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다. [기자수첩] 내 편이면 통합, 남의 편이면 야합?…정치권의 이중잣대 언제까지
화려한 이력과 중앙 경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마지막에 보는 것은 “저 사람이 정말 우리 삶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남원시장 경선 과정에서 양충모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그 질문에 충분한 답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않다.
물론 이를 검증해온 언론 역시 완벽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타파인 또한 모든 부분을 끝까지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결국 가장 안타까운 것은 후보 자신이다. 시민에게 자신의 진심과 현실성을 끝내 설득하지 못한 책임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양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자신이 기획재정부 출신이라는 점과 중앙부처 경험을 강하게 내세웠다.
중앙 인맥과 예산확보 능력을 앞세워 남원을 바꾸겠다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더이상 그런 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재부 출신이면 뭐 어쩌라는 것이냐.”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 이 말은 단순한 비아냥이 아니다.
이제 시민들은 중앙 경력보다 지역에 대한 이해, 말보다 현실성, 보여주기보다 실행 가능성을 먼저 본다.
양 후보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된 5,500억 원 규모 데이터센터 유치 구상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산업 기반과 전력·통신 인프라, 전문인력 수급 구조를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선거 초반부터 이어졌다.
대규모 투자 유치라는 말은 화려했지만 정작 남원에 어떤 기업이 왜 들어와야 하는지, 부족한 기반시설과 인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부족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듣기좋은 말은 많은데 손에 잡히는 현실은 없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남원경찰수련원 문제도 비슷했다.
총사업비 442억 원 규모의 경찰수련원 사업은 남원시, 경찰청 실무라인 등 여러 정치권과 행정라인이 오랜 기간 함께 뛰어온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이를 특정 인물의 공으로만 몰아가려는 듯한 접근은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을 키웠다.
(사실 일지언정) 시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내가 했다”는 자랑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원에 더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결국 시민들이 양 후보를 향해 던진 ‘낙하산’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오랫동안 남원을 떠나 있었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역의 흐름과 민심, 남원 특유의 정서를 충분히 읽지 못한채 중앙 경력과 거창한 공약만으로 선거를 풀어가려 했다는 비판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지역의 현실과 정서를 충분히 읽지 못한 채 공약은 하늘을 날 듯 크게 내세우고, 정작 지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정치의 디테일은 부족했던 점을 빗댄 표현에 가까웠다.
특히 김영태 의장과 김원종 후보를 향해 ‘야합’이라고 비판했던 장면은 정치적 감각 부족을 보여준 결정적 순간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는 원래 연대와 선택의 과정이다. 어제 경쟁했던 사람도 오늘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자신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를 구태정치나 야합으로 몰아붙이는 순간 시민은 오히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으로 남원을 설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더구나 자신역시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연대와 도움을 요청해왔으면서 남의 선택에는 ‘야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결국 본인이 하면 '통이고 남이하면 '음모'라는 식의 이중잣대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 후보는 끝내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남원은 더 이상 중앙부처 경력 하나만으로 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시민은 이제 누가 더 오래 남원을 지켜봤는지, 누가 골목상권과 농촌, 인구감소와 예산 현실을 제대로 아는지를 본다.
정치적 감각은 결국 시민 눈높이를 읽는 힘이다. 그 힘을 얻지 못한 채 현란한 말솜씨와 거창한 공약만 앞세운다면 남원에서의 앞으로의 여정 역시 순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남는 것은 ‘기재부 출신’이라는 명함 한 장과 구태정치·야합이라는 공격적 언어뿐일 수 있다.
남원시민은 더이상 화려한 명함에 흔들리지 않는다.
중앙 경력보다 골목의 사정을 알고, 큰소리보다 생활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 예산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양 후보가 끝내 놓친 것도 바로 그 남원의 정서였다.
그리고 그 정서를 놓친 정치가 마지막에 맞닥뜨리는 것은 박수보다는 빈손일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