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묻는다. "선임비서관은 왜 남원시의회 본회의장을 찾았는가."
이 질문에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남원시의회를 둘러싼 '리모컨 정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남원시의회는 특정 정당의 하부조직이 아니다.
시민이 직접 선출한 시의원들이 시민을 대신해 토론하고 결정하는 독립된 의사결정기관이다.
그러나 제10대 남원시의회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은 지방자치의 본질이 어디까지 훼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후보를 당론으로 정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정당정치에서 당론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론이 강제가 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을 위반하는 해당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취지의 문자가 전달됐다.
무기명 비밀투표를 앞두고 사실상 징계를 예고한 셈이다.
더 큰 논란은 투표 당일이었다.
박희승 국회의원실 선임비서관이 본회의장을 찾아 선출 과정을 지켜봤고, 투표가 끝나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시민들은 묻는다. "그 자리에 왜 있었는가."
만약 단순한 참관이었다면 왜 하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이 이뤄지는 날이었는지, 왜 투표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떠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영향력을 실제 행사했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국회의원실 관계자가 시의회 본회의장을 지켜보는 모습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감시', '통제', '정치적 관리'로 비칠 수 있다.
지방자치는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신뢰를 흔드는 장면이 연출됐다면 그에 대한 설명 역시 책임있는 정치의 몫이다.
이번 논란을 더욱 키운 것은 공개된 대화 내용이다.
"상임위원장까지 당론으로 정해야 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위법은 아니지만 거대 정당이 상임위원장까지 당론으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이 담겨 있었다.
이 대화는 법률 문제가 아니라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시의원은 정당의 대리인이 아니다.
시민의 대리인을 자처할 자격을 논하려면, 전과나 갑질, 불법대출, 불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은 처음부터 공천에서 배제했어야 한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보장하는 것은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독립된 의정활동이다.
그래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거는 무기명 비밀투표다.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과 소신에 따라 판단하라는 제도적 장치다.
그런데 뒤에서는 징계가 거론되고, 본회의장에는 국회의원실 선임비서관이 자리를 지켰다면 시민들이 이를 자유로운 투표 환경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남원시의회는 시민을 위한 의회인가.
아니면 정당의 결정을 확인하는 절차만 남은 기관인가.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지시를 전달받는 행정체계가 아니다.
지방의회가 독립성을 잃는 순간, 시민의 선택은 형식만 남게 된다.
남원시의회와 지역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시민 앞에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선임비서관은 왜 본회의장을 찾았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시민들이 제기하는 의문에 답해야 한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은 커질 뿐이다.
지방자치는 시민의 신뢰로 유지된다.
그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시말한다.
시의회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다.
시의회의 주인은 오직 남원시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