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늘 숫자로 설명된다. [기자수첩] “데이터센터 하나면 남원이 바뀐다?”…공약은 현실위에 서야
누가 앞섰는지, 누가 밀렸는지, 누가 살아남았는지, 누가 더 유리해졌는지를 여론조사 수치와 표 계산으로 정리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남원시장 예비후보 탈락자 기자회견장에는 숫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 있었다. 눈물이었다.
먼저 지난 18일 김원종 후보의 기자회견장.
김원종 후보가 이정린 후보 지지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던 순간, 회견장 한쪽에 서 있던 (김 후보) 배우자의 눈가가 천천히 붉어졌다.
그 눈물은 단순히 아쉬움 때문에 흘린 눈물이 아니었다.
선거가 시작된 뒤부터 새벽마다 일어나 일정을 챙기고, 늦은 밤까지 이어진 인사와 악수,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공격, 지지자들의 기대와 실망까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 버텨온 가족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이었다.
후보보다 먼저 상처받고, 후보보다 먼저 흔들렸지만 누구보다 먼저 울어서는 안됐던 배우자.
집에서는 가장 가까운 위로가 되어야 했고, 밖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얼굴을 보여야 했다.
누구보다 먼저 무너지고 싶었지만 끝내 후보 앞에서는 웃어야 했고, 지지자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해야 했다.
밤마다 혼자 울고, 새벽이면 다시 얼굴을 추스르고, 사람들 앞에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끝내 참지 못했다.
배우자는 가까이 다가가 흐느끼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지도 않았다.
그저 연단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조용한 눈물 한 줄이 회견장에 울려 퍼진 어떤 구호보다 더 크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회견장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고, 지지자들 가운데는 끝내 고개를 숙인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연단을 바라보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 순간 사람들은 단순히 한 가족이 함께 견뎌온 시간, 정치라는 거친 길 위에서 말없이 버텨온 희생,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원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려 했던 절박한 선택을 함께 본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컷오프의 벽 앞에 섰다가 가까스로 다시 살아 돌아온 김영태 의장의 기자회견장이었다.
김영태 의장은 다시 기회를 얻게 된 순간,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 눈물은 단순한 감격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키며 버텨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외로움, 정치적 좌절, 가족에 대한 미안함, 자신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지지자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다시 한번 시민 앞에 설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눈물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혼자 견뎌왔는지, 얼마나 많은 순간을 속으로 삼켜왔는지, 그 눈물은 말 대신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낙선의 문턱 앞에서 무너질 듯 버티고, 정치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끝내 웃어야 했던 시간이 그 눈물 속에 다 담겨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눈물을 약함으로 본다. 하지만 그날 두 사람의 눈물은 약함이 아니었다.
지지자들을 향한 미안함이었다. 지역을 향한 절박함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김원종 후보는 멈춰서는 순간에도 진심을 보여줬고, 김영태 의장은 다시 일어서는 순간에도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야합’이라는 표현까지 꺼내 들었다.
김원종 후보의 선택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었다. 배우자의 눈물은 그 결정이 얼마나 무겁고 절박했는지를 보여줬다.
그런데도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모든 선택을 ‘야합’이라 몰아가는 일부 후보들의 태도는 오히려 더 차갑게 느껴졌다는 말이 나온다.
정작 자신은 필요할 때마다 낙선 후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과 뜻이 맞으면 '통합'이라 하고 남이 손잡으면 '야합'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결국 본인이 하면 정치이고 남이 하면 음모라는 식의 이중잣대일 뿐이다.
더구나 자신은 선거때마다 도움을 요청하고 연대를 이야기하면서, 남이 선택한 결단에는 ‘배신’과 ‘야합’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인간 본연의 눈물마저 정치공세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절박한 결단과 가족의 눈물마저 공격의 소재로 삼는다면, 정작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정치와 가정은 과연 얼마나 따뜻한지 되묻게 된다.
정치는 원래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 마음은 구호 몇 줄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울어준 시간, 함께 견뎌준 사람, 끝내 포기하지 않은 진심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
그날 회견장에서 가장 많은 것을 말해준 것은 연단 위 문장이 아니었다.
회견장 한쪽에서 끝내 눈물을 훔치던 배우자의 얼굴,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순간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 정치인의 표정이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 같았지만, 그날 남원에서는 실제로 그런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눈물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