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타파인) 이상선 기자 = 지난 3월 전북 남원역에서 발생한 90세 승객 사망 사고가 3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철도 안전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사고에 대해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으며, 단순히 사고당시 현장 대응뿐 아니라 철도 안전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 3월 29일 오후 7시께 발생했다.
여수발 용산행 무궁화호가 남원역을 출발하는 과정에서 1936년생 남성 승객이 출발하는 열차에 승차하려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로 추락해 숨졌다.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는 CCTV 영상과 관계자 진술을 확보해 승·하차 절차와 승강장 안전관리 실태, 열차출발 과정 전반을 조사해 왔다.
조사 대상에는 승강장 안전요원 배치, 출발 전 승객확인 절차, 승강장과 열차사이 간격, 안내방송, 안전시설 운영 등 철도 운영시스템 전반이 포함됐다.
30일 오전 타파인이 남원역을 다시찾아 현장을 확인한 결과, 승강장에는 기존 안전선 외에 파란색 실선이 추가로 설치된 모습이 확인됐다.
그러나 열차를 이용하는 일부 승객들은 연이은 사망사고 이후에도 체감할 수 있는 안전관리 변화는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승객은 "승강장에 파란색 실선이 하나 더 그어진 것 외에는 안전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코레일의 달라진 조치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역무원 업무상과실치사 가능성…그러나 '과실' 입증이 전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관계자의 과실 여부도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형법 제268조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가 적용되려면 역무원이 출발 전 승객안전 확인이나 승강장 감시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그 과실이 사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러나 수사결과 역무원이 규정에 따라 정상적인 출발 절차를 수행했음에도 승객이 이미 출발한 열차에 무리하게 승차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형사책임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의 핵심은 개인보다 '시스템'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할 사항도 단순하지 않다.
당시 승강장 감시 인력이 적정하게 배치됐는지, 출발확인 절차는 규정대로 진행됐는지, 안전요원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운영사인 코레일의 안전관리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국토교통부 역시 개인의 과실 여부와 별도로 코레일의 철도안전관리체계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위반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말단 직원만 형사책임…과연 정의로운가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도 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말단 역무원 개인에게만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묻는 방식이 과연 철도안전을 위한 올바른 해법이냐는 것이다.
철도 운영은 한 사람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 아니다.
인력배치 기준, 교육, 출발절차, 안전시설, 매뉴얼, 조직의 관리 감독이 모두 연결돼 작동하는 구조다.
만약 안전관리체계 자체에 허점이 있었다면 그 책임을 현장 직원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사고의 근본 원인을 외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현장 근무자가 명백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역시 피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먼저 처벌하는 것이 아닌,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일이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재발방지
90세 고령 승객의 안타까운 죽음은 단순한 개인 사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국내에서 철도 이용객의 상당수가 노약자인 현실을 감안하면 승강장 안전관리와 승차 안내 체계 역시 새로운 기준에 맞게 보완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 역시 말단 직원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개인의 과실은 물론, 조직의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관리·감독 책임은 다했는지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제2, 제3의 비극을 막을 수 없다.
사고의 근본 원인을 바로잡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의 책임과 제도적 허점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사의 목적은 희생양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