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권 컬럼] 와이로(わぃろ)와 와이로(蛙利鷺), 한국말·일본말?

  • 등록 2025.08.23 15: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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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한다” 성경 잠언

와이로(わぃろ)와 와이로(蛙利鷺), 한국말·일본말?

“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한다” 성경 잠언

  • 김준권 박사 (빛나사역사연구소)

 

이번 주제는 ‘와이로’라는 단어이다. 내가 사는 곳은 부산이다. 부산말은 어찌 보면 여러 지역의 말들이 혼합되어 있다. 임진왜란 시기에는 7년 동안 일본에 침략지역으로 있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일본 침략의 중요한 역할을 한 지역이다. 한국전쟁 때에는 이려 지역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던 곳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부산말은 발전해 왔다. 따라서 일본말의 후유증으로 남아 있는 말들이 괘 많다. 그 중에서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와이로”는 뇌물을 뜻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단어 대신 “뇌물”이라는 우리말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와이로”라는 단어의 어원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일본말을 근원으로 하는 것이고, 하나는 고려 시대 이규보선생과 관련된 어원이 있다. 여기에서 “와이로”를 우리말로 생각할 수 있는 이규보 어원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려 의종 때이다. 의종이 하루는 단독으로 야행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다행스럽게 민가를 발견하고 하루를 자고자 청을 했다. 그러자 집주인(이규보 선생)이 조금 더 가면 주막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의종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그 집(이규보 )대문에 붙어있는 글에 대해서 의종은 무척 궁금하였다.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라고 써 있었다.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어느 만큼의 지식은 갖추었기에 개구리가 뜻하는 걸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옛날,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꾀꼬리한테 내기를 하자고 했다. 바로 "3일 후에 노래 시합을 하자"는 거였다. 백로를 심판으로 하고 노래 시합을 하자고 했다. 이 제안에 꾀꼬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노래를 잘 하기는 커녕 목소리 자체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 시합을 제의 하다니, 하지만 월등한 실력을 자신했기에 시합에 응했다. 그리고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반대로 노래 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안하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 논두렁의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한테 뇌물로 가져다주고 뒤를 부탁한 것이었다. 약속한 3일이 되어서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심판인 백로의 판정을 기다렸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결국 심판인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동안 꾀꼬리는 노래 시합에서 까마귀에 패배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서 백로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 주고, 까마귀가 뒤를 봐 달라고 힘을 쓰게 되어 본인이 패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꾀꼬리는 크게 낙담하고 실의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라는 글을 대문 앞에 붙혀 놓았다고 한다.

 

이 글은 이규보 선생이 임금한테 불의와 불법으로 뇌물을 갖다 바친 자에게만 과거급제의 기회를 주어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해서 한 말이었다. 의종은 그 후에 궁궐에 들어와 임시 과거를 열 것을 명하였다고 한다. 과거를 보는 날, 이규보선생도 뜰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시험관이 내 걸은 시제가 바로 "唯我無蛙 人生之恨" 이란 여덟 글자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와이로란 말이 생겼다.

 

즉 ‘개구리 와’(蛙)+‘이로울 리’(利)+‘백로 로’(鷺)인 “와이로”다. “와이로”는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이 고사에서 온 것이다. 이상 “와이로” 에 대한 이규보 선생 어원설이다.

 

그러나 국어학자들은 이러한 이규보 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로울 利자는 문두에 나올 때만 ‘이’로 읽을 뿐이고, 문장 중간에 있으면 ‘리’로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발음은 ‘와리로’라고 해야 한다. 즉 일본말 ‘와이로“를 ”뇌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와이로“는 한국말일까, 일본말일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글. 빛나사역사연구소장 김준권 박사

최종민 기자 ccj9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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