, 사생활논란, 사채와 경매문제 등 후보들을 둘러싼 여러 주장이 지역사회에서 거론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없이 후보가 확정되거나 이른바 낙하산공천 논란이 불거졌다.
각 사안은 법원 판결과 공적 조사 결과, 당사자의 소명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의 진위와 별개로 지역민들이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 공천 과정이 충분히 투명하고 공정했느냐는 점이다.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공천 기준이 모든 후보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는지, 지역위원장의 의중이 공천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자체가 공천의 결격사유가 될 수는 없지만, 70대에 초선 후보역시 시민의 선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정치 경험과 도덕성, 정책 역량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공천이 이뤄졌다는 인상을 줬다면 그 책임은 공천권을 행사한 정당과 지역위원회가 져야 한다.
법원지원장 출신에게 기대했던 원칙과 공정
박희승 위원장은 법원지원장을 지낸 판사출신 정치인이다.
지역민들은 법조인 출신 지역위원장이라면 누구보다 원칙과 절차, 공정성을 중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공천 과정에서도 사적인 관계나 정치적 이해보다 객관적인 기준과 검증을 우선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최근의 당대표 경선행보, 검찰 보완수사권 논란까지 겹치면서 박 위원장의 리더십은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경력은 원칙과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그만큼 공천과 당내 선거, 지역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도 누구보다 분명한 기준과 흔들림 없는 소신을 보여줬어야 한다.
그러나 사안마다 입장이 달라지거나 지역 정서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으로 비친다면 시민들은 정치적 소신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선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된다.
원칙을 말하면서 공천 과정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역을 말하면서 중앙정치의 특정 후보와 가까워지는 모습만 부각된다면 리더십 회복은 어렵다.
지역의 명운보다 개인 정치가 앞서선 안된다
지역위원장은 특정 후보의 사람이기 전에 지역 주민과 당원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당대표 후보를 지지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지역에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지 설명할 책임도 따른다.
특정후보 지원이 공공의대 설립과 국가예산 확보, 지역발전 사업에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다면 그 근거와 약속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반대로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중앙정치권의 관계를 고려한 선택이라면 지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최근 지역 정가에서는 당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남원이 정치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이른바 ‘남원 쪽박론’까지 거론된다.
당내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했느냐에 따라 지역의 국가사업과 예산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것부터 잘못된 정치다. 국가사업은 필요성과 타당성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지역위원장의 당내 관계와 정치적 선택이 지역 현안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욱 중립적이고 신중했어야 한다.
지역위원장의 역할은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돕는 것보다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남원 공공의대와 지역 현안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치적 약속과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었어야 한다.
시의원 공천 흔들리고 공공의대는 멈췄다
지난 지방선거 공천의 후유증은 아직 남아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의문, 후보 검증에 대한 불신,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을 둘러싼 논란은 민주당 지역조직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그 사이 공공의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역소멸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과 당대표 경선 같은 중앙정치 현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치적 평가표에서 가장 먼저 기록되는 것은 지역의 성과다.
법조 현안에서는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남원의 생존이 걸린 공공의대에서는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시민들의 실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소신없는 정치로 비친다면 미래도 어둡다
정치인은 모든 사안에서 지역 여론만 따라갈 수는 없다. 때로는 불리하더라도 자신의 소신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소신은 일관된 원칙과 설명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는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남고, 검찰개혁에서는 개혁 원칙과 피해자 보호 사이에서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당대표 경선에서는 지역 정서와 다른 후보를 지원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시민들은 박 위원장의 정치적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묻게 된다.
사안마다 계산하는 정치, 선거 결과를 살피는 정치, 중앙정치권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로 비친다면 지역의 미래 역시 밝게 전망하기 어렵다.
남원·장수·임실·순창은 인구감소와 산업기반 부족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놓여 있다.
지역의 명운이 걸린 시기에 지역위원장의 정치적 판단이 지역사회와 계속 엇박자를 낸다면 피해는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이제는 공천과 정치 행보를 설명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대해 지역사회가 제기한 질문에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후보 검증은 어떤 기준으로 진행됐는지, 각종 논란이 제기된 후보가 어떻게 공천됐는지, 무투표 공천과 전략공천 과정에서 지역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당대표 경선에서도 어느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 그 선택이 지역 현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공공의대 추진 상황과 향후 대응계획도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말과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천은 공정했다는 증거로, 당대표 경선 선택은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로, 공공의대는 반드시 지켜냈다는 성과로 답해야 한다.
박희승의 정치, 이제 결과가 필요하다
남원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중앙정치권에서 누구의 편에 섰다는 소식이 아니다.
공공의대를 지켜냈다는 결과, 국가사업을 확보했다는 성과, 지역소멸을 막을 새로운 산업을 유치했다는 답이다.
법원지원장 출신이라는 경력도, 판사출신이라는 전문성도 지역의 미래를 바꾸지 못한다면 시민들에게는 과거의 이력일 뿐이다.
지난 지방선거 공천 논란과 최근의 정치적 엇박자로 흔들린 리더십을 회복하는 길은 하나다.
지역민 앞에 공천과 정치적 선택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남원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는 것이다.
박희승의 정치가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것인지, 남원·장수·임실·순창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이제는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지역의 미래마저 암울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걷어내는 책임 역시 박 위원장 자신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