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억 원 투자 유치”, “AI 데이터센터”, “디지털 콘텐츠 허브”. 듣기만 하면 남원의 미래가 단숨에 바뀔 것 같은 말들이다.
시민 입장에서도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한 시민은 “그 정도 투자가 가능하다면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끝까지 꼭 추진해달라”고 말한다.
그만큼 지역은 절박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말처럼 쉽게 들어오는 산업이 아니다. 데이터센터는 건물만 세운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막대한 전력공급망, 초고속 백본망, 냉각시스템, 전문 기술인력, 장기간 안정적 운영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최근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핵심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기를 확보할 수 있느냐”로 보고 있을 정도다.
전력망과 송배전설비, 변전소 구축까지 함께 따라와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산업시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서버 1kWh를 돌리기 위해 냉각과 기반 인프라에 추가전력이 더 들어가고, 전력망 병목이 생기면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는 AI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기요금 상승과 전력망 부담을 키운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남원의 현실이다. 새만금처럼 국가차원의 전략적 전력 인프라와 재생에너지기반, 대규모 산업단지와 항만, 광역교통망을 갖춘 곳도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수년간 준비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광케이블망, 대규모 토지확보, 산업생태계 조성이 함께 갖춰져야 가능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남원은 아직 그 정도의 기반이 없다.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대규모 전력망과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도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 원 규모 민간투자를 “개인 친분”이나 “인맥” 수준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불확실한 지역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내부적으로 배임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투자유치가 실제로 성사된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선거때마다 지역 현실과 동떨어진 거대 공약을 던지고, 이후에는 “도와주겠다”, “연결해보겠다” 수준으로 말을 바꾸는 모습은 시민을 더 허탈하게 만들었다.
정말 필요한 것은 남원현실에 맞는 산업 전략이다.
스마트농업, 바이오에너지, 농촌관광, 치유산업, 공공의료, 식품가공, 지역특화형 RE100 산업단지처럼 남원이 가진 강점을 살리는 투자 유치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크고 화려한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가능한 계획이다.
선거는 허황된 꿈을 파는 자리가 아니다. 지역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시민의 삶을 바꿀 해법을 설계하는 자리다.
그래서 지금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듣기좋은 말만 늘어놓는 후보보다는 어려운 현실도 솔직하게 말하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후보다.
결국 시민은 화려한 약속보다 믿을 수 있는 말을 큰소리보다 실행력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