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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명·익명 역할나눠 공격…남원시장 경선장의 기괴한 댓글 패턴

상대 기사마다 등장하는 그 이름들…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드루킹도 댓글로 시작됐다…남원 경선장의 위험한 여론조작 의혹

더불어민주당 남원시장 경선이 위험해지고 있다.


남원시장 예비후보 경선 국면에서 유난히 자주 눈에 띄는 이름때문이다.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감싸고,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기사와 게시물, 상대 지지자들의 글에는 거의 예외없이 몰려가 공격성 댓글을 반복하는 계정들이다.

 

이름은 조금씩 달라도 패턴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비판의 방식도 토론이나 반론보다는 상대를 깎아내리고 여론의 흐름을 억지로 비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더 수상하다.


더 기이한 것은, 수위 높은 비난이나 거친 표현은 꼭 ‘익명의 참여자 554’, ‘익명의 참여자 592’ 같은 방식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한다는 점이다.

 

실명 계정은 점잖은 척 명분을 세우고, 익명 계정은 독설과 조롱을 떠맡는 구조라면, 시민들이 이를 우연한 현상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몇몇 열성 지지자의 자발적 행동이라고 보기엔 등장 시점과 공격 대상, 문장 톤과 움직임이 지나치게 닮아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선에 진출한 양측 후보 지지자들의 움직임도 눈여겨봤다.

 

한쪽 후보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 게시글에 떼로 몰려가 싸움을 벌이거나 공격성 댓글을 반복하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면 다른 쪽은 상대후보 기사와 게시글마다 비슷한 논리와 표현의 댓글이 이어졌고, 댓글을 따라 들어가 보면 특정 후보 사진과 게시물로 가득한 계정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댓글 정치가 위험한가.

 

국내 정치는 이미 ‘댓글 정치’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좀먹는지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서 댓글 순위 조작과 공감 클릭 조작이 민주적 여론 형성을 왜곡한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고, 김경수 전 지사에게 징역 2년을 확정했다.

 

당시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의견 표명보다는 조직적·기술적 방식으로 여론의 외형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비틀었다는 점이었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역시 특정 정당·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온라인 활동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사실이 법원 판결문에 적시돼, 국가기관의 여론 개입이 얼마나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인지 다시 확인시켰다. 

남원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그 사건들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들이 문제삼는 대목은 분명하다.

 

특정 후보 관련 게시물이나 반대 진영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출몰하는 계정들, 비슷한 논리와 어투, 실명과 익명을 나눠 역할을 분담한 듯한 댓글 패턴은 상식적으로도 석연치 않다.

 

선거는 토론과 설득으로 치러야지, 떼로 몰려다니며 상대 진영의 말문을 막는 방식으로 치러서는 안 된다.

 

그 순간 선거는 경쟁이 아닌, 심리전으로 타락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중도층 시민에게 주는 피로감과 혐오다.

 

정치를 모르는 시민도, 댓글창을 몇 번만 들여다보면 금세 알아챈다.

 

“아, 또 저 사람들이다.” “또 몰려왔구나.” 이런 인식이 쌓이는 순간, 그 후보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진정성은 의심받기 시작한다.

 

정책으로 승부하지 못하니 사람으로 밀어붙이고, 사람으로도 안 되니 댓글로 분위기를 만들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남원정치 전체의 신뢰 추락으로 돌아올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 관련 비방·흑색선전에 대해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등 처벌 규정을 안내하고 있고, 선거법 위반 행위는 신고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선관위는 비방·흑색선전, 공무원의 선거개입 등 위반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으며 신고자 신분 보호와 포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온라인 댓글과 게시물이 단순한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과열된 맞불 댓글이 아니다.

 

선관위와 사법당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계정군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반복 개입했는지, 익명 계정과 실명 계정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지, 사전모의나 조직적 지시 정황은 없는지 차분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실제 위법이 없다면 그것 또한 확인되면 된다.

 

그러나 의혹이 있는데도 “선거 때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넘기는 순간, 남원정치의 수준은 한참 뒤로 밀려난다.


후보들에게도 분명히 말한다.

 

지지자들의 자발적 응원과 조직적 댓글 난사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상대 후보 지지자들의 공간까지 파고들어 도배하듯 공격하고, 실명과 익명을 오가며 여론을 흔드는 방식이 사실상 묵인되거나 방조됐다면, 그것은 결코 떳떳한 정치가 아니다.

 

시민 통합을 말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분열과 불신을 키우는 후보라면, 그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부터 해명해야 한다.


선거는 조작된 소음으로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선거는 시민의 생각이 모여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다.

 

댓글부대식 정치는 순간적으로는 목소리가 커 보일지 몰라도, 끝내는 후보 본인과 지역정치를 함께 무너뜨린다.

 

남원시민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게 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잡한 댓글 전술이 아닌, 정정당당한 정책 경쟁과 품격있는 승부다.

 

그것조차 못 지킬 후보라면, 애초에 남원의 시정을 맡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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