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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먹어 본 것을 기억한다

골고루 먹는다는 것은 미래의 나를 위한 건강 신호등이다

 

(태안=타파인) 조윤선 기자 = 한 번쯤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왜 몸이 아프거나 지쳤을 때, 갑자기 특정 음식이 먹고 싶어질까.


어릴 때 딱 한 번 먹었던 음식이 왜 어느 날 문득 떠오를까.


우리는 이런 일을 그저 ‘인체의 신비’라고 넘기곤 한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것은 몸과 뇌가 음식에 대한 경험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지금 내 몸에 필요한 것을 찾으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일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음식은 먼저 눈으로 들어오고, 냄새로 다가오고, 혀 위에서 맛과 식감으로 기억된다.

 

이후 영양분은 소화되어 혈액을 타고 몸속으로 퍼지고, 우리 몸은 그 음식이 주었던 감각과 반응을 저장한다.

 

어떤 음식을 먹고 힘이 났는지, 속이 편했는지, 불편했는지, 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몸과 뇌는 하나의 경험으로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이상한 일을 겪는다. 어릴 때 딱 한 번 먹었던 낙지가 갑자기 먹고 싶어진다.

 

아플 때 평소에는 찾지도 않던 음식이 떠오른다. 그때는 징그러워 한 젓가락 먹고 말았던 음식인데, 이상하게 어느 순간 몸이 그것을 원한다.

 

참 희한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음식은 몸이 완전히 잊은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

 

우리가 어떤 음식을 접하는 순간, 뇌와 몸은 이미 그 음식의 모양, 냄새, 맛, 식감, 그리고 먹고 난 뒤의 반응을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평소에는 그 기억이 필요하지 않아 조용히 숨어 있다가, 몸이 지치거나 기운이 떨어졌을 때, 임신처럼 몸의 상태가 크게 변했을 때, 또는 질병으로 회복이 필요할 때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나는 원래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유는 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거의 마시지 않았다 . 그런데 큰아이를 임신했을 때 이상하게 우유가 너무 먹고 싶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셔 보았는데, 놀랍게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배가 아프지도 않았고, 불편함도 없었다. 오
히려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것처럼 몸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그 후 출산할 때까지 나는 우유를 계속 마셨다. 그러나 출산이 끝나자 신기하게도 다시 우유가 거의 당기지 않았다 .

 

지금도 나는 우유를 잘 마시지 않는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생각했다. 그때 내 몸은 우유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뱃속의 아이를 만들고 키우기 위해 몸이 더 많은 영양을 원했고, 과거에 먹어 보았던 우유의 경험을 기억해 낸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 몸이 과학자처럼 정확히 계산해서 “지금 이 영양소가 필요하니 이 음식을 먹어라” 하고 명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몸과 뇌가 과거의 음식 경험을 기억하고, 몸의 상태 변화에 따라 특정 음식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하다.

 

몸은 우리가 먹어 본 것들을 바탕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먹어 본 음식이 많을수록 몸이 선택할 수 있는 기억의 폭도 넓어진다.

 

몸은 먹어본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음식을 골고루 먹는 일은 중요하다. 이것은 단순히 건강해지기 위한 식습관이 아니다. 내 몸과 뇌에게 다양한 음식의 정보를 경험하게 해 주는 일이다.

 

한 번이라도 먹어 본 음식은 훗날 몸이 필요로 할 때 기억의 창고에서 다시 꺼내질 수 있다. 반대로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음식은 몸에게도 낯선 정보로 남을 수밖에 없다.


편식하던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된 뒤에도 특정한 불편함이나 불안 요소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 물론 그 원인을 식습관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몸의 균형을 맞추는 데 필요한 다양한 음식 경험이 부족했다면 , 몸과 뇌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도 그만큼 좁아졌을 가능성은 있다. 몸은 균형을 원한다. 그리고 그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식의 경험과 기억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예전의 우리는 반찬이 많든 적든 집밥을 먹고 자랐다. 계절마다 다른 나물, 국, 생선, 장아찌, 김치, 잡곡밥이 밥상 위에 올라왔다.

 

싫어도 한 번쯤은 맛을 보았고, 낯설어도 어른들이 권하면 한 젓가락은 먹어 보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런 경험들이 어쩌면 내 몸 안에 수많은 음식의 기억을 쌓아 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달라졌다.

여자가 가사에만 전념하던 시대도 아니고, 남녀를 떠나 모두가 함께 생계를 책임지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사회는 점점 더 분담과 활동을 요구하고, 부모들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밥을 차리는 시간도, 몸의 여유도 녹록지 않다.

 

그래서 간단한 음식, 빠른 음식, 익숙한 음식으로 하루를 넘기는 일이 많아졌다.

 

그 현실을 탓할 수만은 없다.

누구나 바쁘고, 누구나 지쳐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가끔은 아이들에게 안 먹어 본 음식, 낯선 재료,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해 주었으면 한다.

 

매일 거창한 밥상을 차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 한 번이라도 좋다. 한 젓가락이라도 좋다. 아이가 다양한 음식과 재료를 접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부모가 편식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모의 입맛이 아이의 세계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라고 해서 아이도 평생 모르고 살아가게 할 필요는 없다.

 

아이는 부모와 다른 몸을 가지고 있고, 다른 기억을 쌓아 가며, 다른 삶을 살아갈 사람이다. 그러니 부모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아이에게는 한 번쯤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낯선 음식을 받아들이는 경험이 단지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가 처음 보는 반찬, 낯선 향, 새로운 식감을 마주하고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은 뇌가 낯선 자극을 처리하고 적응하는 연습이 된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던 음식도 한 번, 두 번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뒤에는 선택지가 된다. 이것은 음식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낯선 음식을 받아들여 본 아이는 낯선 공부, 낯선 사람, 낯선 환경 앞에서도 무조건 피하기보다 한 번쯤 바라보고 시도해 보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음식을 경험한다는 것은 아이의 몸뿐 아니라 생각의 폭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뇌는 새로운 자극을 경험 할수록 더 많은 연결을 만들고, 아이는 그 연결을 바탕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매번 익숙한 것만 선택하는 아이보다, 낯선 것을 조금씩 경험해 본 아이는 변화에 적응하는 힘을 더 키울 수 있다.

 

음식 앞에서 배운 작은 용기가 훗날 새로운 배움, 새로운 관계,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어릴 때 “이것저것 잘 먹어서 예쁘다”는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훗날 내 몸이 나를 지키는 신호등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쌓고 있다는 뜻이었고, 동시에 아이의 뇌가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음식을 먹어 본 아이는 다양한 맛을 기억하고,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힘을 기른다. 음식에 대한 경험은 단지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는 뇌의 연습이자 아이가 더 다양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결국 골고루 먹는다는 것은 지금 당장의 건강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의 내 몸이 필요할 때 스스로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몸과 뇌에 다양한 정보를 저장해 두는 일이다.

 

또한 아이가 낯선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경험하고 받아들이며, 몸은 먹어 본 것을 기억한다

 

더 넓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다. 내가 먹어 본 음식들은 내 몸 안에 기억으로 남고, 그 기억은 언젠가 내가 지치고 아프고 변화의 순간에 놓였을 때 나를 돕는 작은 신호가 될 수 있다.

 

성인이 된 우리에게도 지금의 식탁은 중요하다. 어릴 때 다양한 음식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늦은 것은 아니다.

 

몸은 오늘도 배우고, 뇌는 오늘도 기억한다. 우리가 지금 선택하는 음식 역시 내 몸 안에 새로운 경험으로 저장될 수 있다.


그러니 오늘은 내가 먹어 보지 않았던 건강한 음식을 한 가지쯤 시도해 보면 어떨까. 낯선 나물 한 젓가락, 처음 먹어 보는 곡물, 익숙하지 않은 생선이나 채소도 좋다. 꼭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

 

단 한 입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 몸과 뇌에게 새로운 정보를 건네는 일이다.

 

뇌는 생각보다 유연하다. 익숙한 것만 고집하는 듯 보여도, 사실 뇌는 늘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문을 열어 주지 않았을 뿐이다. 낯선 음식을 마주하는 작은 시도는 뇌에게 “새로운 것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음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맛을 받아들인 사람은 새로운 생각, 새로운 관계, 새로운 환경 앞에서도 조금 더 부드럽게 마음을 열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반복해서 먹는 익숙한 음식은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낯선 음식은 우리에게 확장을 준다. 익숙한 음식이 나를 안정시키는 밥상이라면, 새로운 음식은 나를 넓혀 주는 밥상이다.

 

몸은 그 음식을 기억하고, 뇌는 그 경험을 저장한다. 오늘 처음 먹어 본 한 젓가락이 훗날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순간 하나의 신호가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 어른인 우리 스스로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나는 원래 이건 못 먹어.” “내 입맛에는 안 맞아.” “평생 안 먹었으니 앞으로도 안 먹어.” 이런 말로 나의 식탁을 너무 좁게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몸은 아직도 배울 수 있고, 내 뇌는 아직도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오늘의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그것은 내 몸에게 주는 경험이고, 내 뇌에게 건네는 자극이며, 미래의 나를 위한 작은 투자다.

 

건강한 음식 하나를 새롭게 경험하는 일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지만, 그 작은 변화가 내 몸의 기억을 넓히고 삶
의 태도까지 바꿀 수 있다.

 

그러니 오늘, 익숙한 반찬 옆에 낯선 건강한 음식 하나를 놓아 보자. 처음에는 어색해도 괜찮다. 한 입이면 충분하다.

 

그 한 입이 내 몸속에 새로운 길을 만들고, 내 뇌 속에 새로운 기억을 남긴다.

 

먹어 본 몸은 기억한다. 낯선 것을 받아들인 뇌는 더 넓어진다.


그리고 오늘의 한 젓가락은, 언젠가 내 몸을 지키는 또 하나의 신호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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