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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하나도 못지키고 국립중앙의료원까지?…‘탐다실대’ 자초하는 남원시의회 [사설]

남원정치 쇼 그만해라

 

남원시의회가 28일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남원에 함께 배치하자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교육과 임상실습, 전문의 수련, 연구를 연계한 국가 공공의료 거점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말만 놓고 보면 거창하다. 그러나 남원시민의 눈엔 국립공공의대 하나도 지켜내지 못한 정치권이 갑자기 국립중앙의료원까지 가져오겠다고 나선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제목은 크고 구호는 화려하지만, 정작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인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한 손에 쥐려던 것조차 놓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다른 손까지 벌리는 모습이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탐다실대'다. 너무 많은 것을 탐하다가 오히려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이다.

 

남원 정치권이 지금 경계해야 할 말이다.

 

공공의대 하나도 매듭짓지 못했다

 

남원의 국립공공의대 설립은 수년동안 지역 최대 현안으로 다뤄졌다. 정부와 정치권은 여러 차례 추진 의지를 밝혔고,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선거 때마다 이를 주요 성과와 약속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시민 손에 들어온 확실한 결과는 아직 없다.

 

관련 법안은 오랜 기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설립 시기와 운영 방식도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기존 부지와 연계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남원설립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원시의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남원 공공의대 지킬 마지막 골든타임…마우천 의원이 앞장설 때다 [사설]

 

공공의대가 왜 지연됐는지, 정부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지, 법안 통과를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전북 정치권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부터 시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런데 책임에 대한 설명은 하지않고 갑자기 국립중앙의료원 동반 이전이라는 더 큰 구호를 꺼냈다.

 

위기 덮기위한 어리석은 ‘판 키우기’ 아닌가

 

국립중앙의료원은 국가 감염병 대응과 필수의료, 중앙 공공의료 기능을 맡는 핵심 의료기관이다. 이를 남원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건의안 한 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업이 아니다.

 

정부 정책과 수도권 의료체계, 의료인력 수급, 막대한 이전 비용, 관계기관 협의까지 수많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도 남원시의회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이 실제로 가능한지, 정부와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이전 부지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공공의대 설립이 흔들리자 더 큰 국립중앙의료원 이전론을 던져 논란의 초점을 바꾸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위원장도 그동안 공공의대 문제를 손에 쥔 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안 통과와 정부 설득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대형 구상을 앞세운다면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는 명분 쌓기로 보일 수 있다.

 

양손을 벌리다 모두 놓칠 수 있다

 

남원에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 함께 들어온다면 마다할 시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행정은 희망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현 가능성과 추진 순서가 중요하다.

 

우선 국립공공의대 또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남원설립을 확정하고, 법적·제도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그 이후 교육과 임상수련을 담당할 공공병원 확충 방안을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한 상태에서 마지막 그림부터 펼쳐 보이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한쪽 손에 공공의대, 다른 손에 국립중앙의료원을 움켜쥐겠다는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있다. 시민의 기대를 다시 부풀렸다가 아무 결과도 내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남원은 위기인데…남원정치인, 쇼는 그만해야 한다

 

더 답답한 것은 남원시의 대응이다. 보건복지부 정책 변화로 공공의대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남원 설립이 중대한 기로에 선 상황에서도 남원시는 민선 9기 첫 시민소통을 내세우며 23개 읍면동 순회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시민과 소통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지난 4월23일 양충모 시장은 후보 시절 국립의전원법 국회 통과 직후 곧바로 국회를 찾아 지역 정치권과 함께 성과를 알리고, 정부와 국회를 직접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의대를 남원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누구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고, 당선인 신분에서도 기획재정부를 찾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국립의전원과 공공의대 추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대한 시점에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총력 대응에 나섰다는 소식보다 읍면동 순회 간담회 일정이 먼저 전해졌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위기라면 시장은 누구보다 먼저 중앙정부와 국회를 찾아 정치권과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고 대응에 나섰어야 했다.

 

건의안보다 필요한 것은 책임과 실행이다

 

남원시의회는 건의안을 채택했다는 사실을 성과처럼 내세워서는 안 된다. 건의안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정치적 의사표시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한 제목과 보여주기식 결의가 아니다.

 

남원시와 시의회, 지역위원장과 지역 국회의원은 공공의대 추진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공동으로 공개해야 한다. 정부와의 협의내용, 관련 법안처리 일정, 전북자치도와의 역할분담, 의료계설득 계획을 담은 실행계획도 제시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진정으로 추진하겠다면 타당성 검토와 정부 협의 자료부터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아무런 준비없이 건의안부터 채택했다면 이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쇼에 가깝다.

 

남원시민은 더 이상 새로운 구호에 박수칠 만큼 순진하지 않다.

 

국립공공의대 하나도 지켜내지 못한 정치권이 국립중앙의료원까지 말하는 순간, 기대보다 불신이 먼저 커지는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욕심은 전략일 수 없다. ‘탐다실대’의 경고처럼 두 손에 모두 쥐려다 이미 약속했던 공공의대마저 놓친다면, 그것이야말로 남원시민을 또다시 기만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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