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북 남원시는 말 그대로 ‘투자 열풍’이 불었다. 국내 대기업에서 수천억대, 해외 투자 법인에서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한다는 발표가 연이어 발표됐다. 요란한 투자소식이 전해진지 1년여가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투자가 성사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투자가 무산됐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그 누구도 진행사항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떠돌면서 투자 무산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있다.

당시 남원시에 불었던 ‘투자 열풍’을 다시 되집어 보고 투자 무산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기자말

 

작년 4월 하림의 전북 남원시 사매일반산업단지의 투자소식은 이용호 국회의원을 통해 알려졌다.

 

하림그룹이 2,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가금산업 투자추진과 함께 2019년부터 장학사업, 신규투자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가벼운 내용의 보도자료였다.

 

그러나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남원시내에서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조성중인 사매일반산업단지 현장을 전격 방문하는 등 투자가 임박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간담회에는 당시 강병무 남원축협조합장과 강성원·김승곤 남원시의원, 남원지역 하림육계농가 관계자 등이 참석했고 사매일반산업단지 현장에는 남원시 도시과장이 나가 직접 김 회장과 이용호 국회의원에게 브리핑하는 등 기대감을 갖기 충분했다.

 

당시 이용호 국회의원 측은 남원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하림의 투자를 이끌었고 신설 투자안에 대한 보안 유지에 신경썼다며 공치사를 했다.

 

분위기와는 달리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원시는 간담회 이후 하림그룹 측에 자세한 사업 계획을 요청했으나 이를 받지 못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 국비와 도비, 시비 등을 한꺼번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초지차체(시)가 아닌 광역지자체(도)와 기초적인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정상이다”며 “당시 전북도 관계자와 관련 사업 추진 여부를 문의했으나 담당자도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림그룹에서 (투자)권한이 있는 관계자와 이야기 했으나 현재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사업계획서 요청에도 ‘현재는 말 할 단계가 아니다’란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남원시의 설명을 정리하자면 2,400여억원의 투자의 경우 먼저 광역지자체인 전북도와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북도 관계자들도 투자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또한 하림그룹에 사업계획 등을 요청했으나 이를 받지 못했다.

 

이용호 국회의원 측도 성급하게 투자 가능성을 밝혔음을 인정했지만 아직 무산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하림그룹 김 회장에게 남원에 이런 곳(사매산업단지)이 있다고 설명하고 투자 의향을 물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정을 잡고 산업단지 조성 현장에 내려 온 것”이라며 “계획 초기 단계로 투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간담회를 진행하고 이후 지역 육계농가에서 심한 반대가 이어져 현재는 답보상태다”며 “조류독감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인 남원에 외부 조류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덧붙였다.

 

사매일반산업단지에 적합한 업종이라 생각하고 하림측에 투자를 제안했다.

 

관계자는 “대단위 제조업이 들어오기 힘든 상황에서 농축산관련 시설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제안했었다”며 “오리털 가공시설 등 신규 시설들은 악취가 없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의견 수렴단계에서 지역 양계농가의 반대로 답보상태인 것이지 투자 의향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남원시 측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하림그룹의 김 회장의 일정이 급하게 잡히면서 이환주 남원시장의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것”이라며 “최근까지도 예산과 기업유치문제 등을 이 시장과 상의하는 등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투자발표 이후 경과에 대해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남원시 금동에 사는 한 주민은 “당장 투자가 될 것처럼 언론에 알려 기대감을 높여 놓고 이후 성사여부조차 밝히지 않아 지역사회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지 묻고 싶다”며 “투자 무산에 대한 책임이 남원시에 있다는 측과 이용호 의원측에 있다는 측으로 지역민심이 갈려 다툼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이 뒤따랐다면 이렇게까지 지역민심이 사납지 않을 것”이라며 “성급한 발표로 결국 지역민들만 놀아난 셈”이라고 꼬집었다.