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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속 예술품이 자산이 되는 시대...전통문화예술과 동산담보금융

김점주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 문화사업단장

 

김점주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 문화사업단장은 전통문화예술의 보존과 산업화, 문화자산의 가치 확산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문화와 금융을 접목한 문화자산 활용방안 연구에 힘쓰며, 예술품과 무형문화유산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발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통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자금 조달'은 늘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습니다. 훌륭한 작품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존 금융권의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부동산이나 확실한 신용을 담보로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공방에 쌓인 도자기나 우리가 창작한 무형의 권리들이 훌륭한 금융 자산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바로 '동산담보' 및 '지식재산권(IP) 담보' 제도를 통해서입니다.

 

1. 눈에 보이는 예술, 확실한 담보가 되다

흔히 담보라고 하면 집이나 토지를 떠올리지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자가 보유한 동산 전반도 훌륭한 담보 목적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문화예술 분야에서 동산으로 평가받아 자금 융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자산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 전통 공예품 재고 : 도예 작품, 목공예품, 금속공예품 등

• 전통 악기 : 고가의 제작 악기 및 보관품

• 미술품 및 예술품 컬렉션 : 전시를 위해 소장 중인 작품들

• 원재료 및 완성품 : 문화상품 제작을 위해 확보해 둔 재료나 완성된 굿즈

 

단,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이러한 물건이 개인의 단순 소유가 아닌 법인 또는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사업자의 소유여야만 법적인 동산담보권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사업의 목적으로 보유한 자산이어야 금융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2. 무형의 자산, 어떻게 금융과 만날까?

전통문화예술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형의 가치가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자산의 성격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문화예술 자산은 형태에 따라 다양한 금융 활용이 가능하다. 갤러리나 수장고에 보관된 도자기와 전통공예품 등 실물 예술품은 동산담보로 활용할 수 있으며, 전통예술 공연 영상 저작권이나 전통 문양 디자인권 등 창작물의 권리는 지식재산권(IP) 담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예정된 공연의 티켓 판매 수익금이나 문화상품 납품대금 등 미래에 발생할 수익은 채권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 문화예술인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연 영상이나 음원, 독창적인 디자인 등은 지식재산권 담보의 훌륭한 대상이 됩니다. 작품 자체(동산)와 그 작품을 복제하거나 배포할 권리(지식재산권)는 금융 시장에서도 엄격히 구분되어 평가받습니다.

 

3. 국가유산(문화재)도 은행에 맡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국가유산(문화재)'은 어떨까요? 가치가 높으니 담보 대출도 쉽게 나올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법률상 국가유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일률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나, 금융기관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 소유권 및 처분 제한  해당 유물이 명확한 개인/법인 소유인지, 국가유산 관련 법령상 매매나 반출, 이전 등에 제한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지정 문화유산이나 등록문화유산은 처분 제한이 많아 취급이 매우 어렵습니다.)

 

• 감정평가의 한계 : 예술품이나 유물의 정확한 시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할 감정평가가 가능해야 합니다.

• 환가성 문제 :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채무 불이행 시 이를 시장에 팔아 현금화(환가)할 수 있어야 담보가치를 인정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유산은 일반 공예품이나 미술품 재고에 비해 동산담보로 활용하기가 훨씬 까다로운 것이 현실입니다.

 

4. 문화가 자본이 되는 긍정적 순환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이러한 동산 및 IP 담보 제도가 점차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술품 담보대출, 갤러리 및 공예품 재고 담보, 저작권 및 상표권 담보 금융, 그리고 공연 수익채권 담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조달의 숨통이 트이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와 금융권 모두 문화콘텐츠 및 지식재산권 금융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전통문화예술은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는 박제된 유산이 아닙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산업이자 미래를 창출할 자본입니다. 전통문화예술계 종사자들 역시 창작 활동을 넘어, 자신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 가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금융과 연결하려는 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세한 문의는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 문화사업단 단장 010-3251-3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