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인=최종민 기자) 남원시 주천면 구룡계곡에서 지난 14일 ‘남원 책사랑작은도서관’이 진행하는 인문학 프로그램 ‘용호구곡 각자를 찾아서’ 제3강 탐방이 열렸다. 당초 9월 13일 예정됐으나 우천으로 하루 연기되어 14일 실시되었으며, 이날 탐방은 구룡계곡 제1곡인 ‘일곡(송력동)’에서 이루어졌고, 교육생과 지역 주민 등 약 15명이 참여했다.
조용섭 강사와 함께, 서한걸 사무국장의 진행 아래 열린 이번 탐방은 빗물로 적신 바위 글자들과 구룡계곡의 자연 풍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책사랑작은도서관 양경님 관장은 “구룡폭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용호구곡 중 제1곡에서 첫 탐방을 진행하게 되었다”며 “어제 비가 내려 길이 미끄럽고 걷기에는 다소 조심스럽긴 했지만, 빗물에 바위에 새겨진 글자들이 선명히 드러나는 좋은 환경이 조성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탐방 대상인 구룡계곡(용호구곡 龍虎九曲)은 조선시대 이래로 ‘구곡 문화’가 깃든 장소로, 자연경관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평가된다.
사진에 나온 안내판에서는 용호구곡의 9개 주요 지점 △일곡(송력동), △이곡(용소), △삼곡(학서암), △사곡(서암), △오곡(유선대), △육곡(지주대), △칠곡(비폭동), △팔곡(경천벽), △구곡(교룡담)에 대한 명칭과 유래가 소개되어 있다.
이번 탐방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모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길 위의 인문학 ‘용호구곡 각자를 찾아서’ 프로그램의 일부로 앞으로 두 차례의 탐방이 더 예고되어 있다.
교육 참가자들은 자연 속에서 글자(각자 刻字)의 흔적을 찾아 전통과 지역문화의 의미를 새기는 동시에, 안전을 고려한 실내외 활동의 중요성도 체험했다.
숲 해설가 서한걸 사무국장이 들려준 ‘용호구곡 각자를 찾아서’의 배경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배경 및 의미
용호구곡과 각자
‘용호구곡’은 ‘용(龍)과 호(虎)’가 얽혀 있는 구곡(九曲)을 의미하며, 계곡을 따라 9개의 굽이 지점이 차례로 이어진다. 각 곡에는 자연물이 빚어낸 바위, 물줄기, 전설 등이 깃든 명소들이 있으며, 그곳에 새겨진 글자(각자)가 구곡 문화의 주요 요소다.
프로그램 구성
이 인문학 프로그램은 책사랑작은도서관이 주최하며, 자연 답사와 인문 강의가 결합된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미 <타파인신문>과 <신아일보> 기사에서도, 이 프로그램의 개강 및 특강들이 도시민·지역주민에게 지리산 구룡계곡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교육·문화적 가치
참여자들은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위 글자에 담긴 숨은 뜻과 전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며 형성해 온 지역의 문화적 DNA를 이해하는 경험을 누린다. 또한 비와 계곡의 흐름 등 자연 조건이 글자들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는 순간이 탐방의 또 다른 묘미가 된다.
한편, 수강생 석연경 씨는 전남 순천에서 남원을 오가며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평소 조용섭 강사의 강의 자료를 칼럼 등 글로만 접해 오다가 큰마음을 먹고 이번 강의에 직접 참가하게 되었다”며 “이 숲 속 속살에 이처럼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교육에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탐방을 마친 후 양경님 관장은 “앞으로의 탐방 일정에서도 참여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자연 속 인문학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열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진행될 일정에서도 구룡계곡의 각 구곡마다 새겨진 글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지역민과 방문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조명해 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